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입단 당시만 하더라도 메이저리그 입단설이 오고갈 만큼 초특급 대형투수로 주목받았었다. 하지만 최근 입단하는 특급 신인 투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고교시절 혹사의 후유증으로 지루한 재활을 반복하고, 프로무대의 높은 장벽 앞에서 좀처럼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이대로 잊혀질 것만 같았던 21세의 유망주 투수는 마침내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신인 투수 한승혁의 이야기이다. 2012년 선동열 감독 부임 이후 투수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선동열 감독을 통해 잠재력을 발현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한승혁은 좀처럼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마운드 위에만 올라서면 소심한 모습으로 일관하여 안타까움을 안겨주었다.

▲ KIA 한승혁 Ⓒ 뉴스1
올 시즌 초반에도 계투로 등판해서 그다지 발전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던 한승혁은 4월 15일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과연 어느 정도 마운드 위에서 버텨줄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던 상황에서 한승혁은 5이닝 동안 무려 탈삼진 8개를 잡아내며, 1실점만 내준다. 투구수도 데뷔 후 최다인 93개를 기록하였다. 비록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한승혁은 선발투수로서 자신의 몫을 100% 완수하며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다.

화요일 경기 등판 이후 5일 만에 등판한 4월 20일 문학구장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다시 선발투수로 등판한 한승혁은 경기 초반에는 루크 스캇, 최정 등 와이번스의 중심타자들을 상대로 다소 어깨에 힘이 들어가며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과감한 직구 승부를 앞세워 위기를 차근차근 넘긴 한승혁은 와이번스 강타선을 상대로 6.2이닝 동안 1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팀의 2-1 리드를 지켜낸다.

9회 초에 나온 안치홍의 쐐기 투런포에 힘입어 타이거즈는 4-1 승리를 거두면서 3연패 탈출에 성공한다. 이번 주 거둔 2승이 모두 한승혁이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나온 것이다. 와이번스와의 주말 원정 3연전에서 타이거즈는 원투펀치로 활약해야 하는 양현종과 송은범이 모두 와이번스 강타선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시리즈 스윕 위기에 몰렸었다. 그러나 한승혁의 호투에 힘입어 타이거즈는 연패 탈출에 성공하고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각도가 예리한 커브가 위력적인 한승혁은 그동안 자신을 짓누르던 마음의 부담감을 어느 정도 극복한 모습이다. 자신의 구위를 믿고 정면승부를 펼친다면 충분히 타자들을 상대할 수 있기 때문에 등판을 거듭할수록 경기를 진행하는 요령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2007년 김광현 이후 국내 프로야구 마운드에는 좀처럼 새로운 대형투수가 등장하지 못하고 기대를 모으던 신인 유망주들이 좀처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올 시즌 이글스 유창식과 더불어 타이거즈의 한승혁도 서서히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국내 리그의 활성화와 새로운 컨텐츠 발굴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우완 송은범이 좀처럼 자신의 기량을 되찾지 못하고 김진우마저 부상으로 이탈한 타이거즈 마운드에 한승혁이 새로운 윤활유 역할을 지속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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