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비행기, 선박에 밀렸던 기차가 다시 뜨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자는 세계적 공감대가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몇 달 새 국제유가가 폭등세를 보이자 철도가 부활하는 모습이다. 여기에다 해로·항공·도로체증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철도이용이 활성화되고 있다.

기차는 자동차나 비행기에 비해 연료 효율성이 훨씬 높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훨씬 낮다. 디젤 기관차는 1갤런의 연료로 화물 1t을 700km나 운송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비해 1/10 가량의 연료를 소모한다. 이산화탄소도 기차는 자동차에 비해 1/8 가량 내뿜는다. 철도가 친환경, 고효율의 교통수단인 것이다.

▲ 한국경제 4월21일자 12면
과중한 유가부담으로 미국에서는 금년 1/4분기 900여개의 운송회사가 도산했다. 항공사는 유가부담과 승객감소로 인해 경영난이 심각하다. 반면에 철도이용객은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의 암트랙은 지난 2년 동안 승객이 17% 증가했다. 영국에서는 철도이용률이 지난해 2차 대전 수준으로 올라갔다. 당시 전쟁물자 수송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 감소세를 보여왔던 것이다.

경영난에 봉착한 항공·운송회사들이 그 타개책으로 철도회사와 경쟁이 아닌 협력방안을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미국의 택배회사인 페덱스가 유럽 화물을 비행기 대신 고속철도로 이용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 항공사들은 단거리 통과여객을 철도로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에어프랑스는 지난 7월 초 유럽에서 가장 큰 민영철도회사 중의 하나인 비올리아와 제휴방안을 논의했다.

독일의 도이체 반은 금년 초 러시아, 중국의 국영철도와 손잡고 함부르그와 베이징을 잇는 장장 1만km를 시험운행했다. 시간과 비용이 해상운송에 비해 크게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화물운송에 나설 계획이다. 유럽과 중국을 잇는 ‘유라시안 육지교량'(Eurasian land-bridge)은 여러 나라의 철도회사와 연결되다 보니 진통이 예상되나 현실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철도가 부활하자 차량 경량화와 철도망 확충을 위한 투자가 활발하다. 유럽은 2010년까지 6,000km의 고속철로를 개설한다. 중국은 2020년까지 1만km를 개설할 계획이다. 자동차의 본고장으로서 철도투자에 게을리해온 미국은 암트랙에 대한 정부지원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철도회사 주식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최근 벌링턴 노던 산타 페 지분 18%를 57억달러에 매입했다.

시베리아 쪽에서도 투자가 활발하다. 일본 정부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를 잇는 철도 9,300km의 고속화와 최신차량 도입을 지원할 계획이다. 시베리아 육상수송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일본의 전략이다. 그 일대 자원개발에 진출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북한은 러시아와 손잡고 나진~두만강 철도와 나진항 현대화에 나섰다. 협조협정을 체결하고 곧 착공단계에 들어간다는 것이 조선중앙방송의 보도이다.

한국은 고속도로망 확충에 치중해 왔다. 1970년 457.5km에서 현재 3,368km로 8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철도는 1960년 3,032km에서 2005년 3,392km로 360km 늘어나는데 그쳤다. 비체계적인 투자로 인해 도로, 철도, 항공이 따로 따로 놀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물류수송망을 구축해야 한다. 간선축은 철도가 맡고 지선은 도로가 맡는 체계로 말이다.

인류는 새로운 실크로드의 개통을 앞두고 있다. 한반도종단철도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되도록 서둘러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미 다른 나라들이 대륙을 잇는 철도사업에서 앞서가고 있다. 여기에는 외교역량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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