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간접고용을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절감이다. 현대자동차에서는 같은 곳, 한 라인에 서있더라도 직접고용 정규직과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월급은 수배 차이가 난다. 또 간접고용은 노동조합을 사전에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도급, 하청, 파견 등 간접고용 방식 중 노동조합을 막으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급’이다. 셋은 한끝 차이지만 이중 도급은 아예 노동법 소관이 아니다.

그동안 사업장별로 하청, 도급 노동자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2000년대 초부터 학교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최저임금’을 지켰고,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비용절감의 임계점은 청소용역노동자에서 대기업 하청노동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무노조 경영’ 재벌에서도 문제가 터졌다. 지난해 티브로드, 삼성의 하도급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진짜 사장을 찾고 있다.

“간접고용이 만든 양극화, 임계점 찍었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을 맡은 강문대 변호사(법무법인 로그)는 11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모순을 말단에 있는 간접고용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는데 이 같은 구조에서는 노동자들이 아우성을 칠 수밖에 없다”며 “생존의 토대가 되고 생활의 필수적인 서비스를 하는 노동자들의 처우와 조건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은 (기업이) 그들을 소모품과 부속품 정도로만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문대 변호사. 인터뷰는 11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사진=미디어스)

강문대 변호사는 “물론 기업은 비용절감을 위해 간접고용을 활용하지만 업체를 바꾸고 돌리면서 인원과 노동조합을 통제하면서 사용자 책임을 피하는 것은 분명한 ‘패악’으로 볼 수 있다”며 “오직 ‘원청 바깥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자비한 착취를 행하고 있고, 최근 간접고용노동자들의 싸움은 이런 구조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왔다는 절박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양극화와 분노가 임계점에 다다랐다.”

“양극화 문제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심각했다. 당시 정책당국에서도 이 단어를 자주 썼다. 정부에서도 포착하고 대중도 수긍한 것이다. 지금 양극화가 가속화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괴리가 너무 크다. 비교대상조차도 없을 정도다. 흔히 말해 ‘노동시장’도 이원화됐고, 노동과 자본 몫 차이도 심해졌다. 중첩된 양극화다. 그리고 이 모순의 말단에 간접고용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지 않겠나.”

간접고용 문제가 ‘무노조’ 삼성에 균열을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장이 ‘삼성전자서비스’다. 삼성전자는 AS, 상담 업무를 자회사 삼성전자서비스에 맡겼고, 이 회사는 이를 하도급으로 넘긴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는 삼성 옷을 입고 삼성 명함을 돌리지만 삼성 직원이 아닌 사람이 많다. 아무리 좋게 봐도 ‘간접고용’이고 냉정하게 보면 ‘불법파견’이다. 지난해 7월 노동조합을 만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간접고용과 사용자 책임 문제를 핵심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강문대 변호사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노숙을 마다 않고 투쟁하고 있다”며 “어느 수준에서 현실적으로 합의할 수 있을지 예단할 수 없지만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라는 점에서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 AS기사들은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무기한 파업을 시작했다. 그 동안 삼성은 페이퍼 노조를 만들거나 노조를 회유하는 방식으로 창사 이래 76년 동안 ‘무노조 경영’을 고집해 왔다. “사상 초유의 일”이고 삼성공화국에서는 상상 못할 일이다. 삼성은 사장단 회의에서 ‘노조 대응 매뉴얼’을 논의할 만큼 노동조합 문제에 민감하지만 결국 천명이 넘는 조합원이 가입한 노동조합이 생겼다.

매뉴얼을 작동하지 못할 정도로 삼성 내 노동문제는 심각하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다른 기업에 비해 강도가 세다. 강문대 변호사는 “삼성은 사장단 회의에서 다룰 만큼 의지가 강한 게 맞다”면서도 “삼성을 너무 신비화하거나 전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내부 문건을 갖다 주는 사람이 있는 만큼 현실에서 싸움이 가장 중요하다”며 “삼성은 에버랜드 노조를 막지 못했고 삼성전자서비스에도 노조가 생겼다. 지금 삼성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사장을 평가할 때 ‘노조 대응’을 중요하게 보는 만큼 관철력이 강할 것이다. 그러나 삼성의 매뉴얼은 ‘불법’이 전제이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 간다면 노동자들의 요구가 관철되리라 본다. 에버랜드 노조도 틀어막았지만 결국 활동을 막지 못한다. 법원은 삼성이 노조 활동을 무리하게 막았다고 제재했다. 삼성도 기업 이미지에 영향이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매뉴얼을 그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삼성은 만만찮다. 언론은 관심은 노동자가 아닌 이건희 회장이다. 기자들은 노동자들이 노숙농성을 시작하기 아흐레 전 쓰러진 이씨의 차도를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이건희 회장 입원 한달…차분한 삼성그룹>이라는 기사가 있을 정도다. 언론은 노동자들 파업 소식을 사회면 구석에 내보내거나 아예 않는다. 전북대 김승수 교수는 ‘삼성정보자본주의’가 ‘부의 삼성화’와 ‘국가의 삼성화’를 떠받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문대 변호사는 “삼성이 유리하게 출발하는 건 맞다”면서도 “주눅들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백혈병 문제도 그렇고 에버랜드 부당노동행위도 결국 이기지 않았나. 아무리 삼성이라도 사법부가 용인할 수 없는 선이 분명 존재한다”며 “삼성이 권력을 동원하고 여론을 뒤흔들더라도 모든 사법부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에는 정보와 권력이 있지만 결정적인 건 결국 ‘힘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노조탄압의 마지막 벽, 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는 삼성식 ‘반노동’ 정책의 최대 파트너다. 이 정부의 노동정책은 ‘가만히 있으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법외노조로 못 박았고,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을 진압했다. 한국사회와 관료사회에는 ‘반노동’ 정서가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노동조합의 존재를 부정하는 데까지 나갔다. 강문대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에는 헌법이 규정한 노동3권 개념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칼 들었다고 그냥 휘두르는 행태”다.

강문대 변호사는 “노동조합은 껄끄럽다고 해서 없는 셈 치거나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자본가 입장에서 노동조합은 불편한 존재이지만 헌법은 노동조합을 인정하며 같이 살아가라고 한다. 더구나 정치의 영역에서 노동조합은 ‘상수’다. 그런데 이 정부는 통제하고 타격해 ‘변수’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철도노조 파업의 쟁점인 철도분할 정책은 ‘노조에 대한 타격’을 빼면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문대 변호사는 전임 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 때처럼 민변 노동위원회가 현장에 결합하면서 법률 ‘싸움’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현장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마다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며 “그리고 개별 사건에 대한 소송 다툼부터 노동법 해석까지 책상에 앉아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 있는 모순을 담론으로 만들어내는 데 노동위가 최대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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