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글쓰기>는 2월 출간 이후 3달 동안 27쇄를 찍었다. 김대중 대통령 때는 연설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노무현 대통령 때에는 연설비서관으로 8년 동안 대통령의 연설문을 다듬었던 강원국 메디치미디어 편집주간이 쓴 글쓰기 책이다. 그는 회사에 휴직을 낸 후 몇 달 만에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강원국 주간은 여기저기에서 인터뷰를 많이 했지만 주로 두 전직 대통령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였다. <미디어스>는 그를 만나서 한국 사회에서의 글쓰기와 한국 정치에 관한 폭넓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글쓰기에 관한 책이기도 하면서, 정치적인 얘기이기도 하다. 글쓰기 책으로 본다면 실용적인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의도는, 글쓰기에 대한 책을 쓰고 싶었다. 정확하게는 ‘대통령 연설문’을 소재로 한 글쓰기 책이었다. 일전에 김두식 선생을 만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씀하신 글쓰기 원칙들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대단한 흥미를 보이더라. 그래서 전임 대통령들의 글쓰기 원칙이 글쟁이들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글쓰기에 대한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원칙들이 변호사 업무를 할 때 형성된 것인지, 정치를 하면서 형성된 것인지는 나도 궁금하다.
글쓰기 책으로 기획한 건 그래야 이후에 각 기업에 글쓰기 강연 등을 다니면서 내가 밥을 먹고 살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재가 김대중 노무현 두 분 대통령의 글쓰기다 보니까, 마치 노무현 대통령 회고록 비슷하게 소비된 측면이 있다. 한편으로는 고마운 면이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의도한 것이 그게 아니란 생각도 든다. 애초의 의도는, 글쓰기 책을 쓰되 딱딱하게 서술하기보다, 두 분 대통령 연설문과 일화를 통해 말랑말랑하게 서술하려는 것이었다. 향후의 생계를 생각하면 각 기업에서 글쓰기 강연에 섭외해 줘야 하는데 정치색만 부각되어 그런 섭외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웃음). 하지만 두 분 대통령이 말하기와 글쓰기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하신 분이었기 때문에, 두 분의 연설문을 소재로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쓴 건 떳떳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말씀하신대로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 정치적으로는 어떤 평가를 내리든 전직 대통령 중에서 가장 글쓰기에 친화적인 이들이었단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책을 보니 시간 순서대로 서술한 것도 아니고, 나름의 목차를 통해 글쓰기의 문제를 보여주려고 한 의도가 보였다. 또한 다른 전직 대통령들의 연설문에 대해서도 들은 바에 대해서 쓰신 것들이 있더라. 하지만 인터뷰들을 보니 매체에서 소비된 방식은 아무래도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회고적 이야기라는 측면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그런 질문이 많이 나왔다. 대답을 하다 보니 나 역시 그런 부분을 부각시키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특히 지금이 박근혜 정부 시기이고 하다 보니 사람들이 책을 통해 과거에 대한 향수를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대통령 연설문 작성까지 포함하여, 이십여년을 연설문 작성을 하셨다. 그런데 한국 사회가 말하기나 글쓰기 능력을 높게 평가해 주는 곳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런 일을 이십여년 하면서 본인 스스로 얻은 것이 있다면.
기업 회장들이나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하면서 얻은 것은 그들의 위치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한 경험이 아닐까 싶다. 가령 대학교에 입학하고 몇 개월이 지나면, 고등학교 3학년 때에 비해 시간적으로는 몇 개월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생각하는 것이 많이 달라지지 않나. 집에 와서 다시 고등학교 교과서를 보면 이런 걸 가지고 3년을 공부했나 싶어서 화도 나고 그런다(웃음). 몇 개월 사이에 그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위치가 달라졌고 다각도로 생각을 해야 할 상황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 회장이나 대통령 같은 사람들도 자신들의 위치가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다. 그들의 위치에서 볼 때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함께 경험해볼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한다. 두 분 대통령이 생각한 방식을 돌이켜보면, 현상이 아니라 본질을 보려고 한다. 현실보다는 미래를 보려고 한다. 또 통념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상대편의 논리를 배제하지 않으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 FTA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도 다각도로 생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우리 진영만 생각해서는 내릴 수 없는 결론이었다고 본다.
