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사랑이야>는 2회 전국 기준 9.1%의 시청률을 보였다(닐슨 코리아). 전날 방영된 1회 9.3%에 비해 0.2%가 내려간 결과이다. 더구나 <조선 총잡이>와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보이며 약진하고 있는 가운데, 홀로 하락한 것이라 수치와 상관없이 그 낙차가 커 보인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경우 10.6%로 10%의 장벽을 넘어서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보였지만, 동시간대 1위는 조선 총잡이에게 내주었다. 한편 월화 드라마로 가면, 최지우 주연인 <유혹>은 8,3%로 전 회 9%에 비해 하락폭을 보이며, 첫 회부터 동시간대 <트라이앵글>에게 1위 자리를 넘겨주었다.

최지우가 누구인가? 2002년 <겨울연가>로 '지우히메'라 불리며 한류 붐을 이끈 주역 중 한 사람이다. 그와 함께하는 권상우 역시, 내용상 논란은 있었지만 2013년 <야왕>을 통해 25% 내외의 시청률 고공 행진 기록을 세웠던 스타 중의 스타이다. 장나라나 장혁도 뒤지지 않는다. 새로운 작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조차 그의 전작 <추노>를 패러디할 만큼, <추노>의 이대길을 연기한 장혁은 대체불가능한 배우이다. 장나라도 마찬가지다. 그와 함께 2002년 <명랑 소녀 성공기>를 성공시킨 이래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까지 오가며 작품 활동을 쉬지 않았다.

하물며 조인성임에랴, 2001년 <피아노>로 두각을 내기 시작하여, 2002년 <별을 쏘다>, 2004년 <발리에서 생긴 일>로 정점을 찍었던 그가, 2013년 <괜찮아 사랑이야>의 감독 김규태와 작가 노희경과 함께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통해 화려하게 군 복무 이후 복귀를 성공시켰다. 그와 함께 하는 공효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녀가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는 <주군의 태양(2013년)>, <최고의 사랑(2011년)> 등 늘 동시간대 1위는 물론 가장 트렌디한 화제작이었다.

이렇게 2000년대 초반 가장 화려한 정점을 찍던 스타들은 2014년, 각자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라는 분야를 들고 귀환했다. 하지만, <유혹> 첫 회 시청률 7.6%, <운명처럼 널 사랑해> 첫 회 6.6%, <괜찮아 사랑이야> 첫 회 9.3%로 스타의 귀환이라기엔 조촐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엄밀하게 최지우건, 조인성이건, 장나라, 혹은 장혁이건, 사람들이 누군가의 이름값으로 드라마를 보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이들 스타의 조촐한 귀환이 증명해 보이고 있다.

최지우는 전작 <수상한 가정부>를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해 봤지만, 원작 <가정부 미타>의 마츠시마 나나코의 연기와 비교되며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어낼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유혹>으로 돌아온 최지우는 그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무기를 빼어들었다. 그녀와 함께 등장한 권상우도 마찬가지다. <야왕>을 통해 시청률의 성취는 얻었지만, 여주인공 주다해 역의 수애에 밀려 제대로 활약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아쉬움을 남겼던 권상우는 <메디컬 탑팀>을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해 보지만 여의치 않았고, 이제 <유혹>을 통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로 복귀했다.

최지우, 권상우에 이정진, 박하선까지 네 남녀가 얽히는 멜로 <유혹>의 내용은 예측 가능하지만, 최지우와 권상우는 그런 뻔한 드라마 속에서도 드라마를 놓지 못하게 할 만큼 각각 본연의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조기 폐경을 맞이하였다지만 자태 자체만으로도 뇌쇄적인 아름다움을 내뿜는 최지우가 아니라면, 서른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순수해 보이는 눈빛을 잃지않은 권상우가 아니라면 유혹이란 드라마는 성립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매력만으로는 어필이 안 되는지, 시청률은 주춤하고 있는 편이다.

<학교 2013>에서 선생님 역으로 잠시 외도했던 장나라는 그녀가 가장 잘하는 분야인 로맨틱 코미리로 복귀했다. 자존감이 떨어지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김미영이란 캐릭터를 표현하는 장나라의 안쓰러운 연기와 눈빛이 아니라면,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김미영은 그저 민폐녀에 불과할 뿐일지도 모른다.

그에 반해, 늘 눈빛과 어깨에 힘이 들어간 캐릭터만 연기하던 장혁은 모처럼 멜로물로의 귀환했다. 방송 초반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추노>의 적을 바라보는 눈빛과 헛갈렸고, 호탕한 웃음은 어쩐지 어색해 보였다. 하지만 역시 연기 잘 하는 배우답게, 슬랩스틱 코미디 같은 이건 캐릭터를 가장 진지한 자세로 선보이는 장혁의 연기는, 이상한데 중독성 있는 캐릭터로 이건을 변모시킨다. 재벌남과 소심한 평범녀의 그저 그런 동거기일 수도 있는 <운명처럼 널 사랑해>를 독특한 드라마로 변신시킨 건, 두 사람의 호연에 힘입은 바 크다. 덕분에, 가장 낮은 시청률로 시작했던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획득하며 선전하고 있다.

그와 달리 단 2회 방영됐지만 조인성, 공효진의 <괜찮아, 사랑이야>는 앞날을 점치기 어렵다. <괜찮아, 사랑이야>의 조인성, 공효진이 각각 분하고 있는 장재열, 지해수란 캐릭터는 이전의 그들이 연기했던 캐릭터에서 큰 변주가 없는 캐릭터들이다. 아니 장르가 어떠하건, 조인성과 공효진은 늘 그다지 큰 변주가 없는 연기를 해왔지만, 그것이 시대적 트렌드가 되어 두 사람에게 스타의 자리를 넘겨주었었다. 하지만 이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두 사람은 여전히 해오던 연기를 하고 있지만, 작품이 변수가 되고 있다.

대놓고 섹스를 논하고, 정신적 장애를 '감기' 쯤으로 치부하며, 흠모했던 선배와 첫키스를 했던 후배와 한집에 살며, 원하지 않던 추리 소설가까지 함께 사는 미드의 소동극과도 같은 <괜찮아, 사랑이야>는 시청자들의 호불호에서 '호' 편에 서는 사람들의 입지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의 면면과 행보에서 심상치 않은 상황을 들이대는데 그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 드라마를 낯설게 여기고 있기에, 그 속에서 가장 익숙한 장기를 선보이는 조인성, 공효진조차 돋보이기 힘든 상황이다. 과연 이 드라마가 2014년에 어울리는 실험작으로 박수를 받을 것인지, 또 한 편의 <그들이 사는 세상>이 될지 미지수다.

2000년대 초반 화려한 성취를 이룬 이래, 십여 년이 지나서도 스타로서의 이름값을 잃지 않는 이들은 여전히 드라마 속에서 자신만의 장기를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절로 그녀의 손을 잡아주어야 할 것 같은 아련한 최지우의 눈빛,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말하지 않아도 그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어야 할 것 같은 장나라의 눈빛, 연기를 할 때만큼은 세상 그 어느 여배우보다도 아름답게 빛나는 공효진, 그의 눈빛은 그의 어눌한 대사조차도 잊게 만들만큼 순수한 권상우, 어색했던 웃음마저도 설득시켜버린 장혁의 연기, 그리고 여전히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키는 매력적인 조인성의 미소까지 때론 뻔하고, 그저 그렇거나 적응하기 힘든 드라마조차도 참아내게 만드는 그들은 여전히 스타이다. 하지만 박한 시청률의 세상에 스타들도 예외 없이 고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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