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17.11.22 수 23:13
상단여백
HOME 미디어뉴스 인터뷰
“MBC, 아직 끝나지 않았다…마봉춘으로 돌아갈 것”[인터뷰]MBC 이성주 본부장, "공정보도는 끝내 지켜야 할 명분이자, 명령'
권순택 기자 | 승인 2014.06.17 12:01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시작된 KBS사태가 길환영 사장 해임으로 한 고비를 넘어서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MBC로 쏠리고 있다. KBS가 '튀어나온 못'이 되어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MBC의 보도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하지만 MBC는 너무 조용하다. 오랜기간 보수집단으로부터 ‘노영방송’이라고 비난받던 MBC는 2012년 ‘공정방송’을 내걸고 170일간의 파업을 진행한 이후 급격히 순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이들이 떠났고, 남아서 싸우려는 이들은 각종 징계와 업무 배제의 곤욕을 치뤄왔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2012년 170일간의 파업 이후에도 MBC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 6월 11일 이성주 본부장이 권성민 PD 징계와 관련해 1층 로비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미디어스

MBC는 얼마 전, 세월호 참사에 대한 MBC보도를 비판한 기자2명이 보도국에서 밀려났다. 세월호 참사 관련해 문제성 보도가 나갈 것을 걱정해 이를 동료들에게 카톡으로 알린 기자는 정직 1개월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 뿐이 아니다.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엠병신 PD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던 예능PD는 정직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당했다. 

“MBC, 회사의 DNA를 바꾸는 작업 진행중”

MBC 이성주 본부장은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MBC의 지금을 말하기에 앞서 2012년 파업 이후 MBC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회사가 MBC의 DNA를 바꾸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작업들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파업 당시 법원이 판결문에서 경영권 남용이라고 이야기했던 부당징계 인사와 관련해 문제의식을 같이 느끼고 동참했던 보직간부들은 다 제거됐다. 기자들 역시 파업에 참여했거나 여러 가지 내부적인 문제를 제기했던 기자들을 계속해서 밖으로 내보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사람을 채워 넣는 그런 일들이 계속 진행돼왔다. 파업이 끝난 지 1년 6개 월 동안 벌어진 일이다. 그 결과,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는 취재기자가 100명이라고 치면 그 중 절반은 파업 이후 대체(시용)·경력으로 들어온 이들로 채워졌다. 특히, 그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보도를 해야하는 정당, 법조팀은 완전히 차지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보도에 대해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그 이전부터 취재망은 이미 붕괴돼 있었다고도 했다. 결국, MBC의 ‘보도참사’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는 말이다. 목포MBC 기자가 ‘전원구조는 불가능하다’는 보고를 했지만, 윗선에서 묵살된 이유 또한 MBC의 '붕괴된 취재망'에 원인이 있단 고백이다.

   
▲ 지난 11일 MBC 이성주 본부장을 MBC노조사무실에서 만났다ⓒ미디어스
이성주 본부장은 “일선 취재를 잘하도록 지휘하는 부장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 인해 오보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며 “또, 정부에 누가 되는 보도는 철저하게 죽였고 대신 대통령 보도에 대해서는 항상 톱으로 배치되고 비판 없이 다뤄졌다”고 개탄했다.

KBS 사태는 KBS 막내기자들의 ‘반성문’에서 시작됐다. 이런 움직임이 MBC에서 없었던 것은 아니다. MBC기자회 소속 121명의 '기레기' 논란이 거세진 이후, 기자들은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국가의 무책임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를 위로하지는 못할망정…(MBC보도는)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보도였다.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 저희 MBC 기자들에게 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보복징계였다. 시작은 같았지만 결과는 KBS와 정반대로 나타난 셈이다.

이성주 본부장은 “회사는 사과는커녕, 기자들이 낸 사과의 목소리 자체를 폭압적인 행태로 찍어 눌렀다”며 “권성민 PD의 경우, 오죽 답답하고 안타까웠으면 자기를 스스로 ‘엠병신’으로 비하하면서 글을 썼겠나. MBC 구성원들이라면 동일한 심정을 가지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권 PD는 현재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고 재심을 요청한 상황이다. 그러나 재심을 통해 구제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게 MBC 구성원들의 판단이다.

