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모욕죄 등으로 기소된 강용석 전 의원 사건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지만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심을 깨고 다시 재판을 하라며 파기환송했다. 한국아나운협회는 이와 관련해 “특히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에 난무하는 여성비하 발언, 각종 막말 및 저속한 언어에 경종을 울리지 못한 것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앞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던 강용석 전 의원은 지난 2010년 7월 서울 마포구에서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토론대회에 참여한 연세대 소속 학생 20명과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강 전 의원은 아나운서를 꿈꾸는 한 여학생에게 “(아나운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등 문제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강용석 전 국회의원 (연합뉴스)
이후 이 발언은 2010년 7월20일 <중앙일보> 보도로 알려졌으며, 이에 대해 강 전 의원은 보도 내용을 강력 부인하면서 <중앙일보> 기자에 대해 “비방 목적으로 허위 기사를 작성·공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한 데 이어 기자를 후보자비방죄로 추가 고소까지 하면서 무고 혐의 맞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아나운서연합회는 강 전 의원을 모욕죄로 형사 고소하고 10억 원 등의 위자료 청구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27일 대법원 3부는 아나운서들을 집단 모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강용석 전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2심을 담당하는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앞서 진행된 1·2심 법원은 “피고인의 발언은 여성을 비하하고 여성 아나운서들 개개인에게 수치심과 분노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한다”며 모욕 및 무고죄를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지만 강 전 의원은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이날 상고심에서 “피고인의 발언 내용이 매우 부적절하고 저속한 것이기는 하지만 '여성 아나운서'라는 집단의 규모와 조직 체계, 집단 자체의 경계가 불분명한 점 등에 비춰 개별 구성원이 피해자로서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이 발언은 여성 아나운서 일반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개별 구성원들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돼 피해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까지는 이르지 않으므로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아나운서연합회는 27일 입장을 내어 대법원 판결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했다.

한국아나운서연합회는 “모욕을 당한 집단의 규모와 범위 조직체계 등등을 고려할 때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적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더욱이 1심과 2심에서 집단모욕죄가 인정된 것을 생각할 때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매우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지해야할 부분은 판결문에 명명백백하게 무고죄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한 것이 적시되어 있고, 집단모욕죄도 판결문의 표현상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집단모욕죄를 적용하기 모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강용석 전 의원을 향해서는 “이번 판결이 자신의 과거발언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므로 앞으로 더욱 자숙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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