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정연주 KBS 사장 체포에 대해 조준희 변호사를 비롯한 정 사장 변호인단은 "검찰의 체포는 '수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압박'을 위한 것이므로 매우 부당하다"며 "이에 대해 앞으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 정연주 KBS 사장
검찰이 주장하는 정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이들은 "이미 법원 판결이 선고된 바 있는 사건이므로 법원 판결이 항소심에서 부정되기 전까지는 (정 사장의) 혐의가 존재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 사장이 검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도 정당한 이유가 있다"며 "형사소송법 제200조는 '수사에 필요한 때'에 피의자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정 사장에 대한 혐의사실은 2005년 이전에 관한 사안으로 대부분의 사실관계가 확정되어 있고, 검사는 KBS와 감사원을 통해 이미 KBS의 과거 '세무소송'에 관한 모든 기록과 경위에 대한 내부 자료, 이사회 회의록 등을 확보하고 있다.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조사 역시 이미 다 실시됐으므로 혐의 사실에 대한 조사에 정 사장의 진술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변호인단이 검찰의 정연주 KBS 사장 체포에 대해 밝힌 입장 전문이다.

정연주 사장 체포에 대한 입장

검찰은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받아 이를 집행하였다. 하지만, 정사장에 대한 체포는 ‘수사의 목적’이 아니라 ‘압박’의 목적이라는 정당하지 않은 목적을 위한 것으로 부당하다.

체포영장은 첫째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둘째 정당한 이유없이 형사소송법 제200조의 규정에 의한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는 때 발부할 수 있으며, 위와 같은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도 도주우려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등 명백히 체포의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체포영장 발부는 부정되어야 한다.

먼저, 정사장에게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 검찰의 정사장에 대한 혐의내용은 승소할 수 있었던 KBS의 세무소송을 개인적 이익을 위해 조정으로 종결하여 KBS에 수백억 내지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사장에 대한 위 혐의사실은, 다른 모든 사유에 관한 논란을 떠나, ①KBS의 세무소송에서, KBS가 최종적으로 승소할 것이라는 점, ②그러한 판결에 따라 국세청이 추계과세 등의 방법으로 다시 과세처분을 할 수 없다는 점, ③그 결과 KBS가 그 승소금액에 상당하는 법인세 등을 환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해야만 범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위 첫째, 둘째, 셋째 조건을 부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이미 선고된 바 있으므로, 적어도 위 법원의 판결이 항소심에서 부정되기 전까지는, 정사장에 대한 혐의사실이 존재한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동안 KBS의 모든 ‘세무소송’을 진행해 오던 법무법인은, ‘세무소송’에서 KBS가 최종적으로 승소할 것이었으며, KBS의 승소가 확정된 이후에도 추계과세요건에 해당되지 않거나 표준소득율을 산정할 수 없기 때문에 국세청은 KBS에 대해 추계과세방법으로 다시 과세처분을 할 수 없고, 따라서 KBS는 승소금액에 상당하는 법인세 등을 환급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KBS를 상대로, KBS와 체결한 소송위임계약상의 수임료(성공사례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법원은 먼저, “피고로서는 관련 행정소송(‘세무소송’을 말함)에서 종국적으로 승소한다는 것도 불투명하였다”고 하며 위 첫째 조건을 부정한 바 있으며, “종국적으로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과세관청에 의한 새로운 부과처분이 예상되어 관련 행정소송으로 법인세 등의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웠다”고 판시하여 위 둘째, 셋째 조건도 부정함으로써(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0. 9. 선고 2006가합61265 판결), 결과적으로 정사장에 대한 위와 같은 혐의 내용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판단을 하였다.

정사장은 검사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나, 검사의 출석요구는 형사소송법 제200조에 따른 출석요구가 아니므로 정사장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는 “수사에 필요한 때”에 피의자에 대한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사장에 대한 혐의사실은 2005년 이전에 관한 사안으로 대부분의 사실관계는 확정되어 있고, 혐의사실의 존부는 주로 확정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는 법률적인 판단에 관한 사항이므로, 추가조사의 필요가 거의 없는데다, 검사는 KBS와 감사원을 통해 이미 KBS의 과거 ‘세무소송’에 관한 모든 기록, ‘세무소송’ 조정의 경위와 과정에 관한 KBS의 내부 자료, 이에 관한 KBS 이사회 회의록 등 KBS 내부 관련자료 등을 모두 확보하였으며, KBS가 보유하고 있지 않은 국세청 관련 자료에 관하여는 국세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하였고, KBS의 전(前) 직원으로 ‘세무소송’에 초기부터 관여해 왔던 고발인 및 고발인과 함께 세무소송을 전담하여 진행해 왔던 담당변호사에 대한 조사, ‘세무소송’에 관여했던 KBS의 직원들인 2005년 조정 당시 부사장, 세무기획팀장, 세무프로젝트팀장, 재무팀 결산/세무 담당자, 감사실 직원, KBS 사내변호사 등에 대한 조사 및 당시 국세청 담당자에 대한 조사 등을 이미 실시하였으므로, 정사장에 대한 혐의사실에 대한 조사에 정사장의 진술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음이 분명하므로, 정사장의 진술은 더 이상 수사에 필요하다고 할 수 없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검찰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세계일보 2008. 8. 11.자 “검찰, 정연주 사장 내주중 기소, 향후 수사일정 밝혀” 제목의 기사에 의하면,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정 사장에 대한 소환조사 없이도 당장 기소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며, 미디어오늘 2008. 8. 5.자 “검찰, 정연주 사장 강제구인 방침” 제목의 기사는 “수사팀 내 일부 검사들은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앞으로 수사 자체를 하기 힘들다”며 강제구인론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하였는데, 이런 보도에 비추어, 검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정사장을 조사하려는 이유는 “수사의 필요” 때문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소환에 응하지 않는 것을 그냥 두면 앞으로 검찰이 소환조사 등의 수사를 하기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다는 이유 때문임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도주우려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것이 명백한 경우 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2에 따라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를 강행하였다.

정사장은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우리 사회의 커다란 논쟁의 대상이 된 이번 사안에 관하여 법원에서 자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칠 예정인데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개인적인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정사장이 체포나 구속이 두려워 도주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 사건은 2005년에 종결된 사안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므로, 보는 이에 따라 그 법률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겠으나, 그러한 평가를 위한 전제 사실은 이미 확정되어 있고 전제 사실의 확정을 위한 증거는 검사에 의해 이미 확보되어 있어 검사가 더 수집할 증거는 없으므로, 정사장이 인멸할 증거라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KBS가 보관하고 있던 모든 자료(‘세무소송’ 기록은 물론 2005년 ‘세무소송’을 조정으로 종결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모든 자료)는 감사원과 검사에게 제공되었으며, 앞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검사는 KBS가 보유하고 있지 않은 국세청 관련자료에 관하여는 국세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이미 확보하였고, ‘세무소송’에 관련된 모든 참고인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이므로, 어차피 법정에서 그 진술이 현출되어야 하는 정사장의 진술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정사장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도 없다.

따라서, 검찰의 정사장에 대한 체포는 부당하며, 정사장의 변호인단은 검찰의 부당한 체포에 대해 추후 지속적으로 문제를 지적할 것임을 밝힌다.

2008. 8. 12.

정연주 사장 변호인단

변호사 조준희 백승헌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담당변호사 김기중

법무법인 정평 담당변호사 송호창

법무법인 동서남북 담당변호사 한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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