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25일 오전 10시부터 회의를 열어 KBS 사장 후보 임명 제청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사장 후보자들에 대한 면접 절차는 아직 진행되고 있지 않은 가운데, 김은구 전 KBS 이사, 김성호 KBS인터넷사장, 심의표 KBS비즈니스 감사 등후보자 3명이 면접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그러나 유력한 후보로 급부상한 이병순 KBS 비즈니스 사장은 아직 회의장에 오지 않았으며, 안동수 전 KBS 부사장은 오전에 이사회에 후보 사퇴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안 전 부사장은 "현재 상황에서 후보자로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들 가운데는 친정부계 6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야당 추천 박동영 이사와 이춘발 이사가 뒤늦게 회의장에 들어갔다.

이춘발 이사는 회의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회의장 앞에 있던 KBS사원행동 쪽에 "오늘 면접은 연기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이른바 'KBS 대책회의"에 따른 여론 악화로 사장 선임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이에 앞서 방송장악·네티즌탄압 저지 범국민행동(범국민행동)은 이날 KBS 이사회에 대해 '원천무효'라고 선언했다. KBS사원행동은 내부에서 이사회를 저지하려고 했으나, 이사회장 접근이 원천봉쇄된 상태다.

▲ 25일 오전 9시께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범국민행동이 'KBS사장 추천 원천무효 선언과 이사회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곽상아
범국민행동은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7일 정정길 대통령실장, 최시중 방통위원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유재천 KBS 이사장이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김은구 전 KBS 이사 등 KBS 전·현직 임원 4명과 만나 KBS 새 사장 인선문제를 논의한 것은 KBS 사장 후보들에 대한 청와대의 면접 자리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재천 KBS이사장은 KBS를 참된 공영방송으로 만들기 위해 국민의 이름으로 활동해야 하건만 되레 방송 민주화의 역사를 통째로 정권의 앞잡이들에게 바치고 있다"며 "오늘의 이사회가 무효임을 다시 한번 선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지푸라기 같은 권력으로 국민을 짓밟는 이명박 정부는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독재를 심판하는 국민의 저항이 멀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연대발언에서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지금 민주당은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오늘 열리는 이사회가 원천무효임을 선언하고, 2시 의원총회에서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안을 야3당이 공동으로 발의할 예정"이라며 "KBS 대책회의에 대해서도 야3당이 공동으로 국정조사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의원은 "KBS를 정치권력에 바치기 위해 모의하고 있는 여러 공범자들은 멀지 않은 시간에 역사의 법정에 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불법을 자행해온 KBS 이사회가 오늘 또다시 자기 명을 재촉하고 있다"며 "KBS 외에도 MBC 등 다른 언론들을 장악하기 위한 정부의 의도에 굴하지 않고 사회 정의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국민의 재산인 KBS를 권력의 전유물로 만들고 사유화하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한다"며 "오늘 이사회는 청와대와 방통위 권력 실세들이 이미 사장을 선택해놓고 이를 추인해주려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