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은 제주도로 향하던 청해진해운 소속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지 꼭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지켜 준다는 기본적인 상식이 다시 한 번 무너졌지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사실은 거의 밝혀진 것이 없다. 국회에선 세월호 국조특위까지 만들어 부산한 시늉을 하고 있지만, 사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포함시키느냐의 여부를 두고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채 끝 모르는 공방만 계속하고 있다.

100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MBC와 JTBC는 ‘세월호 참사’를 매우 일관된 태도로 보도해 왔다. MBC는 최대한 줄였고, JTBC는 최대한 늘렸다. MBC의 세월호 관련 보도가 반짝 빛나던 때는 있었다. 청해진해운의 실 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된 22일 뉴스에서 MBC <뉴스데스크>는 32개 중 20개의 리포트를 ‘유병언’에 쏟았다. 반면 4월 17일 이후, JTBC의 오프닝은 언제나 ‘세월호’였다. 타 언론사 취재진이 빠지기 시작했을 무렵에도 JTBC는 팽목항을 지켰고, 유가족들의 소식과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점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참사 100일째, MBC와 JTBC는 메인뉴스를 통해 그동안의 일관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세월호 보도 축소에 급급한 MBC는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톱으로 올렸고, JTBC는 아예 방송시간을 1시간 앞당겨 ‘특집방송’을 했다.

참사 100일… MBC가 꼽은 가장 중요한 뉴스는 ‘정부의 경기부양책’

24일 MBC <뉴스데스크>는 다른 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KBS, JTBC 등이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세월호 특집으로 관련 아이템을 늘리거나 확대 편성한 것과는 달랐다. 첫 뉴스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등장, <"내수활성화에 41조 원 투입" 정부, 경기부양 고강도 대책>, <정부, 쌓아둔 기업 돈 풀게 한다 "임금·배당 높이면 세금 감면">,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대출·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리포트가 연이어 나갔다.

▲ 세월호 참사 100일이었던 24일 MBC 뉴스데스크의 첫 뉴스는 정부의 경기부양책 소식이었다.

시중에 41조를 풀어 내수활성화를 꾀하겠다는 내용과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이 보도됐으나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어떠한 우려나 지적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 살리기에 올인한 박근혜 정부가 고강도 종합대책을 내놨다”며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상세하게 전달하는 데 그쳤다.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가장 비중이 높았던 뉴스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소식이었다. 유병언 전 회장이 은신했던 별장 내부 구조부터 안경 등의 유류품을 두루 훑었고, 검경의 느슨한 공조 체계를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중심으로 한 뉴스는 10번째가 되어서야 나왔다.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10명의 실종자 소식과 세월호 참사 추모행사 소식 두 가지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추모행사 소식은 단신으로 처리됐다.

▲ 24일, 세월호 100일을 맞아 각계에서 열렸던 추모행사들은 단신으로 처리됐다.

MBC 내부에서도 의도적인 ‘세월호 보도 기피’ 현상에 대한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이하 MBC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지난 17일 낸 보고서에서 MBC의 세월호 보도를 두고 “김기춘 실장처럼 비중 있는 인사의 중요한 발언이 나오는 날에도 관련기사를 누락하거나 두 줄 단신으로 기사를 처리한 것, 새롭게 밝혀진 많은 내용을 타사와 달리 리포트 한 개로 묶은 것, 이 모두가 대체적으로 부실하고 불친절한 보도로 이어졌다”고 꼬집은 바 있다.

‘세월호’로 열고 ‘세월호’로 닫았던 JTBC

24일 8시부터 시작해 약 2시간 여 방송된 JTBC <NEWS 9>은 ‘세월호 100일’을 가장 상세하고 다채롭게 보도했다.

지난 4월, 팽목항으로 떠났던 손석희 앵커는 이날도 팽목항에서 뉴스를 진행했다.

