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핵안보 체제 강화를 위한 4개항을 제안했다. 대통령 개막 연설은 한국 시간으로 24일 밤 11시 20분 즈음 지상파 KBS·MBC·SBS, 보도전문채널 YTN·뉴스Y, 종합편성채널 TV조선·채널A·MBN, 정부 홍보방송 KTV 등 9개 채널을 통해 일제히 생중계 됐다. JTBC만이 대통령 개막 연설을 생중계하지 않고, 기존 편성대로 <님과 함께>를 방송했다.

박 대통령은 전임 의장국 자격으로 한 연설을 통해 핵테러의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의 책임을 강조하고,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 아래에서 국제 핵안보 체제가 추구해야 할 아래 4개항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핵안보와 핵군축, 핵비확산이 서로 시너지를 갖도록 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며 △지금까지는 핵안보 조치가 개별국가 차원에 머물고 있는데, 핵안보에 관한 지역협의 메커니즘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핵안보 분야 국가들 사이의 역량 격차를 해소해야 하며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는 원전 시설에 대한 사이버 테러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또 “최근 국제 전문연구기관에서 발표한 바 있듯이, 북한 핵시설의 안전성 문제도 큰 우려를 낳고 있다”며 “지금 북한의 영변에는 많은 핵시설이 집중되어 있는데, 한 건물에서 화재가 나면 체르노빌보다 더 심각한 핵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핵무기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핵안보를 핵비확산, 핵군축 그리고 핵안전과 함께 강화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꼭 필요하고, 그래서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은 한반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러한 비전의 실현을 위해 여러분과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하지만 박 대통령이 과학적 근거도 없이 잘못된 비유를 들어 북한 영변의 원자로 사고 위험을 과장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개막 연설 뿐 아니라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사전 녹화를 진행한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와 인터뷰에서도 이 같이 밝힌 바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지난 1월 영국 군사전문기관인 IHS 제인의 보고서에 나온 내용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교수 코멘트를 인용해 작성된 이 보고서는 발표 당시에도 많은 원자력 전문가들로부터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을 받았다. 영변 원자로와 1986년 사고가 난 체르노빌 원전은 모두 흑연을 감속재로 쓰고 있지만 규모와 구조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다.

누리꾼들 “9개 방송사 생중계, 채널 선택권 원천 봉쇄”

지상파 3사를 포함한 총 9개 방송사가 일제히 나서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을 생중계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다. 박 대통령의 연설을 내보내기 위해 MBC, SBS는 <기왕후> <신의선물> 드라마를 본 방송 시간보다 15분 당겨 방송했다. 이 과정에서 이중 편성을 준비한 SBS는 당초 예상보다 연설이 길어지자 <힐링캠프> 대신 <정글의 법칙>재방송을 내보냈다가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원성을 받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핵안보 정상회의 박근혜 연설을 공중파 3사와 종편, 인터넷 등이 총동원되어 생중계 되는군요. 이거 지나친 전파낭비 아닌가요” “지상파 3사와 종편 3사가 동시에 핵안보회의 박근혜 연설을 생중계하네요. 국민들의 채널선택권을 원천봉쇄한 독재적 발상”등 의견으로 생중계를 결정한 방송사의 태도를 비판했다.

한편,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박근혜 대통령 개막 연설 시청률은 KBS가 7.2%,, MBC가 4.3%, SBS가 3.3%를 각각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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