그런데 참 그게 쉽지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순간순간 화를 내다가 ‘내가 이러면 안 되지’라고 스스로 추스를 때가 있었다.
지금의 대통령이란 것이 사실상 일을 할 수 있는 시기는 3년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 시간 동안에 자신이 한 일의 성과를 보기란 어렵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의 한국 대통령은 씨를 뿌리는 자리지 거두는 자리가 아니다. 가령 IT산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씨를 뿌린 것이 아니라고 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씨를 뿌린 것을 김대중 전 대통령 때에 거둔 거다. 한류열풍의 경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씨를 뿌린 것을 지금 거두고 있다고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대통령 전용기’ 구입 논쟁이 있었다. 논란이 많았고 결국 구입하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대통령 전용기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하더라도 정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도중에 쓸 수는 없었다. 자기가 쓰지도 못할 걸 왜 논의하냐고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은 그런 식으로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자리다.
-남북정상회담의 경우도 임기말에 본인이 성과를 낸다기 보다는 후임을 위해 대화록도 남기고 했는데, 남긴 것이 ‘NLL 포기’ 논란 등으로 악용되는 상황이 왔다. 피해갈 수 없는 주제일 것 같은데,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진영에 따라 극과 극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인 듯한데.
박근혜 정부의 행보를 보면 나도 부글부글 끓는 부분이 있다. 지금의 상황을 노 전 대통령이 봤으면 어떻게 생각하셨을까를 생각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정말 안타까워 하셨을 것 같다. 전직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하셨을 것 같다.
사실 지금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호기였다. 위기는 곧 기회라 했는데, 그 기회를 날려버렸다. 국민들은 우매한 것 같아도 정확하게 보는 측면이 있다. 대통령의 진심이 국민들의 마음에 와닿지 않는 거다. 사과의 형식이 어떻고, 시점이 어떻고 하는 것이 납득이 안 갈 거다. 참모들이 문안을 다듬고 했던 모습이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참모들이 꼼지락거릴 틈이 없었다. 그런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사과라고 하면서 날짜도 틀리고, 프로답게 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부에 많이 속아봐서, 어떤 면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의 국민들보다도 더 예민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부분이 있다. 정부가 어설프게 자신들을 속인다고 생각하면 금방 알아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계속 이런 식으로 대응할 것 같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에 비해서도 언어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사태에 대응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한국 사회 자체가 언어적인 의사소통으로 업무처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언어에 능하면 사는데 편해야 하는데, 생활인들을 봐도 안 그런 경우가 많다. 내용 전달보다는 상사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든지, 같은 내용을 제출해도 성공하면 상사의 아이디어가 되고 실패하면 내 아이디어가 된다든지. 글쓰기 자체가 힘을 가진 것이 아니라 그저 권력자의 말이 힘을 가질 뿐이다. 이런 사회에서 글쓰기에 공을 들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원래 말하기의 경우 메시지는 30% 정도만 영향을 미친다. 나머지 70%는 메시지 이외의 다른 요소가 좌우한다. 말 자체를 보지 않고 말하는 사람의 성향 등을 보고 예단한다. 다른 요소들로 인해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이 중요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말씀하신대로 글로 소통하지 않는 정부라고 볼 수 있다. 자기가 검토하지 않고 남들이 써준 연설문을 읽기 때문에 소통이라 보기 어렵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문을 읽어도 그게 대통령의 진심인지 아닌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에겐 나름의 진심이 있는데 그것이 전달이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건 사실상 자신이 만든 상황이다. 글쓰기를 할 수가 없는 사람이어서 그렇게 행동하는지 모르겠으나, 그렇게 행동해서는 대통령의 의중이 전달이 될 수가 없는 거다.
