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가 KBS사장 선임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경향신문 보도에 의해 알려진 이른바 ‘KBS 대책회의’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저를 포함해서 정정길, 최시중, 유재천 등이 다른 세분의 KBS 전현직 간부 원로들과 만난 것은 사실이다. 박흥수 강원정보영상진흥원 이사장, 최동호 전 KBS 부사장, 김은구 KBS 사우회장 3명"이라며 "이날 모임은 (사장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은 아니고, 이날 모임은 KBS의 공영성 회복, 방만경영 해소라는 과제에 대해서 방송계 경험이 풍부하고 KBS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원로들 의견을 들어보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또 "후임자에 대해선 구체적인 얘기가 전혀 없었다. 인선에 관한 이야기는 일체 없었다. 저와 정 실장은 듣기만 했다"며 "김인규 카드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올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정정길 청와대 실장, 이동관 대변인, 최시중 방통위원장, 유재천 KBS이사장이 KBS 전현직 간부 3명을 불러 모임은 가졌지만 ‘KBS 공영성 회복’이 이날 모임의 주된 내용이었을 뿐, 새 사장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방송계에선 ‘차라리 만났지만 밥만 먹었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모임엔 5배수로 압축된 사장 후보인 김은구 전 KBS이사가 참석했다. 김은구 전 이사의 참석은 청와대 실세인 정정길 실장이 대책회의를 갖고 새 사장 후보를 사전에 낙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하다.

이날 모임은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주선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져, 최 위원장의 부적절한 행보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 위원장이 청와대도 듣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해서 가게 됐고, 정 실장은 원래 계획에 없었는데 제가 제의해서 같이 가게 됐다"며 "최시중 위원장이 주선한 셈"이라고 밝혔다.

▲ 22일자 경향신문 1면
정치적 독립성은 차지하더라도 방통위원장이 ‘김인규 카드는 물 건너갔다’는 대화가 오가는 모임을 주선하는 상황은 쉽게 납득되기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김은구 전 이사를 사장으로 밀고 있다는 후문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다.

유재천 KBS이사장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 KBS관계자는 “유 이사장이 권력의 시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장 선임과 관련해 임명제청권을 행사해야 하는 KBS이사장이 KBS 이사들도 아니고 청와대 비서실장, 대변인과 KBS 후임 사장문제를 논의한 것은 KBS의 독립을 지키기는커녕 앞장서 정권에 예속시키는 행위라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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