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박근혜 2기 경제팀이 2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데 대해 25일 보수언론들은 이를 대서특필하며 정부의 ‘프레임 전환’ 시도에 발맞췄다. 반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논조를 가진 것으로 분류되는 언론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25일자 1면.

25일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거의 똑같은 구도의 사진까지 동원해 2기 경제팀의 하반기 경제정책을 부각시키는 1면 편집을 선보였다. 이 중 <조선일보>는 <가계소득 늘리기 올인…내수 깨운다>라는 제목을 썼고 <중앙일보>는 <기업보다 가계…성장공식 뒤집다>라고 헤드라인을 뽑았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발표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바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세월호 참사 100일이 지났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시신 발견 등의 사건이 화제가 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대신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경제와 관련한 메시지를 그야말로 봇물 터진 듯 쏟아냈다. 그 중에는 금융이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다. 이런 등쌀에 DTI·LTV 규제 완화를 그간 반대해왔던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어떻게 보면 다소 무모해보이기까지 하는 대통령의 발언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최경환 경제팀이 내세우는 경기부양책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와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활성화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후자의 경우는 우파정권에서 굳이 꺼내들지 않아도 되는 문제인데 이를 최경환 경제팀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것은 둘 중 하나의 상황이 반영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첫 번째 가능성은 실제로 가계소득 증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만큼 기존 패러다임으로는 경제를 지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중도를 포괄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내세워 불리한 전세를 뒤집어 보겠다는 정치적 고려가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최경환 경제팀이 가계소득 증대를 말하고 있는 것은 두 측면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후자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1면 편집은 바로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정권의 정치적·정책적 필요와 조응하고 있다. 반면, <동아일보>의 1면은 약간 삐딱하다. <동아일보>의 1면 기사 제목은 <경제 살리기 비상 걸린 2기 내각 대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압박>인데 이는 정부의 특정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기업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뉘앙스를 줄 수 있는 제목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 동아일보 25일자 지면.

<동아일보>는 5면 기사를 통해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다루면서 <유보금세 최대 200억 낼수도…재계 “유례없는 간섭”>이란 제목의 기사를 써 최경환 경제팀에 대한 재계의 불만을 반영했다. 재계 입장에서는 강력한 경기부양과 각종 규제완화를 마음놓고 즐기고 싶지만 사내유보금을 배당이나 임금인상으로 해소하지 않으면 과세를 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썩 내키지 않는 것이다. <동아일보>의 1면은 이런 재계의 볼멘소리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중앙일보 25일자 사설.

사설로 시선을 옮기면 마찬가지의 구도가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재계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중앙일보>다. 1면에서 정부 시책에 대한 긍정적 묘사를 한 것과는 달리 <중앙일보>는 이 날 사설에서 최경환 경제팀의 경기부양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말미에 사내유보금 과세, 비정규직 고용 제한, 재전건전성 훼손, 미래 비전 제시 등에서 이번 경제정책이 충분치 않았다는 비판을 내놨다.

▲ 동아일보 25일자 사설.

반면 1면에서 대기업들의 입장을 배려했던 <동아일보>의 오늘자 관련 사설은 ‘최경환노믹스’라는 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최경환 경제팀에 대한 정파를 초월화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이는 <동아일보>가 이 상황을 아주 나쁜 것으로 해석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을 타나낸다.

▲ 조선일보 25일자 사설.

같은 날 <조선일보>에는 고집이 있는 사설이 등장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다루면서 기업, 정치권, 지방자체단체, 대기업 정규직 노조들이 힘을 합야 경기가 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가 유도하고 싶어하는 상황을 노골적으로 선전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진보적 시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매체의 경우에는 역시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에 대한 설명을 내놓으면서도 이에 대한 비판이 함께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이 재정건전성을 훼손하는 등 ‘감세 기조’로 돌아서 MB노믹스의 재현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비판의날을 세웠다.

▲ 경향신문 25일자 지면.

또, 최경환 경제팀이 자신있게 주장하고 있는 가계소득 증대 방안에 대해서도 <경향신문>은 이를 통한 가계소득 증가는 고소득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고, 실제 정책을 책임있게 집행할 수 있는 주체도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최경환 경제팀이 유도하고 있는대로 기업이 임금을 인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우선 임금인상을 실시할 수 있는 여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배당을 하는 경우 역시 우리나라 기업 주주구성의 특성 상 배당 소득의 혜택이 외국인투자자, 법인, 고소득자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 한겨레의 25일자 지면.

반면 같은 진보적 성향의 일간지로 분류되는 <한겨레>의 경우 상대적으로 ‘점잖은’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한겨레>는 5면에 <‘기업 의존한 성장’ 한계 인정…기업·가계소득 균형 추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경환 경제팀이 의도하고 있는 바 대로 기존의 경제정책 프레임에서 보다 진일보한 경제정책의 기조 변화가 이번 발표된 하반기 경제정책에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곧 이어지는 6면에서 <기업 ‘쌓아둔 유보금’에 과세하면 가계소득 늘어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사내유보금 과세정책에 대해 증세를 병용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지며 배당을 늘리더라도 가계소득 증대 효과는 미미하다는 등의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정책의 실효성이나 허점 등을 비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보다 필요한 것은 박근혜 정권이 7월 30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대대적인 경기부양책 카드를 꺼내든 것과 그 내용이 상당히 ‘중도적’인 것처럼 보이도록 잘 포장돼있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배당 증대라는 주주자본주의의 강화가 우리 사회의 경제 체질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마치 이를 사실상 대안처럼 정부가 내세우고 있고 이에 언론이 장단을 맞추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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