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연주 KBS사장 ⓒKBS
정연주 전 KBS 사장이 20일 세무 소송 과정에서 KBS에 1892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로 불구속 기소됐다. 정 전 사장이 기소됨에 따라 국세청과의 소송을 취하하고 환급금에 합의한 것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사장 변호인단은 "세금을 낸 것이 범죄가 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이날 "정 전 사장은 2005년 6월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회사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556억원만 환급받기로 합의하고 소송을 취하해 회사가 실제 환급받을 수 있는 2448억원을 받지 못해 1892억의 손해를 입도록 한 혐의가 확인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은 배임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정 전 사장이 국세청과 합의한 이유를,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명백한 데도 당시 KBS의 경영난으로 퇴진 위기에 몰리자 서둘러 적자를 만회하고 연임을 하기 위한 의도로 규정했다.

정 사장은 2005년 6월 노조의 퇴진 압력이 거세지자 국세청 요구대로 추징액 459억원만을 환급받으려 했으나 조세 소송 변호사가 반대해 변호인을 교체했고, 1년 뒤 조정을 통해 459억원에 환급 이자를 포함한 556억원만 받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정 전 사장이 2005년 7월 노조가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불신임투표를 강행하자 위기감을 느껴 개표시작 한 시간 전인 2005년 7월22일 오후 6시께 진종철 노조위원장과 '경영진은 지난해 적자와 올해 경영위기가 발생한데 대해 직원에게 사과하며, 올해 적자 발생시 4/4분기에 경영진이 총사퇴한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불신임투표를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정 사장은 2004년 6월 국세청과 접촉해 KBS가 자진 납부한 법인세 중 984억원과 법인세 추징액 459억원을 환급받고 소송을 종결하려 했으나 세무당국이 "추징액 459억원 외에는 돌려줄 수 없다"며 반대해 무산하는 바람에 무산됐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검찰 논리대로라면 세금을 적절히 낸 것이 범죄가 된다는 것인데 새로운 죄목을 만드는 입법 활동을 하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송호창 변호사는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KBS가 소송에서 승소할 것이 명백하다고 전제하고 배임죄가 있다고 판단했는데 승소가 불분명했다는 게 이미 다른 (민사) 판결로 확인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또 조정 결정은 회계법인 검토와 경영회의 등 여러 의결 과정을 거쳐 이뤄진 것으로 정 전 사장이 임기 연장 등 사적 목적으로 조정에 응했다고 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검찰은 2005년 7월 정 전 사장과 노동조합이 '적자가 발생하면 4.4분기에 경영진이 총사퇴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한 것을 근거로 그가 개인적 이유로 조정에 응했다고 판단했지만 합의서 내용은 '임원 전원이 사장에게 사퇴서를 낸다는 것"이라며 "검찰이 한 장 짜리 합의서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걸 보면 악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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