지난번 기지국간 협력 통신(CoMP)글에 이어서 이번에도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 이외에 LTE-Advanced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신기술들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이번과 다음 글에서 다룰 주제는 이종 네트워크(Heterogeneous Network, HetNet)와, 항상 같이 거론되는 향상된 기지국간 간섭 제어(enhanced Inter-Cell Interference Control, eICIC)입니다.

SKT는 eICIC를 CA와 CoMP와 더불어 LTE-A의 3대 핵심 기술이라며 홍보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eICIC는 HetNet 도입으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 주가 되기 때문에 3대 핵심 기술이라면 HetNet/eICIC라고 쓰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해외 LTE-A 관련 블로그나 화이트페이퍼에서도 HetNet을 LTE-A의 핵심 기술로 꼽고 있습니다. 굴지의 이동통신 장비 회사인 퀄컴은 자사의 슬라이드에서 LTE-A 기술 중 가장 많은 향상을 이끌어내는 기술로 CA가 아닌 HetNet을 꼽고 있을 정도입니다.

HetNet: 더 촘촘하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데이터를

언제나 그렇듯 HetNet의 기본 개념도 아주 간단합니다. 기존에 망을 깔 때는 매크로셀, 즉 넓은 영역을 포괄하는 거대한 기지국을 듬성듬성 세웠다면, HetNet에 들어와서는 그 안에 조그만 기지국 또는 스몰셀을 같이 설치하는 것입니다. 피코셀이 될 수도 있고, 펨토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피코는 나노보다 더 작은 단위이고, 펨토는 피코보다 더 작은데, 커버하는 영역과 사용자의 수가 작아진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을 씁니다. 피코셀은 매크로셀보다 낮은 출력과 작은 크기로 주로 통신 사업자에 의해 설치되고, 펨토셀은 실내 사용을 위해 최적화되어 있으며, 사용자가 직접 설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단일 기지국을 도입하지 않고 여러 종류의 크고 작은 기지국을 혼용하기 때문에, ‘이종' 네트워크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왼쪽이 기존의 망이고 오른쪽이 HetNet입니다만, HetNet에서 매크로셀의 커버리지 안에 스몰셀들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피코셀도 있고, Home eNB라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3GPP에서 펨토셀을 다르게 부르는 이름입니다. eNB는 eNode B의 줄임말로, LTE 기지국입니다.

▲ 기존의 망과 HetNet 망의 차이.http://lteuniversity.com/get_trained/expert_opinion1/b/sekhar/archive/2013/10/02/hetergeneous-networks-motivation-types-and-techniques-used.aspx

