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펀드는 국민유선방송투자㈜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씨앤앰을 인수했다. 인수 대금은 2조750억 원이었다. 이 회사들은 자기자본을 3500억 원만 들이고 나머지 1조7천억 원 가량을 금융권에서 빌렸다. 가입자가 매달 현금을 내는 까닭에 ‘차입인수’가 가능했다. 덩치를 키워 재매각해 이윤을 남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판이었다. 2009년 IPTV 출범으로 케이블의 ‘지역독점’ 구조는 깨졌다.

▲ 지난 8일 씨앤앰 간접고용노동자 수십 명이 대주주 MBK파트너스 사무실 주변 노숙농성에 돌입한 날, 하도급업체 13곳 이상이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74명의 해고자에서 시작한 노숙농성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뒤편 농성장에 걸린 걸개그림. (사진=미디어스)

“씨앤앰 대주주, 미래 위해 투자 않았다”

케이블TV 가입자는 2007년 9월 1407만9388명에서 2014년 5월 1484만4616명으로 성장이 멈췄다. 이 기간 씨앤앰은 15개사에서 17개사로 덩치를 키우고 가입자를 206만5369명에서 245만7284명으로 늘렸다. 그러나 5대 사업자(티브로드 CJ헬로비전 씨앤앰 CMB 현대HCN)의 점유율이 65%에서 86%로 높아진 것에 비해 씨앤앰의 실적은 좋지 않았다. 반면 CJ헬로비전은 14개사에서 22개사, 가입자 234만9413명에서 406만9096명으로 늘었다.

IPTV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5대 복수종합유선종합사업자(MSO) 간 인수합병 경쟁이 심해지면서 매각으로 이윤을 남기려는 씨앤앰 대주주의 전략은 틀어졌다. 케이블TV 업계의 장기적 전망도 밝지 않다. 한 씨앤앰 관계자는 “이제는 (위약금 현금 지원 같은) 경쟁이 치열해져 과거에 가입한 고객 2명이 떨어져 나가면 3명을 가입시켜야 만회가 될 정도이지만 지금 씨앤앰은 오히려 가입자가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미래를 위해 투자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2013년 말 기준 씨앤앰의 자산은 1조957억 원인데 이중 부채가 8087억 원이다. 부채 중 장기차입금만 5759억 원이다. 회사의 절반 이상이 빚인 셈이다. 씨앤앰 관계자는 “이익의 상당수를 차입금 빚을 갚는 데 쓰고 있다”고 말했다. 연결감사보고서를 보면 씨앤앰은 지난해 430억 원을 이자지급에 썼다. 당기순이익은 755억 원 포함 미처분이익잉여금 920억 원 중 596억 원을 배당금으로 썼다. 지난해 이익 대부분과 쌓아둔 곳간을 주주에게 넘긴 셈이다.

▲ 서울파이낸스센터 20층에 입주해 있는 MBK파트너스 사무실. (사진=미디어스)

제값에 매각하거나, 노동조합을 없애거나

씨앤앰 대주주들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매각에 실패했다. SK와 롯데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씨앤앰 관계자는 “지난 1월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돼 점유율 규제가 완화되면서 티브로드에 인수 의사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잘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블 업계 침체로 동종업계 사업자들마저 등을 돌린 상황에서 씨앰앰과 대주주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손해를 감수하고 ‘제값’에 팔거나, 가격 인하 요소 ‘노동조합’을 깨끗하게 정리하거나.

이 같은 맥락에서 원청 씨앤앰이 △지난해 하도급업체 노동조합과 ‘업체 변경시 전원 고용승계’를 합의해놓고도 업체들의 ‘일대일 면접-선별 고용승계’를 용인해 74명의 대량해고를 방치하고 △‘최소업무’ 기준에 따라 준법투쟁을 하던 노동조합에 하도급업체 18곳이 동시다발 직장폐쇄를 단행했으나 여기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것은 ‘노조를 없애 매각가를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보인다. 오히려 씨앤앰은 노동자들의 순환파업, 준법투쟁 때부터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씨앤앰 관계자는 “우리는 티브로드 같은 기업이 아니다”고 항변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티브로드 협력사 노사는 14일부터 나흘 동안 집중교섭을 벌이기로 했으나 씨앤앰은 계획이 없다. 티브로드가 임금 동결을 제시했다면 씨앤앰은 20% 삭감안을 제시했다. 지난해보다 후퇴한 임금 및 단체협약안을 보면 회사가 파업을 유도했다는 분석에 설득력이 실린다. 그새 원청은 제3 업체와 초단기계약을 맺고, 방문판매조직과 일당 20만 원 대체인력을 수백 명 투입했다.

▲ 10일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이용우 변호사는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규탄 기자회견에서 “씨앤앰의 직장폐쇄는 부당노동행위”라고 비판했다. (사진=미디어스)

“이제는 제발 팔고 나가면 좋겠다”는 사측 직원

대주주가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하지는 않지만 결국 키는 이들이 쥐고 있다는 게 씨앤앰 안팎의 분석이다. 씨앤앰 ‘사측’ 관계자는 “노동조합과 트러블이 있는 것은 (매각을 추진하는) 주주 입장에서도 좋지 않은데 이 트러블을 계속 가져갈 것인지 주주가 결정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빚을 갚느라 경영이 어려워 도급비와 임금 인상이 노조가 원하는 대로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노동조합이 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씨앤앰과 대주주는 ‘노조를 지우는’ 쪽으로 가고 있다. ‘준법투쟁’ 과정에서 직장폐쇄가 단행된 것은 원청이나 주주의 방치 또는 개입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용우 변호사(법무법인 창조)는 10일 서울 광화문 MBK파트너스 앞 기자회견에서 “직장폐쇄는 예외적이고 엄격한 조건에서 해야 하지만 (씨앤앰은) 준법투쟁 과정에서 단행했고, 이것은 부당노동행위이자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이종탁 위원장은 “당기순이익 700억이 넘는 회사가 은행 빚을 못 갚아 흑자부도가 날 상황에 처했다고 하는데 매년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대주주에게 넘기고, 이제는 노동자의 일터를 매각가를 높이는 수단으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고용승계 합의를 파기한 뒤 74명을 계약만료로 해고하고, 직장폐쇄로 노동조합을 압박하는 목적은 ‘매각가 높이기’로 보인다. 대주주 빚을 갚다 만신창이가 된 씨앤앰이 노동자 600여 명을 벼랑 끝에 세웠다.

▲ 10일 MBK파트너스가 입주한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이날 노숙농성에 참여하기 위해 침낭을 가져온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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