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로 시즌 첫 홈 경기 승리에 도전했던 LA다저스의 류현진이 퀄리티 스타트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승수를 쌓지 못했다.

류현진은 23일(한국시각)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의 홈 경기에서 6이닝 9피안타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으나 팀이 1-2로 뒤진 7회초 교체됐다. 앞서 지난 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2이닝동안 8실점(6자책점)하는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류현진은 이로써 시즌 첫 홈 경기 승리를 다음 기회로 미뤘다.

또한 최근 두 차례 원정경기에서 14이닝 무실점 행진으로 2승을 챙겼던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 4회초까지 무실점으로 막다 5회초 2실점을 허용함으로써 연속 무실점 행진도 18이닝에서 멈추게 됐다.

류현진은 팀이 1-2로 뒤진 상황에서 7회초 구원투수 크리스 위드로와 교체되면서 패전투수가 될 위기에 놓였으나 7회말 팀 동료 디 고든이 2루타에 이은 도루로 3루까지 진출한 이후 저스틴 터너가 좌전 적시타 때 홈을 밟음으로써 스코어가 2-2 동점이 되면서 패전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투수 류현진이 22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서 1회에 상대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류현진의 시즌 전적은 3승 1패 그대로 유지됐으며 시즌 평균 자책점은 2.12(34이닝 8자책점)로 종전 1.93에서 다소 높아졌다.

다저스는 이날 2-2로 팽팽히 맞선 연장 10회초 필라델피아에게 결승점을 허용, 2-3으로 패해 전날에 이어 필라델피아에 2연패를 당했다. 이로써 시즌 12승 9패를 기록한 다저스는 그러나 이날 지구 2위 샌프란시스코가 콜로라도에 패함에 따라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많은 언론들이 류현진이 한국에서와 달리 5일 휴식 후 등판이 아닌 4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이 부분을 류현진이 잘 극복해야 승리투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 류현진은 4일 휴식으로 선발 등판한 14경기에서 5승4패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 5일을 쉬고 등판한 9경기에서 기록한 성적(7승1패 평균자책점 2.12)에 비해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날 필라델피아전에서 류현진의 투구는 앞선 두 경기와 비교했을 땐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피칭을 했다.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1회초 수비에서도 이날만큼은 9개만을 던지면서 3자 범퇴로 이닝을 마치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고, 이후 이닝에서도 류현진은 구위 면에서 다른 때와 큰 차이를 노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본다면 4일 휴식이라는 요소가 이날 류현진의 패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시즌 4승 달성에 발목을 잡은 요소는 무엇일까?

이날 류현진은 상대 투수인 A.J. 버넷에게 우려 3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이 부분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 역시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상대 투수에게 3안타를 준 것이 오늘 실점 하는 데 제일 큰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5회초 실점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류현진은 선두타자로 나선 버넷에게 깨끗한 중전 안타를 허용하고 허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얼핏 좀 어이없다는 식의 웃음이었지만 한편으로 보면 상당히 기분이 나쁜 안타라는 속내를 드러낸 모습이었다.

▲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포수 팀 페데로위츠(왼쪽)가 22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서 5회에 투수 류현진에게 다가가 뭔가 얘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고 버넷의 안타가 나온 이후 톱타자 벤 리비어의 안타가 이어졌다. 류현진은 무사 1,2루 상황에서 지미 롤린스를 좌익수 플라이볼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지만 이내 필라델피아의 3번 말론 버드에게 1타점짜리 2루타, 4번타자 하워드에게 큼지막한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2점을 내주고 말았다.

선두타자 버넷의 안타와 이어진 톱타자 리비어의 연속안타로 만들어진 실점 위기가 그대로 실점으로 이어진 셈이다. 만약 류현진이 버넷을 범타로 처리하고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1번 타자 리비어를 상대했다면 분명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아웃 카운트 하나를 벌고 가야 할 대상인 투수에게 한 경기에서 허용한 안타의 3분의 1을 허용했다는 부분은 결국 ‘방심’이라는 말로 밖에 설명할 수 없고, 이는 중요한 패인으로 작용했다.

류현진은 이날 1회초를 제외하고는 매 이닝 주자를 출루시켰지만 실점을 허용한 것은 5회뿐이다.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칭찬할 만하지만 앞으로 류현진이 좀 더 강한 투수로 메이저리그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애당초 주자를 진루시키지 않고 위기 상황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모습을 갖춰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방심’이라는 적을 물리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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