HetNet이 무엇인가는 간단하지만, 진짜 문제는 HetNet을 도입해서 어떤 장점을 얻을 수 있는가입니다. 특히 커버리지 자체는 매크로셀로도 충분할텐데 왜 HetNet을 도입해야 하냐는 의문이 있습니다만, 4G LTE 시대로 들어오면서 예전과는 이야기가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통화가 주 목적이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신호 세기만 확보되면 문제가 없었지만, 데이터 통신이 매우 중요해진 지금은 신호의 세기가 데이터의 전송 속도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예전처럼 매크로셀을 크게 박아놓기만 한다면 음영 지역이나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에서는 전송 속도, 그리고 사용 경험이 크게 떨어지겠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나, 실내 등 전파가 닿기 어려운 곳에 조그만 기지국들을 많이 설치하려고 하는 것이 바로 HetNet입니다. 사람들이 많은 공항이나 쇼핑몰 등(‘핫스팟’이라고 부릅니다)에는 수십명을 커버할 수 있는 피코셀을, 집이나 사무실 등의 실내에는 펨토셀을 설치해서 더 촘촘한 망을 깔며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러한 성능--용량과 전송 속도 측면에서의 장점에 더해서, 매크로셀은 그만큼 거대하니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그만큼 유지비, 특히 임대료가 많이 들어가게 되는데, 피코셀의 경우는 A4 종이 500장 정도의 크기고, 펨토셀은 아예 인터넷 공유기 수준의 크기이기 때문에, 일단 임대료 문제가 크게 줄어들고, 또 작기 때문에 설치가 쉽고 또 도입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피코셀의 경우는 사업자가 도입하니 문제가 없지만 개인 사용자가 설치하는 펨토셀의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가, 어떤 사용자가 사비를 들여서 설치한 펨토셀에 다른 사용자들이 마구 접속해서 트래픽을 증가시키고 전송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초기 설치비용, 소비전력(아주 적지만), 백홀망 모두 펨토셀을 설치한 사용자가 부담하는데 이건 억울할 수 있지요. 그래서 폐쇄 가입자 그룹(Closed Subscription Group, CSG)이라는 모드를 설정하여 허용된 사용자에게만 펨토셀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펨토셀 근처에 있지만 CSG의 멤버가 아닐 경우 더 멀리 있는 매크로셀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펨토셀의 신호가 간섭이 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하이브리드 모드가 존재하여, CSG 멤버에게 우선적인 접속권을 부여하고, 멤버가 아닐 경우는 제한적으로만 접속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HetNet의 장점만 다루었지만, 여느 신기술이 그렇듯 단점도 존재합니다. HetNet은 비록 크기와 신호 세기는 다르더라도 결국 기지국의 수를 폭발적으로 늘리게 됩니다. 이에 따라 기지국간 경계 지역의 수와 넓이 역시 크게 늘어납니다. 위에서나 CoMP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한 기지국에 연결되어 있을 때 다른 기지국의 신호는 간섭이 됩니다. 그리고 이 간섭은 기지국간 경계 지역에서 큰 문제가 되지요. 다시 말해서, HetNet을 도입하게 되면 경계 지역에서의 기지국간 간섭 문제가 크게 대두됩니다.

HetNet의 단점과 eICIC

기존 LTE(Rel.8)에서의 기지국간 간섭 조정(ICIC) 기술은 기지국들이 서로 주파수 자원을 조절하여 단말기에 대한 간섭을 억제하려는 기술이었습니다만,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LTE의 전송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만, 간단하게 설명하면 ICIC로는 데이터를 가진 신호의 간섭은 억제할 수 있지만, 컨트롤 정보 즉 ‘누구에게’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전송할 것이냐에 대한 신호의 간섭을 억제하지 못합니다. 둘째로는 ICIC만으로는 HetNet에서의 높아진 간섭을 억제하기 힘들고, 특히 조금 뒤에 설명할 높은 CRE 바이어스에서 간섭을 조정하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향상된” 기지국간 간섭 조정 (“enhanced” ICIC, eICIC)입니다. eICIC에는 몇 가지 기술이 있지만 이 중 핵심은 기지국간의 간섭을 시간적인 자원의 조절로 해결하겠다는 것입니다. LTE 에서는 신호를 전송할 때 10ms 길이의 프레임 단위로 전송하는데, 이 각 프레임마다 10개의 서브프레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Almost Blank Subframe (ABS) 라고 해서, 매크로셀의 서브프레임 중 일부를 거의 전부 비워버리고 아무 데이터도 전송하지 않음으로써 이 때의 전송 신호의 세기를 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기지국간에 이런 ABS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지난번 CoMP 글에서도 언급된 기지국들이 서로 통신하는 X2 인터페이스가 사용됩니다.

일례로, 만약 매크로셀과 스몰셀의 경계 지역에 있는 단말기가 스몰셀에 연결되어 있는 경우, 매크로셀이 ABS를 전송할 때에 맞춰 스몰셀이 신호를 전송한다면 그 단말기는 매크로셀에 의한 간섭을 받지 않게 되겠지요. 이렇게 ABS를 사용하는 경우에 매크로셀에 연결된 단말기는 ABS가 아닐 때만 신호를 받고, 스몰셀에 연결된 단말기는 ABS만 받을 수도(경계 지역), 둘 다 받을 수도(스몰셀 근접 지역) 있습니다.

