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 연 KBS 관련 토론회에서 이번 KBS 사장 선임 사태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2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KBS 영구중립화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토론회 주최자인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은 "공영방송인 KBS는 특정 이념·정당·정파가 아닌 '국민의 품'으로 되돌려져야 한다"며 "KBS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서는 특히 KBS사장 선임방식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장 선임기구와 절차의 독립성 △사장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 △KBS 이사회의 정치적 독립성에 관한 제도적 방안에 논의가 집중됐다.

현재 KBS사장은 방통위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KBS 이사 11명이 사장 후보 1명을 선정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고 대통령이 이를 임명하는 방식으로 선임되며, 명문화된 후보자의 자격 규정은 없다.

▲ 2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KBS 영구중립화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토론을 주최한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곽상아
이계진 의원 "KBS의 정치적 독립 위해 사장 선임방식의 개선 필요"

이 의원은 "사장 선임 이전부터 정치권의 영향력이 그대로 작용하는 현행 방식을 그대로 두고서는 그 어떤 독립화·중립화 논의도 아전인수 격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영국·독일 등의 공영방송 사장 선임방식을 참고해 사회 각 분야의 책임성 있는 전문가 및 덕망있는 원로분들로 구성된, 예컨대 'KBS사장 선임 100인 위원회'(가칭) 또는 'KBS사장 선임을위한 KBS독립선언 33인 위원회(가칭)'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구중립화를 위한 KBS사장 선임방식'을 발제한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 역시 "현재의 구조는 방통위원과 KBS이사 선임 과정에 정치권이 자동적으로 개입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권력이 사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며 "사장추천위원회를 방송법에 명시해 2배수의 사장 후보를 사추위가 이사회에 추천하고, 이사회에서 1명을 선택·제청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가장 타당하다"고 밝혔다.

양문석 사무총장 "정당·선거캠프 탈퇴 5년 미만자는 사장 입후보 못하게"

양 총장은 "사장의 자격규정 역시 '정당·선거캠프에서 탈퇴한지 5년이상 경과한 자'로 명시해야 한다. 이러한 규정이 있어야 KBS를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적으로 만들 수 있다"며 "이사회는 당장이라도 독재정권의 주구로서 오명을 벗어던지기 위해서라도 현행법의 틀 속에서 당장 도입할 수 있는 새로운 사장선임제도를 정비한 이후 KBS 사장 공모부터 다시 시작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 영구중립화를 위한 현안과 과제'를 발제한 김대식 KBS 방송문화연구소 박사는 KBS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사장 선임의 충분한 검증 기간과 절차 △별도로 구성된 위원 임명위를 통한 이사회 구성 △독립 위원회로 방통위 설치 개정 또는 방송 규제 위한 별도의 규제위원회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대식 박사 "이사 임명 위한 별도 위원회 둬야"

김 박사는 사장 선임방식에 대해 "최근 KBS 이사회가 수행하고 있는 사장 선임 과정을 지켜보면 BBC 사장의 선임과정이나 독일의 ARD 총재 선임 과정과 비교해볼 때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며 "BBC와 ARD의 경우는 후보자 공모에서 선임 완료에 이르는 기간이 3개월 정도 걸리며 이 기간동안 공직자 선임원칙 등에 의한 자체 검증은 물론, 언론·추천자의 증언·외부 명망가들의 평가를 통해 검증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러한 검증절차 없이 지난 14일부터 일주일간의 공모기간을 두고, 공모 마감 바로 다음날에 5배수의 사장 후보를 결정, 25일 사장 후보를 임명제청한 것은 검증 절차가 매우 미흡할 뿐만 아니라, 어떤 기준이나 평가방식을 통해 선임했는지도 전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 2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실 주최로 'KBS 영구중립화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곽상아
김 박사는 KBS 이사회 구성에 대해서도 "현행과 같이 KBS이사의 대표성을 정당 간 배분으로 구성된 방통위의 추천을 통해 운용된다면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향후 이사회의 구성은 별도로 구성된 위원 임명위원회를 통해 충분한 검증 절차를 거친 후 대통령이 임명하되 위원장은 영국 BBC 트러스트처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고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최영묵 교수 "영구 중립화 주장은 내부 구성원들이 요구해야"

토론자로 참석한 최영묵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도 "사장선임 제도 개선은 당연히 필요하다. 방통위나 KBS이사회의 선임구조가 대통령 중심의 소수에게 집중돼있다"며 "BBC의 중립적 선임방식이나 ARD의 다원적 선임방식 중 하나는 충족시켜줘야 한다"고 동조했다.

최 교수는 "KBS의 영구 중립화는 내부 구성원들이 요구하고 나왔을 때 설득력있다"며 "영구중립화 논의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경제적 독립성 확보와 KBS 내부 구성원들의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KBS와 정치적 중립'을 발제한 김우룡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BBC를 만든 리스(John C.W. Reith, 1989~1971) 경(卿)은 정부와의 관계를 분명히하고 높은 수준의 편성을 견지하도록 만들었다. 또 비상업적인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모습을 뚜렷이 부각시켰다"며 "KBS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보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올바른 방송관과 방송철학 그리고 경영비전을 가진 인물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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