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충청, 울산노동뉴스, 참소리, 노동넷, 민중언론참세상 등 인터넷언론네트워크 소속 언론들이 워크숍을 열어,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춰 데스크 간 정보 소통과 공동기획, 인터넷언론의 전략 방향 등을 함께 모색하기로 뜻을 모았다.

인터넷언론네트워크가 주최하고 한국언론재단이 후원한 이번 워크숍은 14~15일 대전시 유성 동학산장에서 열렸으며, 소속 언론인과 활동가 40여 명이 참석해 ‘표현의자유와 대안담론, 대안미디어의 역할’을 주제로 폭넓게 토론을 벌였다.

▲ 14~15일 인터넷언론네트워크 소속 언론사 언론인과 활동가들이 '표현의자유와 대안담론, 대안미디어의 역할'을 주제로 워크숍을 하고 있다. ⓒ참세상 김용욱 기자

이명박 정부 인터넷 통제 정책, ‘표현의자유’ 침해 심각

첫날 ‘인터넷언론의 표현의자유와 선거실명제’ 토론에서 발제를 맡은 장여경 인터넷실명제폐지공대위 집행위원은 참여정부에 이어 이명박정부 출범 후 확대되는 인터넷실명제 강화 흐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장 위원은 “인터넷 실명제는 2004년 도입된 직후부터 내내 논란의 대상”이었는데 이번 “촛불집회가 논란에 재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올 촛불집회와 함께 “인터넷이 소위 ‘광우병 괴담’ 의혹에 휘둘린다는 보수언론의 지적이 일었고 때맞춰 인터넷실명제를 확대하려는 정부 움직임이 포착되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22일 정부가 제한적 본인확인제, 즉 인터넷실명제를 현행 37개 사이트에서 대폭 늘려 268개 사이트에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데 이어 8월 8일에는 공청회까지 개최한 바 있다.

장 위원은 그동안 인터넷실명제가 네티즌의 인터넷 활동을 위축하고 표현의 자유 침해해왔던 흐름과 사례를 들어 “인터넷실명제는 전체적인 인터넷 언론 환경의 경직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청와대 인터넷 전담비서관 신설, 경찰의 인터넷대응팀 운영, 한나라당의 사이드카 제도 등 이명박 정부가 도입하고 있는 인터넷 통제 정책은 “인터넷 여론을 초기부터 감시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인터넷 (언론을 포함한) 사업자를 통한 인터넷 여론 통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첫날 토론에서는 지난 대선과 총선 때 선거실명제 적용을 받은 인터넷언론이 다양한 방식으로 거부했던 사례를 발표했다.

지난 총선 때 노동넷방송국, 대자보, 레디앙, 미디어스, 미디어충청, 민중언론참세상, 민중의소리, 부안21, 에큐메니안, 울산노동뉴스, 이주노동자방송국, 인권오름, 인터넷저널, 인천뉴스, 일다, 참소리, 컬쳐뉴스, 코카뉴스, 함께걸음, PD저널 등 20여개 인터넷언론이 선거실명제 폐지를 요구하며 공동 실천을 벌인 바 있다.

이들 인터넷언론은 선거법 상의 선거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인터넷언론의 여론의 다양성을 해치는 독소조항이라는 판단을 공유하고 △게시판 폐쇄 △사이트 파업 △익명 덧글 △게시판 운영주체 변경 등의 전술로 선거실명제를 거부했다.

이영주, “인터넷과 네트워크 미디어는 ‘정치의 사회화’에 기여”

둘쨋날 ‘대안담론과 인터넷언론의 과제’ 토론에서는 이영주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소장이 ‘저널리즘 시프트(Shift)와 진보언론의 도전’을, 황규만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가 ‘인터넷언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각각 발제했다.

이영주 소장은 ‘뉴미디어와 뉴미디어 연중의 정치적 가능성과 기자와 저널리스트의 확장’을 특히 강조했다.

이 소장은 “인터넷과 모바일 등의 네트워크 미디어적 소통 형식이 기존의 대중매체와 다름으로 인해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가능성의 하나”로 ‘공론장’의 측면을 들었다. 이영주 소장은 “프레스 명찰을 달고 있지는 않지만 프레스 명찰단보다 훨씬 많은 뉴스와 정보, 지식과 토론을 매개하는 인터넷과 모바일 저널리스트와 이와 교통하는 인민들의 광장에서는 분명 신문이나 텔레비전이 채택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주제들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공개되고 토론된다”는 데 주목했다.

이영주 소장은 “인터넷과 모바일 미디어, 그리고 앞으로 출현하게 될 뉴미디어와 뉴미디어 연중은 기존의 확립된 사회영역에 대항하는 공공사회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인터넷과 모바일 미디어가 정치적 계몽과 투쟁을 위한 가장 적합한 미디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영주 소장은 또한 “인터넷이나 네트워크 미디어는 '정치의 사회화(socialization of politics)'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신의 협소한 이해관계와 시각을 넘어 인민의 표현과 정치적 장소로서 어떠한 미디어 정치를 함께 구성해 갈 것인가”를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황규만, “세상을 해석하는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관”

황규만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언론으로서의 미디어가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요소를 통사적으로 살핀 후 ‘의제설정 능력’ 등 여섯 가지 요소를 제기했다.