“경영진들, MBC 정상궤도 바라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선장이라면 배에 어떤 문제가 있고 그에 대해서 비판 목소리가 있을 때, 잘못한 것이 있는지 돌아보고 지금 가는 방향이 옳은지 생각해보고, 키가 잘못 돌아가 있으면 바로 잡아야하는 게 상식적인 수순이다. 그런데 현재 MBC는 일단 입부터 막는다. 과연, 그들이 정말 MBC라는 회사를 정상궤도로 올리는 것을 바라는 사람들인가”

굳게 닫힌 문, MBC의 현재다. MBC 안광한 사장은 2012년 파업 노동자들을 부당징계한 당사자(당시 인사위원장)이다. 권재홍 부사장은 ‘허리우드’ 논란을 일으켰던 당사자이다. 이진숙 보도본부장은 ‘김재철의 입’으로 불리며 당시 기획홍보본부장에 있던 인물이다. 뿐만 아니다. 시사제작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김재철’의 사람들이 현재 MBC 주요 요직을 모두 꿰찬 상태다.

   
▲ 무릎 꿇고 오열하고 있는 이성주 MBC노조위원장 (사진=언론노조)
이성주 본부장은 “KBS의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나 장영주CP 같이 내부 고발 내지 폭로, 문제를 제기할 여지가 있는 사람은 이미 다 정리가 됐다. 그래서 지난 기자회견에서 ‘KBS가 잘못하면 MBC처럼 된다고’고 말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MBC 구성원들이 KBS의 상황을 보는 시각은 그래서 복잡하다. 응원은 하지만 염려도 크다. 김재철 사장이 물러난 이후 MBC는 오히려 악화일로의 상황을 걸었다. 

“2012년 MBC는 현재 KBS와 같았다. 편향기사에 대한 기자들이 제작거부로 시작됐고, 노조 파업으로 이어졌다. 당연히 제작거부나 파업이라고 하는 것은 외부적인 효과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MBC조합원들이 일손을 놓는다고 한다면 티가 안 난다. 뉴스는 정상적으로 나갈 것이다. 오히려 회사는 쾌재를 부르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실제, 기자회 성명이 나온 다음 부장들은 ‘왜 제작거부를 안하느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2012년 MBC와 지금 MBC에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이성주 본부장은 “조직문화”라고 답했다. 이성주 본부장은 “MBC는 그 어떤 조직보다도 현장에서의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극대화됐던 조직이었다”며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로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사랑을 받았다. 현재의 <뉴스데스크> 포맷을 처음 만들 것도 MBC였고, 카메라 고발 프로그램도 처음 시작된 곳 역시 MBC이다”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MBC는 구성원들 모두가 회사를 ‘자기의 것’인양 모든 열정을 바쳤던 곳인데 그런 분위기가 이제 없어졌다”며 “끝없이 사람들을 나누고 제외시키고 징계를 주고 그런 회사가 더 이상 나와 가깝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MBC 싸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2년 170일 간의 파업으로 MBC 구성원들은 큰 내상을 입었다. 외부에선 현재 MBC 상황을 두고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가 시작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2년 우리가 시작한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성공이냐 실패냐는 아마도 훗날에 가려질 것이다. 현재 MBC의 객관적 상황이 썩 좋지 못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70일 파업으로 언론노동자들의 근로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공정보도’라는 판결문을 우리는 얻었다.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명분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국민들이 우리에게 주는)명령이기도 하다. 그 명령을 우리는 가슴에 품고 갈 수밖에 없다. MBC를 바라보면서 지금은 좀 실망스럽고 외면하고 싶겠지만 이 싸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끝까지 싸워서 다시 옛날의 마봉춘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MBC를 외면하지 말고 잘 지켜봐 달라”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권순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안현우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Copyright © 2011-2017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