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제목은 분명 국민과의 '대화'였는데도, 결국 패널들은 문제를 제기할 충분한 시간도 보장받지 못한 반면, 이명박은 선문답처럼 논쟁을 회피하고 자기방어 논리를 펴는 데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었다."

지난 9일 <대통령과의 대화-질문있습니다>에 패널로 참석했던 대학생 성지현씨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무늬만 대통령과의 대화였다"라는 참석 후기가 큰 반향을 얻고 있다.

성지현(22·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씨는 지난 14일 아고라에 올린 '검열 통제속 무늬만 <대통령과의 대화>, 패널로 다녀온 촛불 대학생의 참가 후기' 글에서 "나의 질문도 사전부터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후 분량과 '백골단' 등의 표현을 문제삼아 질문지를 수정해야 했다"고 밝혔다.

▲ '대통령과의 대화-질문 있습니다' 홈페이지.

"패널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는 협박성 얘기까지 들어"

성씨는 "몇 번을 수정해도 내 질문지의 내용이 크게 바뀌지 않자, 심지어 나중에는 방송사 측에서 짜놓은 스크립트를 받게 되었다"며 "내용 검열이라고 항의를 하자 '발언 내용이 프로그램 기획상 맞지 않다'는 이유로 패널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는 협박성 얘기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녹화 장소로 들어갈 때는 더 가관이었다. 위험한 금속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 '간단하게 검사한다'고 하더니, 경찰들은 내 가방을 열어서 소지품 검사까지 했다"며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촛불 집회에 관련한 진보 언론들의 기사 스크랩을 보고는 날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섰고, 난 거기서 또 경찰과 싸워야만 했다"고 밝혔다.

또 "토론회장 안은 긴장감으로 팽팽했다. 생방송을 앞두고 스태프들과 기자들은 날카로웠고, 곳곳엔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었다"며 "방송 경험이 없는 국민 패널들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더욱 위축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성씨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행동을 강하게 비난했다.

"무엇보다도 100분 동안 이명박의 얼굴을 보면서 그의 뻔뻔한 거짓말을 듣는 것은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었다. 이명박은 국민들의 얘기를 듣기는커녕, 계속 동문서답으로 자기 말만 해댔다. 전문가들과 국민 패널들이 추가 질문이 있었는데도, 대통령이 시간을 지키지 않고 계속 말을 하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시간이 모자라 잘리기 일쑤였다. 준비했던 발언을 아예 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 '아직도 주동자 운운하다니 한심하다'는 추가 질문 꼭 하고 싶었는데…"

"촛불 집회를 탄압하는 것이 정부의 소통이냐"는 성씨의 질문에, "무섭습니다. 협박을 하시는데… 참여만 했지 주동자는 아니죠?"라고 답한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선 " '아직도 주동자 운운하다니 한심하다. 당신이 이야기하는 법은 누구의 법이냐' 등을 담은 추가 질문을 꼭 하고 싶었는데, 역시나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약속했던 추가 질문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성씨는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대화'가 "좋은 민심 전달의 기회였다"고 자화자찬했지만, '대통령과의 대화'는 나에게 다시 한번 저항의 필요성을 확신하게 할 뿐이었다"며 "평범한 사람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강부자들만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이명박에 맞서 우리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성지현씨 글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

네티즌들 "수고했다" "그나마 가장 속 시원한 질문이었다" 격려

16일 오전 현재 성씨가 올린 글에는 3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으며, 네티즌들은 "수고했다" "100분의 고통 참아내느라 수고했다" "패널 가운데 그나마 가장 속 시원한 질문을 해줬다" 등의 댓글로 성씨를 격려했다.

네티즌 '정석'은 "정석 질문지를 사전에 제출하고 수정까지 요구했다니 역시 모든 것이 각본에 의해서 미리 준비된 대화였다는 얘기"라며 "그렇다면 KBS와 청와대는 마치 모든 것이 현장에서 준비된 자연스런 대화인 것처럼 시청자와 국민들을 사기친 것이란 얘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네티즌 'magiclamp'도 "보는 내내 질문에 대한 일방적인 대답만 있고 추가질문이 없는 대통령과의 대화를 보며 진정성 없는 답변에 귀가 불쾌했다"며 "프로그램 준비, 진행의 뒷모습이 궁금했는데 역시나 검열이 있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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