황규만 활동가는 “기존의 주류미디어는 자기 커뮤니티의 대중, 나아가 광장의 대중과 소통하는 통로를 만들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이번 촛불 국면에서 'MBC 100분토론'을 들었다. MBC 100분토론이 의견게시판을 자사 홈페이지를 이용하지 않고 '다음아고라'와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 “매우 감각적인 아젠다 설정 기법”이었다고 보았다.

황규만 활동가는 “과거 광장의 대중과 소통하는 것은 인터넷 언론의 전유물이었으나 2008년 촛불의 최대 수혜자는 한겨레와 MBC”였다며, 한겨레가 다음 아고라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발빠른 생중계를 하고, 그 힘을 기반으로 막강한 아젠다 세팅 역량을 선보인 점도 높이 샀다.

이러한 주류미디어의 변화에 대해 황규만 활동가는 “단순히 언론기법의 세련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인터넷이 미디어 시장 전반에 충격을 몰아넣은 것 못지않은 기술적 혁신과 시장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2년 인터넷언론이 성공한 것은 인터넷의 기술적 가치. 즉 망중립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낮으면서도 효과적으로 기존 미디어를 혁신할 수 있는 무기였다면, 지금처럼 기술과 시장이 통합된 상황에서는 네트워크 진입장벽이 훨씬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인터넷언론네트워크 소속 인터넷언론처럼 “대자본이 없는 사업자는 애초부터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고, “주요 플랫폼 사업자와 별도의 계약을 맺지 못한다면 컨텐츠 접근경로조차 차단될 가능성이 많다”는 판단이다.

황규만 활동가는 이러한 상황에서 인터넷언론이 구축할 과제로 △의제설정 능력 △세상을 해석하는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관 △자기만의 고유한 커뮤니티 구축 △실험적인 플랫폼 △자기만의 커뮤니티를 넘어선 광장의 대중과 소통 △향후 전개되는 미디어 시장에서 유기적인 주류 미디어와의 네트워킹 등을 제시했다.

가장 어려운 건 사람과 돈, 그보다 어려운 건 기획과 전략

임두혁 미디어충청 발행인은 “운영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가장 큰 문제는 돈”이라며 “가장 좋은 건 우리가 생산하는 기사가 팔리는 것이고 그것은 동시에 퍼진다는 것”이라며 재정과 콘텐츠 유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두혁 발행인은 “기사의 질이 떨어지고 정제되지 않고 기획되지 않더라도 우선은 우리끼리라도 유통시키는 유통망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여기 있는 언론사들의 고정 독자들을 활용, 깊이 있는 기사와 공동의 기사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해보자”고 제안했다.

김용욱 민중언론참세상 편집국장은 “스스로 독립 네트워크에 대한 지향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망에서는 왕따가 된 것 같다”며 최근 다음 블로그 뉴스를 통한 독자 대중과의 소통 사례를 들었다.

김용욱 편집국장은 “고전적 정보통신 운동의 맥락에서 보면 포탈과의 연계가 쉽지 않은 문제이나 앞으로 네트워킹을 위한 기술적 검토와 소통 방식의 고민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결국 컨텐츠 생산 문제가 관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순 참소리 편집국장은 “2003년 부안투쟁 때 (참소리의) 영향력이 높았다”며 당시 사례를 들고 난 후 “지역 언론의 과제와 역할은 역시 지역의 투쟁과 맞물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재순 편집국장은 “부안 투쟁 이후 지역 운동이 정체되는 것과 맞물려 언론도 제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역운동과 맞물린 대안적인 언론 활동의 고민을 드러냈다.

이종호 울산노동뉴스 편집국장은 “최근 새롭게 하려고 홈페이지를 바꾸기도 했지만 말썽이 잦아들지 않는다”며 “사람과 돈 문제가 힘들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 가운데 제일 힘든 지점은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전략과 기획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호 편집국장은 “소통과 연대의 무기로 인터넷을 설정하고 그동안 여성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루면서 자부심도 생겼지만 지역에서 과연 무엇을 하고 있고 할 수 있는 지에 대해 고민된다”고 말해 창간 4년차를 맞는 지역 진보언론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종호 편집국장은 “공동기획 등 민중언론참세상이 전국적 수준에서 고민해야할 지점이 있다”고 말하고 “각 지역의 매체들이 좀 더 많이 생겨나서 우리만의 컨텐츠를 생산하고 축적한다면 힘들지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활동가는 “지역 미디어의 언론들은 많은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전망은 있다”며 울산노동뉴스의 사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가장 어려운 데가 민중언론참세상일 텐데, 참세상이 가진 세계관이 그만큼 절대적으로 소수이기 때문”이라며 “보다 대중적이고 대안적인 방향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참가자들은 조만간 후속 기획모임을 갖고 제기된 과제들을 논의하기로 했다.

<민중언론 참세상> 유영주 기자 yyjoo@jinbo.net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