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이라는 시간 동안 KBS 라디오를 이끌었던 진행자가 KBS 향해 남긴 마지막 인사는 ‘쓴소리’였다.

폐지가 확정된 KBS 1라디오 <김방희의 성공예감> 진행자인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은 4일 마지막 방송에서 “제가 단단히 밉보인 게 아닌가 짐작을 할 따름”이라는 등 제작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폐지 결정을 강행한 KBS를 향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앞서 KBS는 봄 개편(4월7일)을 앞든 지난 3월, KBS 1라디오 채널 내에서 높은 청취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김방희의 성공예감> 폐지를 결정해 ‘라디오 시사 기능 약화’라는 비판이 나오는 등 내부에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라디오PD 뿐 아니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까지 나서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KBS는 해당 프로그램 폐지를 확정했다.

▲ KBS <김방희의 성공예감> 화면 캡처

“개인적 사정 때문에 그만 두는 것 아냐 … 폐지 통보 받아”

KBS의 결정에 따라 4일 아침 마지막 방송을 하게 된 김방희 소장은 <김방희의 성공예감> 오프닝에서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라며 청취자들을 향해 프로그램 폐지 결정에 대한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먼저 “우선 어느 매체에 라디오 수뇌부가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처럼 제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그만 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실은 방송국 측으로부터 프로그램 폐지 결정을 통보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초는 봄 개편과 함께 방송 시간을 줄이고 프로그램 성격을 좀 바꾸자는 결정을 전해 들었지만 진행자나 담당PD와는 사전에 일언반구 협의조차 없던 결정이어서 제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를 밝힌 것에 대해서는 “이 프로그램은 이미 한 차례 방송시간 축소를 경험했다, 프로그램 진행자를 바꾸려고 한 적도 이미 한차례 이상 있었다”며 “더욱이 프로그램 성격과 관련해서 경제흐름을 다루는 부분은 가능한 축소하고 생활 정보를 주로 다루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공감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 “외환 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경험했듯이 경제흐름이야 말로 보통 사람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자칫 경제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지내다 경제에 뒷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이미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냐”고도 밝혔다.

김방희 소장은 더 나아가 폐지 결정을 확정한 KBS 간부들을 의식한 듯 “바다가 거칠어지면 어부는 날씨와 파고를 알려고 노력해야지 한가하게 그물 수선하는 법만 배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프로그램 축소와 성격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제 반응에 대해서 라디오 수뇌부와 방송국은 프로그램 폐지 결정으로 맞섰다”며 “워낙 청취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왔던 프로그램이기에 저로서는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어떤 면에서는 제가 단단히 밉보인 게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할 따름”이라며 폐지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하지만 개편 권한은 전적으로 방송사 측에 있기에 폐지 결정을 수용하겠다”며 “지난 8년간 이 곳에서 청취자 여러분과 젊은 피디들과 매일 아침 울고 웃었던 경험. 대부분 보람 있었고 때로는 안타까웠던 순간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 본업은 경제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정작 말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하지 않고 아껴두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준 지난 8년 이었다”며 폐지 결정을 확정한 KBS를 일갈했다.

한편, KBS는 이와 관련해 “라디오 봄 개편에서 1라디오는 생활 밀착형 현장 중심 라디오를 표방해 다양한 변신을 시도했고 이같은 기조에 발맞춰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도 프로그램 성격과 시간을 조정해 새롭게 단장할 계획이었지만 김방희씨는 새롭게 단장될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되어 달라는 제안을 스스로 고사했다”는 입장을 <미디어스>에 밝혀왔다.

KBS는 또 “본인 스스로 거절했기에 방송사에서 다른 진행자를 찾은 것”이라며 “사실이 아닌 일방적인 주장을 방송으로 내보내는 행위는 청취자에 대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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