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76.4%의 찬성률로 총파업을 결정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노종면). '뚝심'있게 56일째 "구본홍 사장 반대"를 외치고 있는 YTN지부에 11일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이 방문했다.

이날 오후 1시, 강기갑 의원, 이수호·최순영 최고의원 등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은 YTN을 방문해 노종면 지부장을 비롯한 YTN 노조 관계자들을 만나 "용기를 갖고 언론의 생명을 지켜내겠다는 결의로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

▲ 11일 오후 1시, YTN에 방문한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이 YTN지부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송선영
강기갑 의원은 "총파업이라는 큰 결단을 내리신 것 같은데, 힘을 내라. 국민의 힘으로 막는다 생각하라"고 말했고 이수호 최고위원은 "YTN을 지키는 것이 방송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종면 지부장은 "구본홍씨가 출근이라도 줄곧 했으면 '뚝심'이라도 보였을 텐데, 초반에 며칠 출근 하더니 잠잠했고, 그 뒤 3박4일 동안 사장실 안에 있었다"며 "구본홍씨는 이제까지 정상적으로 출근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YTN 구성원들에게 '뚝심없는 사람'으로 낙인된 구본홍 사장.

우연인지 몰라도 구 사장은 11일 오전 YTN사원들에게 추석을 맞아 '뚝심종합 1호'(깡통 햄 선물세트)를 선물했다. 마음을 담은 편지도 함께 붙였다.

▲ 구 사장이 사원들에게 보내는 선물에 함께 보낸 편지. ⓒ송선영
구 사장은 편지에서 "저는 YTN을 종합미디어 그룹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비전을 안고 지난 7월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게 됐다"며 "노사가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힘을 합치면 임금과 복지도 머지않아 지상파 수준까지 향상되고 매체력도 크게 신장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노조원들은 구 사장의 편지를 '삐라'(전단)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를 부서별로 걷어 일괄적으로 노조 사무실로 보내고 있다. 오후 5시 현재, 노조 사무실에는 꽤 많은 구 사장의 편지가 쌓였다고 한 노조관계자는 전했다.

"역시 꼼수 대마왕이다"
"편지에 나온 내용도 그간 사내게시판을 통해 밝혔던 회사 비전으로, 뻔한 거짓말이다"
"사장도 아닌 사람이, 자기가 뭔데 선물을 주냐"
"우리가 뼈 빠지게 일해서 번 돈으로 왜 난리냐"

구성원들의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구본홍씨 쪽이 일부러 자신의 '뚝심'을 강조하려고 '뚝심종합 1호'를 골랐다는 말이있다"는 우스개 얘기까지 돌고 있다.

노조원들이 구 사장을 '뚝심없는 사람'으로 각인하게 된 몇 가지 사례가 있다.

노조원들은 '구 사장은 단 한번도 정상적으로 출근한 적이 없다'는 점을 줄곧 이야기해 왔다. 노조의 거센 '출근 저지 투쟁'이 있다 하더라도 꾸준히 출근을 시도했더라면, 적어도 구 사장의 '진정성'이 보였을 것이고, 최소한 '뚝심없는 사람'으로 낙인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구 사장의 드문드문한 YTN 방문은 오히려 노조의 반발만 키운 꼴이 됐다.

▲ 구 사장이 사원들에게 추석 기념으로 선물한 선물세트. ⓒ송선영
지난 9일, 오전 9시경 YTN에 도착해 사장실로 향하려던 구 사장은 노조의 반발로 출근이 저지되자, 17층 복도에 앉아버렸다. 그리고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간부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한 노조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그래도 구본홍씨가 계속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줄 알았는데 점심 때가 다가오니까 간부들을 데리고 떠났다"며 "그래도 식사는 꼬박꼬박 드신다"고 꼬집었다.

굳세게 버티거나 감당하여 내는 힘을 '뚝심'이라고 한다. 노조원들에게 '뚝심없는 사람'으로 규정된 구 사장. 이런 구 사장이 노조원들에게 선물한 '뚝심종합1호'.

우연이라지만 '뚝심'으로 얽힌, 참 재미있는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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