▲ HetNet을 위한 eICIC 개념도. UE1은 스몰셀에, UE2는 매크로셀에 연결되어 있을 때 ABS를 이용해서 UE1에 대한 매크로셀의 간섭을 줄입니다.

위에서 기지국 영역 확장(Cell Range Expansion, CRE) 바이어스라는 개념을 잠깐 언급했는데, 일반적으로는 기지국을 선택할 때 단말기가 받는 신호의 강도에 따라 더 신호가 강한 기지국을 선택하기 때문에, HetNet이 도입된다면 스몰셀의 신호는 당연히 매크로셀에 비해서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단말기가 매크로셀에 몰리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되면 매크로셀에 걸리는 부하가 별로 줄어들지 않게 되고, HetNet을 도입한 의미도 별로 없어지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기지국 선택시에 비록 신호가 더 약하더라도 스몰셀을 선택하도록 보정치를 부여하게 되는데 이것을 CRE 바이어스라고 부릅니다. 이 보정 때문에 실제로 스몰셀이 감당하는 커버리지가 늘어나게 되고, 그래서 ‘기지국 영역 확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입니다. ABS와 CRE를 적절하게 활용했을 때 전송 속도는 대폭 향상되는데, 퀄컴은 매크로셀만 사용했을 때보다 하향 전송 속도가 평균 2.8배(중앙값)씩이나 늘어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광대역 LTE-A(CA)의 이론적인 속도 향상폭이 3배라는 걸 생각해 보면 굉장한 수치입니다.

eICIC의 단점과 feICIC

이렇게 eICIC를 도입하면 매크로셀의 간섭은 줄일 수 있겠지만, 문제는 ABS를 사용한다는 것은 곧 매크로셀의 전송 용량을 그만큼 감소시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ABS는 아무런 데이터를 담고 있지 않으니까요. 또한 ABS는 ‘almost’라는 이름처럼 완전히 빈 신호가 아니라 LTE-A 미지원 단말(Rel. 8/9)의 하위호환성을 위해서 최소한의 제어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 제어 신호의 간섭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더욱” 향상된 기지국간 간섭 조정 (“further” eICIC, feICIC)이 도입됩니다. eICIC는 첫 LTE-A 스펙인 3GPP Release 10에서 도입되었다면, feICIC는 Rel.11에서 도입되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면 Reduced power ABS (RP-ABS)라고 해서, eICIC의 ABS는 신호를 거의 다 비워버렸다면, feICIC의 RP-ABS는 신호의 세기를 약하게 하되 여전히 데이터를 담고 있습니다. 어차피 매크로셀의 근접 지역에 있는 단말기는 비록 약한 신호라도 충분한 세기를 받으니 문제가 없을 것이고, 스몰셀에 연결된 단말기에게도 RP-ABS는 강한 신호가 아니기 때문에 간섭 문제가 크지 않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지요.

또한 단말기가 ABS에 포함된 약간의 제어 신호를 제거할 수도 있습니다. 간섭하는 기지국에서 보내는 제어 신호를 단말기가 수신한 다음, 그 제어 신호만 수신한 신호에서 빼 버리는 것이지요. 이것을 수신기 기반 간섭 제거(RX-based Interference Cancellation)라고 부릅니다. 이외에도 여러 기법이 있지만 지면상 생략하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여러 종류의 기지국을 혼용하는 HetNet과 그로 인해 생기는 간섭을 핼하기 위한 eICIC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캐리어 어그리게이션 이외에 LTE-A의 중요한 기술들을 짚어보자는 취지입니다만, 심지어 CA로 얻는 속도 향상폭보다도 오히려 더욱 큰 향상폭을 보이기도 했죠. 특히 HetNet으로 인한 성능 향상은 사람들이 몰려 신호가 약해지고 속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의 향상이기 때문에 체감하는 향상폭은 더욱 클 것입니다. 이 시리즈는 당분간 계속됩니다. 아직 SON, Relay, D2D 등 많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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