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배지’ 하나가 국회 상임위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10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민주당 의원들이 패용한 ‘낙하산 저지 배지’를 둘러싸고 “의정활동에 방해된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과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민주당 의원의 의견이 맞서 정회를 거듭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예정된 방통위 업무보고는 진행되지 못했으며, 배지 패용 문제를 둘러싼 의사진행 발언 중심의 여야간 공방만 지속됐다.

민주당 의원들이 패용한 배지는 언론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뜻을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문화부 업무보고에서도 한나라당이 배지 패용을 문제삼은 바 있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연이어 배지 패용 문제를 들고 나오는 이유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기선 제압의 의미가 강하게 담겨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날 먼저 포문을 연 의원은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이었다. 나 의원은 민주당 국회의원이 패용한 배지는 회의 진행에 방해가 돼 국회법 148조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이 이를 거부하자 한나라당 의원 전원이 회의장에서 퇴장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국회법 148조는 회의 진행 방해 물건 등의 반입을 금지하는 조항으로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 안에 회의진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 또는 음식물을 반입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어렵게 회의가 재개된 뒤에도 배지 패용 문제는 계속 논란으로 치달았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은 “18대 국회 초선 의원으로 언론기관의 낙하산 인사 등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배지를 착용했다”며 “여당 간사가 강제로 배지를 패용하지 말라고 말하며 퇴장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야당 간사인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이 배지의 의미는 공수부대 배지가 아니고 낙하산 인사를 사절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며 “배지를 착용하는 것이 회의 진행에 방해된다고 하는데 무슨 방해가 되느냐, 문제 삼을 이유 없이 회의를 빨리 진행하자”고 촉구했다.

▲ 10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이 가슴에 단 낙하산 인사 반대 배지를 놓고 회의진행에 방해가 된다며 문제제기를 하자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 이에 반박하고 있다. ⓒ여의도통신
같은 당 조영택 의원도 “국회의원은 발언이나 행동을 통해 정부를 감시하고 시정을 촉구할 수 있다”면서 “배지가 의사진행에 방해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주관적 판단일 뿐이다. 상대방의 복장이 거슬린다고 못하게 하면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천정배 의원은 “개인의 사상과 양심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이라며 “배지 착용은 강제될 수 없는 표현의 자유라는 점에서 여당의원이 용인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재일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면 떳떳하게 대응하면 될 것 아니냐”고 추궁하기까지 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은 배지가 의사진행에 방해되는 주장과 함께 배지 패용을 금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 “배치 패용은 회의에서 논의될 수 있는 발언 말고도 똑같은 의사를 표시하는 인상주기 때문에 공정치 못하다”라며 “충분한 의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배지를 떼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도 “배지는 분명한 의사 표시를 집단적으로 나타내고 있어 국회법을 위법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같은 당 안형환 의원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사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국회의원이 면책 특권이 있다고 하지만 배지를 달고 있는 것은 지나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허원제 의원은 “집단적 의사는 개인 스스로 방어할 수 없거나 지킬 수 없을 때 가능한데 국회의원이 그런 위치에 있느냐”며 “배지는 여당의원에게 부담으로 작용, 방해를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허 의원은 “ 18대 국회를 시작하는데 있어 이런 선례를 남기는 것은 좋지 않다”며 “배지 패용 문제가 이슈가 돼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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