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은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어느 한 국가의 오페라에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오페라를 선보인다. 특기할 점은 올해 선보일 다섯 작품 가운데 기독교 혹은 천주교와 관련된 작품이 절반을 넘는다는 점이다. 글로리아오페라단의 <나비부인>과 국립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천생연분>을 제외하면, 한국오페라단의 <살로메>와 강화자베세토오페라단의 <삼손과 데릴라>는 성경을 바탕으로, 호남오페라단의 <루갈다>는 신유박해를 배경으로 만든 오페라라는 점이 올해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의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22일 오전 11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기자간담회가 개최되었다. 2010년에 시작된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은 작년까지 4회에 걸쳐 누적관객 11만 명이 다녀간 페스티벌로, 작년에는 6.200명의 관객이 야외 공연을 찾기도 했다.

한국오페라단이 선보이는 <살로메>는 일반적인 살로메와는 달리 배경을 미래로 옮긴 점이 특기할 만하다. 세계적인 전쟁이 벌어져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배경에서 오페라가 전개된다. 요즘은 하이브리드가 대세인 시대다. 오페라에 발레나 무용이 등장하는 건 새삼스런 점이 아니다. <살로메> 역시 성악가가 노래로 표현하지 않은 부분을 15명의 무용수가 선보일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마우리지오 디 마띠아에 따르면 “오페라 속 세례 요한의 죽음은 현실적인 죽음이 아니다. 사랑을 통한 죽음의 힘을 보여줌으로 문학적인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며 세례 요한의 죽음에 대해 설명했다.

호남오페라단이 선보이는 <루갈다>는 19세기에 발생한 신유박해를 배경으로 구성된 오페라로 2004년에 선보인 오페라에서 대본을 새롭게 가다듬고 작곡가를 보완한 오페라다. 조장남 단장은 “천주교가 전래되는 과정에서 순교한 124명의 순교자 가운데 유중철과 이순 부부를 중심으로 순교하는 과정을 그리는 오페라다”라며 “이들 부부는 카톨릭 역사상 유례가 없는 동정(잠자리를 하지 않은) 부부의 삶을 묘사한다”라며 종교적 도그마와 예술성 중 예술성에 보다 많은 공을 들였음을 시사했다.

글로리아오페라단이 선보이는 <나비부인>은 푸치니의 작품이다. 푸치니가 연극을 관람할 때 나비부인이 한 마디 대사 없이 14분 동안 기다리는 장면에 감명을 받아 만든 <나비부인>은 동양적 선율이 가미된 작품으로, 양수화 단장은 “나비부인의 집은 나비부인 스스로가 인생을 바꿀 수 없는 새장에 갇힌 모습을 형상화해서 디자인했다”며 무대 세트가 공연 내내 바뀌지 않는 대신에 나비부인의 심리를 집이라는 세트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설명했다.

강화자베세토오페라단이 선보이는 <삼손과 데릴라>는 ‘권선징악’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고지순한 사랑과는 달리 삼손의 방탕한 사랑의 결과는 뻔하지만, 그럼에도 참회하는 삼손의 모습을 통해 악을 행하면 벌을 받는다는 가치관을 오페라를 통해 보여준다.

<살로메>는 독일 오페라이며 <삼손과 데릴라>는 프랑스 작곡가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작품이다. <나비부인>은 푸치니의 손길로 만들어진 이탈리아 오페라이며, 국립오페라단의 <천생연군> 및 호남오페라단의 <루갈다> 두 작품은 창작오페라다.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은 5월 2일부터 6월 1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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