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5시30분,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들과 옥천 주민들 100여명이 풍물소리와 함께 ‘옥천 언론대행진’을 시작했다.

한 대 뿐인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이들은 옥천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서울과 달리, 거리 행진을 막는 어떠한 세력(?)도 없었고, 오히려 경찰이 앞서 이들의 행진 방향을 안내했다. 행진했다고 연행하는 세력 또한 없었다.

▲ 전국언론노동노합 노조원과 옥천 주민들이 ‘옥천 언론대행진’을 하고 있다. ⓒ송선영

사람들의 얼굴 표정은 밝았고, 발걸음 또한 가벼운 듯했다. ‘쟤네 뭐하는 애들이여~’라는 듯한 버스정류장 할머니들의 눈길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옥천 주민들은 행진하는 이들을, 그리고 ‘옥천 언론대행진’ 자체를 낯설게 바라보지 않았다.

▲ 버스정류장에 있던 할머니들이 ‘옥천 언론대행진’을 바라보고 있다. ⓒ송선영

올해로 여섯 번째인 ‘옥천언론문화제’는 옥천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언론문화제는 ‘언론’을 논하는 자리이기 전에, 옥천 주민들과 아이들에게 하나의 놀거리를 제공해주는 ‘장’ 역할을 했다. 그래서 행사 내내 가장 즐거워했던 쪽은 행사를 주관한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아닌 ‘아이들’이었다.

조선일보 바로보기 운동이 시작된 옥천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조중동 떡메치기 콩가루 만들기’를 위해 떡메를 들었다. 아이들은 조선일보가 어떠한 언론인지, 곳곳에 전시돼 있는 조선일보의 친일 행적과 왜곡보도 사례, 그리고 송건호 선생의 ‘역사 앞에 거짓된 글을 쓸 수 없다’는 글을 통해 스스로 보고, 느끼며 자랄 것이다.

조중동을 향해 떡메를 치고 콩가루를 만들어 지은 인절미를 함께 나눠먹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옥천이었다.

▲ 아이들이 ‘조중동 떡메치기’를 하고 있다. ⓒ송선영

오후 7시부터 진행된 대동마당은 옥천주민들의 공연으로 이뤄졌다. 아빠와 함께 나와 노래를 부르는 옥천 삼양유치원 이예진 어린이에서부터 직장인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한 아주머니, 경희무용학원 소속 어린이들까지…. 주민들이 언론문화제의 한 축을 담당해 행사를 꾸려가는 모습이었다.

▲ 옥천 삼양유치원 이예진 어린이가 아빠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송선영

인구 6만이 안되는 곳인 옥천에서도 촛불은 켜졌다. 주민들은 촛불과 함께 ‘사수하자 공영방송’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었다. ‘소박한 촛불’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조용하던 충청도 사람들은 어떻게 촛불 드는 법을 알았을까.

▲ 언론문화제에 참석한 옥천 주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송선영

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을 비롯한 언론인들과 옥천 주민들, 언론문화제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성공회대·순천향대·충남대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대학생들은 “기자가 되고 싶은데 기자의 자질이 무엇이고 어떠한 점을 갖춰야 하는지 알고 싶다”는 공통된 질문을 현직 언론인들에게 던졌다.

▲ ‘사수하자 공영방송’ 팻말을 든 한 아이. ⓒ송선영

이에 한겨레 서정민 기자는 “기자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논술, 작문, 상식을 준비하는 것보다 ‘세상에 대한 애정’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서 기자는 “이러한 마음 없이 ‘폼 나는 직업’으로 기자를 생각한다면 ‘영혼 없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샐러리맨’이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사회를 좀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를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고, 세상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고민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과 현직 언론인들이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송선영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대학생 대부분은 현직 언론인들과 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만남 자체를 떨려했다. 고맙게도, 언론문화제는 이들이 안고 있는 고민의 한 축을 덜어줬다. 그들이 소망하는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선배로부터 들은 한 마디 때문에, 적어도 이들에게 이날 하루는 ‘잠 못 드는 밤’으로 기억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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