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밤 10시부터 KBS1TV, MBC, OBS, mbn, YTN등 5개 방송사를 통해 방송된 '대통령과의 대화-질문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 열린 '대통령과의 대화-질문있습니다'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혹했다.

청와대는 이번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2주 동안 준비했으며, 8일 오후 4시간에 걸친 실전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주관한 KBS의 자유게시판과 다음 아고라,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의견을 보면, 국민과의 소통이 아닌 '대통령의 일방적 정책 홍보'에 그쳤다는 비난이 압도적이었다.

▲ '대통령과의 대화-질문 있습니다' 홈페이지.

방송 주관한 KBS, 게시판 폐쇄…네티즌 비난

특히 KBS는 그동안'대통령과의 대화' 홈페이지에 운영해오던 네티즌 질문 게시판을 이날 폐쇄해 네티즌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해당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없게 된 네티즌들은 방송이 시작되자 KBS 뉴스 게시판으로 옮겨가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KBS 뉴스게시판에 글을 올린 네티즌 'pia77ana'는 '뉴스게시판에 시청자 소감 남기게 하는 센스'라는 제목으로 "KBS 스타일이라면 토론게시판을 만들어 그곳에 시청자소감을 남기게 하는데 (이번엔) 아무 반응도 볼 수 없게 했다"며 "대통령 입맛에 맞는 질문만 골라서 소개하고, 비난 여론 피해가는 게 방송이냐"고 반문했다.

네티즌 'hudsonriver1'도 "이것이 대통령과 이 정부의 홍보물인지, 진정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들어야 할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기변명만 늘어놓는 자리인지 심히 불쾌하다"며 "그런 꽉 막힌 각본에 짜인 자리가 아닌 좀 더 참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당장 시청광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 KBS 뉴스게시판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의견.

다음 아고라 "전파낭비" "차라리 KTV 이용해라"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의견을 살펴봐도 "자화자찬식의 대통령과의 대화는 전파낭비"라는 비난 여론이 대다수이다.

네티즌 '바람돌이'는 다음 아고라 자유토론방에 올린 '대통령과의 대화, 국정홍보TV (KTV) 보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글에서 "100분 동안 결국 한 것은 MB PR로, 100분 동안 국민이 보고 들었던 것은 MB의 자화자찬이었다"며 "이럴 바에야 차라리 국정홍보TV(KTV)나 보라고 선전할 일이지 무엇 때문에 5개 채널이나 낭비하며 이 난리를 쳤냐"고 비난했다. 이어 "이번 쇼는 5공 땡전 뉴스와 전두환 담화문 발표 이후 최초의 국민의 시청 자유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일로 집단 소송감"이라며 "다시 한 번 또 이런 쇼를 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네티즌 '휴머니즘'도 '대통령과의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정책홍보'라는 글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동문서답으로 일관하고, 일방적인 정책홍보와 억지논리로만 일관하는 대통령의 성의 없는 답변이었다"고 비난했다. 또 "대통령과의 대화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통로가 아니라, 생색내기용 면피용 쇼가 아니었냐"며 "진정성 없고 질문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애써 외면하면서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하는 대통령의 성의 없는 모습에 환멸을 느낀다"고 성토했다.

청와대 자유게시판 "각본에 맞춘 대화" VS "대통령 응원한다"

청와대 자유게시판의 분위기는 다소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의 일방적 대화였다"라는 비난 의견과 "소통을 하고자 노력하는 대통령을 응원한다"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네티즌 '고려대장군'은 "대통령님과 국민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다"며 "여러 분야의 질문에 답해주신 모습은 진실이라고 믿겠다. 새로운 희망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네티즌 'pschris'도 "뒤늦게나마 이렇게 소통을 하고자 하시는 노력에 대해서는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며 "각각의 작은 의견을 잘 모아서 수렴하고 활용해서 보다 나은 진취적인 정책과 함께 우리나라를 이끌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대통령과의 대화-질문있습니다' 관련 글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들.
반면 네티즌 'hirocoom'은 "토론을 보고 이게 짜고 치는 고스톱인지 뭔지 모를 정도로 너무 경직된 분위기와 딱딱 맞춰진 최저예산 영화를 보는 듯했다"며 "동문서답식의 언변이 대부분으로 대화의 기술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jsugly'도 "과거 무용담과 자기자랑으로 끝나버린 100분, 똑같은 말뿐인 답답하고 대책없는 100분이었다"며 "현실을 바로 보고는 있는 건지 답답하다. 마치 각본대로 짜여진 100분 토크쇼 같았다"고 비판했다.

냉담한 네티즌들과는 달리,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과의 대화' 직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정현안을 체화된 식견과 실천력으로 다뤄 나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토론회였다"며 "일 잘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신뢰감을 국민에게 충분히 안겨주었다"고 긍정 평가했다. 이어 "특히 국민과 마음을 열고 진솔하게 대화함으로써 진정성이 전달됐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교수 글 화제…"혼자 원맨쇼 하는 분위기 될 것"

한편,네티즌 사이에서는 지난 8일 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진보신당 홈페이지에 남긴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별로 기대할 것 없을 겁니다. 이미 청와대에서 예행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니, 아예 판 깔아주고 혼자 원맨쇼 하는 분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참여자가 많으니 어차피 패널들은 질문만 할 테고, 거기에 이명박이 길게 대답을 하는 형태가 될 겁니다. 자유로이 논쟁이나 논박이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죠. 이미 예상 질문에 모범 답안 다 만들어 놓고 연출하는 쇼이니, 차라리 안 보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듯합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진 교수의 예언이 적중했다" "진중권을 예언자로 만든 2MB"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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