하지만 글쓰기 자체만 두고 보자면, 앞으로는 말과 글의 시대가 온다고 본다. 한국 사회의 역사로 본다면 조선시대 이후 처음으로 말과 글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라 본다. 해방 이후 한국 사회는 말과 글이 억압된 사회였다. ‘말 많은 사람 공산당’이라 하지 않았나. 하지만 앞으로는 SNS를 봐도 그렇고, 더 이상 말과 글을 억압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창조경제를 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다음 세대가 말과 글을 통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부가 인지해야 한다.
결국 말과 글은 생각에서 나온다. 함석헌 선생이 “생각하는 국민이라야 산다”라고 하지 않았나.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두분 전 대통령의 경우 생각이 많았다. 모든 사안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지식이 모자랄 경우 독서로 보충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써준 대로 읽는 대통령’은 생각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는 국무회의 자리에서 써준 대로 읽고 있지 않나. 회의는 토론하는 자리다. 토론하는 자리에서 써준 대로 읽는 것이 말이 되나. 그걸 또 방송국 카메라가 들어와서 찍고 있다. 창조는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는 대통령이 미리 써온 것을 읽고 있는데 장관들은 받아 적고 있다. 미리 적은 글이면 공유하면 그만일 텐데도 그렇다. 말 그대로 글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글을 받아 적게 할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가 누구인가를 보여주는 셈이 되었다.
쇼를 하려면 제대로 하라고 하고 싶다. 21세기에 그런 광경이 말이 되는가.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를 아무 때나 찍는 게 아니다. 장관 바뀔 때 한 번씩, 수석 바뀔 때마다 한 번씩 들어와서 찍는다. 미리 다 준비를 한다. 그런 일을 할 때는 제발 좀 받아 적는 그림 만들지 말라고 미리 당부를 해야 할 텐데, 그런 생각을 안 한다.
-지난 번엔 기자회견단 질의응답도 시나리오대로 가는 모습을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질문을 미리 받아 오면 짜증을 내기까지 했다. 연설을 할 때도 현장의 분위기를 중시하고 그걸 봐서 조금씩 다시 고쳤다. 생생하게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중시했다.
물론 그러다보니 소위 ‘말실수’도 많이 나왔다. 현장에서는 호응이 좋고 문제가 없었는데, 언론에서 일부분을 따다 보도하니 설화가 많이 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의 문제와는 별개로 본인의 처신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과거 대통령들의 문제로 넘어가보자. 앞서 말했듯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면 지적인 측면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의 지도자와 비교해도 처지지 않는 이들이라고 본다. 그런데 김대중 전 대통령도 경제관료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IMF와의 협상에서 신자유주의를 과도하게 받아들였다는 비판이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도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휘둘렸다는 평가도 있다. 어쩌면 두 사람이 지적이기 때문에, 과단성있는 판단을 내리지 못했던, 일종의 ‘지성의 역설’에 해당하는 상황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봤는데.
삼성 문제의 경우 참여정부의 여건이 매우 안 좋았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나. 보기에 따라선 대단히 무책임한 얘기라고 평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솔직한 얘기였다고 생각한다. 더는 정치권력이 시장을 통제하기 어렵다. 삼성은 다국적 기업이 되었고, 막말로 떠나면 그만이다. 한국은 삼성의 유일한 선택이 아니란 말이 단순한 협박은 아니라고 본다. IMF 이후 경제권력과 언론권력은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마지막 저항이 2001년 김대중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였다고 본다. 언론권력에 한번 대항했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 그래도 두 분 대통령은 재벌이나 보수언론에 영합하거나 유착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선 비슷한 이유로 내각제로 개헌될 경우 오히려 정치권력의 경제권력으로의 종속이 더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대통령 개인보다는 의원들을 포섭하기가 더 쉽다는 전망인데.
