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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숙 8일째 “삼성과 언론의 거짓말, 참을 수 없다”[인터뷰] 삼성전자서비스 ‘애니콜’ 기사 이태한씨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박장준 기자 | 승인 2014.05.28 08:52

이태한씨는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서 스마트폰을 수리하는 애니콜 기사다. 이씨는 19일 600여명의 동료와 서울 서초동 삼성빌딩숲에 침낭을 펼쳤다. 노숙 8일차인 지난 26일 그를 만났다. 인터뷰는 한 시간 반이나 미뤄졌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지회장 위영일)는 이날 고 염호석씨 추모문화제를 마치고 삼성전자 서초사옥 주변을 행진하려 했다. 그러나 경찰은 병력 12개 중대를 동원, 단 1미터의 이동도 허락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18일 염호석씨의 시신을 탈취한 이후 쭉 삼성 사옥을 지키고 있다.

“삼성이 이렇게까지 대단할 줄 몰랐다”

2006년 입사한 이씨는 원래 PC만 고치던 수리기사였다. “입사 3년 동안 밤 12시 전에 집에 들어간 적이 없을 정도였고 월급도 300만 원 이상”이었다. 그런데 원청 삼성은 수수료를 낮췄다. 이씨는 TV와 에어컨 자격증을 따고 일을 늘렸지만 수수료는 또 떨어졌다. 결국 에어컨 자격증까지 땄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별이 아빠’ 최종범씨도 에어컨 기사였다. “종범이형은 몸이 아프신 어머니가 있어 남들보다 일을 더 했다. 그런데 노조가 생기니까 회사는 조합원들 일을 줄였다. 형은 정말 힘들어했다.”

이태한씨는 시스템에서 ‘삼성’ 마크가 모두 사라졌고, 그럴수록 조합원들 일감이 줄었다고 했다. 그는 고 최종범씨와 지난 17일 정동진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숨진 채로 발견된 염호석씨의 죽음에는 언청 삼성전자서비스가 있다고 생각했다. 고 염호석씨의 마지막 월급은 40만 원이었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삼성전자서비스 현장, AS노동자들의 기본급은 120~140만 원 수준. 여기엔 기름 값과 밥값이 포함돼 있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탓에 하루 8건 이상은 해야 월급 200만 원을 채운다. 심지어 마이너스 성과급도 있다.

   
▲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출입구 중 하나. (사진=미디어스)

모든 방법 동원해 ‘급여’ 틀어막고, 비조합원에게 ‘일감’ 몰아주고

삼성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급여’를 틀어막고 있다. 삼성은 협력업체 사장에게 스케줄 조정 권한을 줬다. 협력사 사장에 조합원 동향을 파악하고 ‘부당노동행위’까지 보도하도록 지시한 삼성은 이제 비조합원에게 일을 몰아줄 수 있는 시스템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삼성은 콜센터에 전문상담원을 늘려 방문AS 건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상황과 기사의 능력에 따라 수임시간이 다른데 이제 스케줄 조정 권한이 사장에게만 있고, 콜센터에서 일을 줄였다. 회사는 비조합원에게 일을 몰아준다. 가장 실질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이태한씨는 “급여를 줄여 생계를 압박하니까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씨 같은 ‘애니콜’ 기사는 삼성전자서비스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직종 중 하나다. 에어컨 기사는 여름에 바짝 벌어 겨울을 버티지만 휴대전화 수리기사는 일 년 내내 수입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노조 결성 뒤 회사들은 조합원을 밖으로 돌리고 있다. 이태한씨는 “내가 있는 천안만 하더라도 센터가 두 곳 있고 애니콜 기사가 40명이나 있는데 조합원은 나 혼자”라며 “이것도 하지 못할 상황이었는데 보름이 넘게 싸워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노동조합은 “주 40시간 일하자”고 했다. 기사들은 퇴근이 빠를수록 급여가 줄어드는 처지다. 이태한씨는 그래서 노조 초기 늦게까지 일한 적도 있다. 그런데 문득 이게 잘못이라고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회사는 늦게까지 일을 시키려고 하지만 늦게까지 한다고 해서 급여를 정상적으로 주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원청이 하청에 주는 도급비용을 다 알고 있다. 물론 비조합원 위주로 일을 주니까 월급날 괴롭긴 하지만 예전 자정까지 일하면서 집 회사 집 회사 쳇바퀴 돌 듯 사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도급비와 급여명세서를 비교하면 중간착취가 심하다. <미디어스>가 추가로 확인한 도급비 내역, 급여명세서를 보면 한 노동자의 수수료 총합은 570만 원인데 급여는 절반이 채 안 됐다. 회사가 5.5 정도를 가져가고 나머지 4.5를 기사에게 주는 식이다. 또 다른 노동자의 경우 도급비와 급여는 달랐으나 그 비율은 거의 같았다. 삼성이 기사들을 직접고용하거나 도급비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제대로 감시한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삼성은 지금껏 “협력사 노사 문제”라며 ‘바지사장’을 진짜 사장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7월 노동조합을 만들고 삼성이 ‘강경’ 대응하면서 사람이 셋 죽었다. 이태한씨는 동료들의 죽음을 원망했다. “살아서 싸워야지 왜 죽어서 싸우려고 하는지… 정말 원망 많이 했다”고 말했다. ‘혹시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는 걸 후회하지는 않느냐’고 묻자 그는 “노조를 안 해도 잘 살 수는 있다. 애니콜 수리 늦게까지 하면 된다. 근데 노조는 계속해야 한다. 삼성과 회사는 자신들이 지금껏 한 일을 안 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업무 지시, 감사 이런 것도 안 했다고 한다. 거짓말을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숙농성하며 쓰레기 안 치운다? 기자들도 못 믿겠다

기자들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다. 언론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동정’은 비중 있게 다루면서 노동자의 ‘죽음’은 사회면 한 구석에 집어넣었다. 이태한씨는 “기자들이 오면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고 ‘빨리 가라’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노숙농성을 하며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다고 보도한 언론도 있었고, 위장도급과 건당 수수료 문제를 보도할 때 삼성의 주장을 사실인양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많았다며 “기사를 보면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발 우리에게 한 번이라도 물어봐 달라”고 부탁했다.

이태한씨는 “우리가 이렇게 싸울 수 있는 이유는 삼성의 거짓말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바지사장’과 경총을 내세워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경찰과 언론은 삼성 편에서 삼성을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노숙농성은 무기한이다. “할 짓이 있고 못 할 짓이 있다. 지금 삼성과 언론엔 그런 게 없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우리는 CS가 몸에 밴 사람들이다. 지금 표출되는 건 내 가족, 내 동료가 죽었고 죽고 있기 때문이다. 싸워서 정당한 권리를 누리려고 왔다. (춥지는 않나?) 침낭도 거리도 생각보다 따뜻하다.”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무기한 노숙농성장 모습. (사진=미디어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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