“무심하게 피었던 4월의 꽃잎들이 다 지고 난 자리에는 7월의 짙은 녹음이 우거졌습니다. 그 푸른 나뭇잎들 사이로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기다리는 노란 리본들은, 비록 4월의 꽃잎보다 짙었던 색깔이 이제는 많이 바랬지만 여전히 바다를 향하고 있고, 그 노란 리본들을 따라오다 보면 다시금 이곳 팽목항에 당도하게 됩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 이곳 팽목항 등대 앞에도 아직 바다에 남아있는 열 사람을 부르는 10개의 노란 깃발이 밤바람에 나부끼고 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고, 또한 예상하길 원치도 않았던 참사 100일 현지 방송을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NEWS 9>은 24일 진도 팽목항에서 열린 추모제, 서울광장에서 열린 추모 공연을 모두 전했다. MBC <뉴스데스크>가 팽목항 추모제에서 발표된 학생의 호소문 소식을 전하면서 아직 구조되지 않은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헤아리는 장면을 보도한 반면, JTBC <NEWS 9>은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 10명이 돌아올 수 있도록 수색 구조 작업을 하고 있는 관계자들에 대한 격려를 부탁한다는 발언을 전했다.

▲ 24일 JTBC NEWS 9는 '세월호 5대 문제점'을 기획보도했다.

2~6번째 리포트는 ‘세월호 문제점’이라는 기획성 보도였다. 우선 사고 초기부터 부실 대응 논란으로 비판받았던 해경이 참사 당일 단 1명만 세월호에 올랐다는 사실을 밝혔다. 진도 VTS 직원의 근무태만 문제, 언딘과 해경의 유착 의혹, 해피아(해양수산부 마피아) 문제, 국가안전의 재난 컨트롤타워로 기능하지 못했던 정부 비판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NEWS 9>은 사고 초기부터 현재까지 수중 수색 작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가 새로 바뀐 잠수방식 때문이라고 밝힌 해경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을 단독보도하기도 했다. 7월부터 수중 수색에서 혼합 기체를 사용하는 ‘나이트 록스’ 방식이 쓰이는데, 해경이 나이트 록스 방식을 지원하는 장비를 6대나 보유하고 관련 교육까지 받았음에도 수색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JTBC는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세월호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고, 정부의 발표를 위주로 보도했던 타 언론과 달리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희생자들이 휴대전화에 남긴 기록도 JTBC를 통해 최초로 보도된 사례가 많다. 24일에도 <NEWS 9>은 희생자들이 남긴 동영상을 단독보도했다. 바다에서 건져낸 희생자들의 휴대폰 70여개를 3달에 걸쳐 복구했는데, 복원된 내용 일체를 JTBC에 처음으로 공개해 준 것이다.

▲ 24일 JTBC 'NEWS 9'을 통해 최초 공개된 세월호 희생자들의 동영상 내용

세월호 특집뉴스였던 만큼 <NEWS 9>은 다양한 유가족들의 인터뷰를 보도하기도 했다. 17일 간 도보 순례를 진행 중인 유가족, 아직도 실종자를 찾지 못해 팽목항에서 가족들의 이름을 외쳤다는 유가족, 특별법 논의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국회를 질타하는 유가족의 여러 목소리들이 보도됐다.

<NEWS 9>은 또한 <100일이 흐르는 동안에도…'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리포트를 통해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진 사례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미 두 달 전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저에게 있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포함된 특별법을 만들겠다던 여야도, 세월호 참사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던 정홍원 총리도, 청해진해운과 세월호 선원들조차 ‘잘못했다, ‘책임지겠다’는 말을 한 데에만 그쳤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JTBC NEWS 9는 세월호 참사 100일이 지났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NEWS 9>은 총 34개의 리포트 가운데 24개를 세월호 보도에 할애했다. 클로징 멘트 역시 세월호 참사 100일을 기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바다에서 온 편지의 주인공 중에는 고 박예슬 양이 있었습니다. 디자이너가 꿈이었던 어린 학생이었지요. 예슬양의 꿈은 서울에 있는 서촌 갤러리에 담겼습니다. 또한 고 이보미 양이 있었습니다. 가수가 꿈이었던 어린 소녀였습니다. 보미양의 꿈은 선배들의 졸업식에서 불렀던 거위의 꿈이란 노래에 담겼습니다. 오늘(24일) '뉴스 9'의 마지막은 두 학생이 함께 하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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