동의한다. 그렇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말 노사모 5주년 행사에서 ‘각성된 시민의 힘’을 강조했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행동하는 양심’을 거듭 강조한 것도 유명한 얘기다. 시민들이 각성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세상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당장에는 할 수 있는 것이 투표 정도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치권력조차 무력해졌기에 시민들이 각성하고 나서야 한다는 말은 어쩐지 앞뒤가 바뀐 것 같고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본다면 정치권력을 교체해봐야 될 일이 없다는 식의 비관적 전망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계셨다. 역사의 진보라는 것이 매순간 세상이 좋아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나아간 만큼 물러서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세월이 더 흐르고 나면 결국에는 나아가는 흐름이라는 것이 노 전 대통령의 설명이었다. 임기말에 이명박 정부 출범이 유력했을 때 여러 사람들이 우려를 할 때도 그런 말씀을 많이 하셨다. 퇴보와 좌절이 있을지라도 결국엔 바다로 간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국민들은 현명하다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참여정부 시절 김선일 사건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미리 포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훗날 샘물교회 사건에 대해선, 상황이 달랐고 오히려 피랍자들에 대한 국민 여론이 훨씬 안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노력을 하는 것을 보고 그때의 일에 대한 후회가 있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김선일 사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상대방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고 김선일을 살렸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이 직접 “테러리스트와의 타협은 없다”고 천명하는 등, 상황 자체는 매우 어려웠다. 샘물교회 사건에 대한 대처에 그때의 후회가 깔려 있다는 해석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대처에 대해서도 비슷한 말을 할 수 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에 영웅이 될 수 있었다. 박 대통령이 처음에 진도에 내려갔을 때 “돈이 아무리 들어도 좋다”, “사람을 우선 살려라”와 같이 가치판단을 명확히 하는 지침을 내렸다면 어땠을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했듯 한국인들은 ‘한의 민족’이다. 한을 풀어주라고 했다. 만약에 돈보다 사람을 우선시하는 구조활동을 진정성 있게 보여줬다면 결과가 같았더라도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을 것이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이 사건을 대하면서도 대통령으로서 행세하는 것만 생각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다.
청와대 참모의 경우 딱 두 가지만 생각해야 한다고들 한다. 하나는 대통령이 돋보이는 방식, 다른 하나는 대통령이 편한 방식이다. 그렇게 두 가지만 생각하고 일을 처리한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 청와대 참모들의 대처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건에선 그걸 버렸어야 했다. 대통령이 돋보이는 것, 대통령이 편한 것을 따질 수가 없는 비상한 사건임을 알고 일을 했어야 했다. 결국 이렇게 일을 한 건 청와대 참모들이 이번 세월호 사건이 그 정도로 비상한 사건임을 몰랐다는 것이다. 그런 점으로 볼 땐 청와대 참모들이 바보였던 셈이다.
-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책을 내고 나서 달라진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향후 저술계획은 어떠신지 궁금하다.
‘저자’가 되고 나니 뭔가 이전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출판사에 입사하기 전 분당 한겨레 문화센터의 편집자 과정을 다녔다. 그때는 배우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책을 내고 나서는 거기 가서 강연을 했다. 그동안 나 자신이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그렇게 되었다(웃음). 저자란 것이 그런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후속작으로는 ‘CEO의 글쓰기’에 관한 다른 글쓰기 책을 준비 중이다. 앞서 말했듯, 글쓰기 책을 쓰는 것은 향후 생계 문제를 강의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흑심이 있다. 그런데 이번 책은 정치적으로 소비되었다. 사실 연설문을 20여년 동안 썼는데, 두 분 대통령을 모신 시간보다 CEO와 함께 일한 기간이 더 길다. 이반 책도 금방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대표님이 ‘후속작이 그렇게 빨리 나오면 안 된다’고 만류했다(웃음). 그래서 천천히 정리해 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 강원국 메디치미디어 편집주간의 모습 ⓒ오마이뉴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