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던 국제유가가 최근 들어 110~120달러 선에서 다소 진정세를 나타낸다. 하지만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직전에 37달러였던 시점과 비교하면 무려 100달러 가까이 뛴 것이다. 앞으로 경제침체에 따른 수요감퇴로 국제유가가 더 하락하더라도 이미 도래한 초고유가 시대가 경제발전에 족쇄를 채운다. 하지만 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는 이 나라에서는 국가발전전략 차원의 중장기 대책이 없다.

▲ 서울경제신문 8월 18일자 1면
지난 상반기 에너지 수입액이 700억8,800만달러나 된다. 이것은 전체 수입액의 무려 31.8%에 해당한다. 에너지가 한국경제에 차지하는 몫이 얼마나 큰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원유 436억7,300만달러 이외에도 LNG(액화천연가스) 97억7,400만달러, 석유제품, 석탄, LPG(액화석유가스), 우라늄 등이 포함된 것이다. 이 중에는 석유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상당액수가 들어있어 모두 연기로 날아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중한 에너지 부담은 경기침체와 물가급등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예고하고 있다.

올 상반기 수입액은 2004년 상반기의 224억4,500만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3.12배나 뛴 것이다. 2005년의 연간 수입액 666억9,700만달러와 비교해도 33억9100만달러가 많은 것이다. 연간으로는 올해 1,5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규모가 세계13위인데 에너지 소비는 세계 10위, 석유수입은 세계5위다. 이것은 에너지 효율성이 대단히 낮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1970, 80년대 운용하던 승용차 요일제 등 고식적인 대응책이나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3의 석유파동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그런 위기의식이 없었다. 정부조직을 개편한다며 요란했지만 어느 부처에서 에너지 정책을 관장하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부처명만 봐서는 무슨 업무를 관장하는지 알 수 없는 지식경제부의 2차관 산하에 에너지지원실이 있다. 2차 오일쇼크가 터지기 전해인 1978년 1월 당시 대통령 박정희는 에너지와 자원을 전담할 동력자원부를 출범시켰다. 그 때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그 후 김영삼 정권이 1993년 3월 상공부와 동력자원부를 통합해 상공자원부로 개편했다.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가 절실한 자원빈국에서 잘못된 조직개편이었다. 그 후 통상자원부로 명칭을 바꾸었고 김대중 정권은 그것을 다시 산업자원부로 개칭했고 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졌다. 지난 세 정권도 뚜렷한 에너지 정책이 없었지만 부처명에 ‘자원’만은 남겨뒀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상황인식이 없다보니 그것마저 빼버렸다.

석유의 수급불안은 구조적이어서 초고유가 시대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공급은 정체상태인데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국이 공업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특히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세계의 석유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세계석유 매장량의 2/3 가량이 매장된 페르시안만 일대는 지정학적으로 긴장이 상존해 있다. 주변국 중에서도 이란, 이라크는 미국과 갈등관계에 있다. 테러리즘, 내정혼란, 전쟁발발이 언제 공급중단을 부를지 모른다.

이란, 이라크, 시리아, 터키에 산재한 쿠르드족의 독립운동이 그 일대를 언제 화약고로 만들지 모른다. 세계 2위의 수출국으로 떠오른 러시아가 석유무기화를 통한 패권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5위의 베네주엘라는 미국에 공급감축을 위협하고 있다. 8위의 나이지리아도 정정불안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반복되고 있다.

자연재해 또한 위협적인 요인으로 내재해 있다. 2005년 멕시코만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석유시설을 덮치자 국제유가에 파란이 일어났다. 많은 석유시설이 동남아 일대의 해안지대를 수몰시킨 바 있는 쓰나미 앞에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달러약세는 산유국의 입장에서 실질수입 감소를 의미하여 가격인상에 나선다. 여기에 투기자금이 가세해 유가앙등을 더욱 부채질한다.

최상의 정책은 절약이다. 가계-기업-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나서 다소비형 산업구조, 낭비적 소비행태를 절약형으로 개편해야 한다. 특히 산업구조의 개편이 시급하다. 이것을 위해서는 정부가 세제-금융지원을 근간으로 하는 근본대책을 제시하고 주도해 나가야 한다. 절약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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