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된 지 이제 5일째가 되고 있습니다. 첫날부터 현재까지 지상파 방송사와 뉴스전문 방송들은 24시간 특보 체제를 구축하고 진도 앞바다 여객선 침몰 사고에 모든 방송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국가적 재난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조처였고, 많은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방송에 집중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24시간 동안 이어지는 특보체재, 균형감 잡을 필요성도 존재한다

너무 이른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24시간 특보체제는 당사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습니다. 여전히 구조되지 못한 실종자들과 그들의 생환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국민들 대부분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되는 참혹한 사고는 어김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진도 앞바다에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과 일반 승객 400여 명이 바다 속으로 사라진 이 사건은 경악이라는 단어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참혹했습니다. 더욱 사고이후 보인 정부의 대처 방안 미숙은 사고 5일째를 맞이하는 현재까지도 여전하다는 점에서 더욱 큰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긴박한 구조상황에서 정부 부처의 충돌은 결과적으로 효과적인 대처를 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선장과 선박직 직원들이 세월호에서 가장 먼저 탈출하던 것처럼 현 정부의 재난대처는 붕괴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부의 대처 미흡은 사고를 더욱 크게 만들었고, 국민들을 큰 혼란으로 이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까지도 총 탑승객과 실종자와 구조자 숫자를 바꾸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를 믿고 기다리라는 말은 민망함으로 다가왔습니다.

▲ 논란이 됐던 MBC 보도 캡처
재난구조시스템의 미비와 혼선은 관련 부처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방송 역시 과연 재난 방송에 적합한가에 대한 의문과 불신만 키워주고 있습니다. 손석희 앵커 홀로 선 종편 방송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이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로 전락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들 방송은 진실과 정확보도가 아니라, 얼마나 자극적인 상황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경쟁처럼 다가왔습니다. 24시간 재난 보도를 하고는 있지만, 방송 자체가 재난이라는 점에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더욱 혼란스럽고 힘겨움만 느껴야 했습니다. 그렇게 무한 반복되는 이야기들 속에 과연 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문맥을 짚기 어려워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서로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수준의 방송이 되다보니 그들만의 경쟁 체제가 도입되는 것도 자연스러웠습니다.

좀 더 자극적인 말들과 보다 가까운 곳(침몰된 세월호)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힘겨워하는 실종자 가족들을 내세우는 등 방송은 기본적인 인권마저 존중되지 않는 형태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방송은 더욱 정부 당국의 입장만 대변하기에 급급했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데는 소홀했습니다. 대통령의 현장 방문을 담은 그들의 방송에서 많은 국민들을 절망을 느꼈습니다.

방송에서 볼 수 있었던 대통령의 방문은 실종자 가족들의 박수와 그 가족 중 한 분과 전화 통화를 한 것에 대한 치사만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뉴스타파의 방송을 본 분들이라면 현지에서 어떤 반응이었고, 어떤 분노들이 쏟아져 나왔는지 뒤늦게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진실 보도를 모토로 삼아야 하는 방송이 권력자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한 존재라는 사실이 재난방송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 JTBC 뉴스9
힘겹게 생존한 이들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그들은 단순한 외상에 대한 치료만이 아니라 정신적 충격을 치료하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생존자들을 상대로 정신적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은 이번 사고가 얼마나 잔인하게 다가오는지 보여주는 듯합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생존자들도 많은 상황에서 정신적 치료에 집중하는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들만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5일째 모든 방송이 특보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 역시 심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물론 세월호 침몰 당사자와 가족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그들의 고통에 공감을 표하면 표할수록 그 고통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국민들이 그들과 유사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음도 분명합니다.

KBS2의 경우 일부 방송을 재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재난 시 방송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 고민하게 합니다. 그저 현장 중계와 정부의 입노릇을 하는 것이 과연 재난 방송의 역할인지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방송을 선택해도 동일한 형식의 이야기들만 전달되는 상황에서는 국민들은 깊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많은 이들이 예능 방송을 해달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국가적 재난에 대비한 방송 시스템이 과연 정상적인지에 대한 의문은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재난 사고시 특히 국가적 재난의 경우 방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도 존재하지 않은 채 오직 동일한 이야기의 반복만이 과연 재난 방송의 역할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재난 현장을 중계하는 것만이 방송의 역할이 아니라, 시청자인 국민들을 위한 역할 역시 중요한 그들이 과연 언제까지 특보체제를 가동하며 현장 사진을 보내는 역할만 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 17일자 뉴스타파 방송 일부
지금 당장 웃고 떠들며 즐기는 방송을 내보내라고 요구하는 이들은 없을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원하는 것은 제대로 된 보도입니다. 왜 많은 이들이 손석희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그동안 몰랐던 이들마저 뉴스타파를 찾고 있는지는 깊이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수신료 현실화 문구를 내보내기에 급급하기보다 국가적 재난에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위한 프로그램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방송의 역할은 다양합입니다. 모든 방송을 중단하고 재난 현장에 집중하는 것 역시 당연히 해야만 하는 역할입니다. 하지만 모든 방송이 동일한 영상과 이야기만 내보내는 것은 방송의 역할은 아닐 것입니다. 보다 진화한 방식으로 재난에 대처하는 방송, 보다 현실적인 방법과 국민들의 고통을 씻어낼 수 있는 역할이 절실해집니다. 오락가락하는 정부 당국과 지지부진한 실종자 구출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씻어낼 수 없는 이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방송은 보다 진실하고 영특해져야만 할 것입니다.

뉴스특보 체제의 변화가 조금씩 이어져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많은 재난 사고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은 정부 각처의 무능만이 아니라, 언론의 무능도 다시 한 번 도마 위로 올려 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사고 당사자만이 아니라 특보 방송을 보고 있는 많은 국민들 역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경험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방송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국가적 재난 사고에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으면서도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를 제 3자인 시청자들까지 겪지 않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방송의 역할 중 하나일 것입니다. 누구도 왁자지껄한 즐거움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극심한 스트레스로 구토와 두통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이 점점 늘어가는 상황에서 방송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보다 큰 고민을 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만큼 방송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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