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영진이 12일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사과방송 명령을 수용해 이날 사과방송을 내보내기로 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박성제)는 경영진의 이같은 결정에 반발해 회사의 사과 방송을 적극 막아서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 MBC 엄기영 사장은 12일 오후 5시 부장급 이상 간부들을 소집해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청자 사과 명령 결정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했다.ⓒ MBC 홍보부

엄기영 사장 "MBC 미래 위해 대승적으로 수용하겠다"

MBC 홍보부에 따르면 엄기영 사장은 이날 오후 5시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MBC의 미래를 총체적으로 판단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를 대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며 “그동안 시청자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방통위는 지난 7월1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PD수첩에 대한 사과방송 명령을 의뢰함에 따라 사과 문안을 완성해 오늘(12일) 오전 MBC에 통보했다.

MBC, 오늘밤 '뉴스데스크' 끝난 직후인 11시경 '사과문' 방송 예정

MBC는 이날 올림픽 특별방송으로 PD수첩이 편성에서 빠짐에 따라, PD수첩 편성 시간대인 밤 11시에 맞춰 올림픽 특집 <뉴스 데스크>가 끝난 직후 사과문을 방송하기로 했다.

MBC 경영진의 이같은 결정은 PD수첩이 방송되지 않는 날에 사과방송을 내보냄으로써 해당 프로그램의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방통위는 PD수첩이 편성 시간과 같은 시간대에 사과방송을 내보내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MBC 경영진의 ‘일사천리 사과방송 결정’을 놓고 MBC 안팎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법상으로 방통위 명령 뒤 7일 안에만 사과방송을 하면 되고, 30일 안에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는 절차가 남아 있음에도 이례적으로 통보 당일 서둘러 사과방송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MBC 노조, "사과방송 못 내보낸다!"…부조실 막아서고 '사과방송' 저지 중

▲ 방통위가 MBC 측에 보낸 결정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이같은 경영진의 방침이 알려지자 오후 5시경부터 확대간부회의 장소에서 팻말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MBC본부는 “경영진의 결정은 공영방송을 사수하려는 MBC 구성원과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어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치권력의 힘에 꺾여 진실과 공영방송의 가치를 모두 포기한 언론사 경영진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말라”고 경고했다.

노조원들은 오후 7시30분께부터 2층 부조정실과 5층 뉴스센터로 몰려가 입구를 막아서고 있다. 노조는 부조종실에 도착하는 방송 테이프들을 일일이 조사해 사과방송을 저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아예 생방송으로 바로 내보낼 수도 있다”면서 “이에 대비해 사과문 고지 자막작업도 일일이 점검해 막을 것”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부조정실은 방송사 안에서 모든 방송 프로그램이 거쳐가는 곳으로, 최종 송출을 하는 주조정실 직전의 관문이다.

이날 MBC PD협회도 성명을 내어 “우리 PD들은 선배들의 피땀으로 쟁취한 언론자유가 소수의 오산으로 짓밟히는 것을 좌시하지 않고 결연히 일어설 것”이라며 “MBC 경영진은 부당한 탄압에 굴하지 말고, 원칙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PD수첩 > 조능희 CP, 송일준 PD에 '징계성 인사설' 논란

한편 이날 MBC 경영진은 확대간부회의 직전 <PD수첩>의 총책임자인 조능희 CP와 송일준 PD에게 ‘징계성 인사’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PD수첩>팀의 한 PD는 “오후 4시쯤 조능희 CP는 보직 해임을, 송일준 PD는 진행자 사임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인사발령은 내일자로 날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보부 관계자는 “징계에 대해 전혀 논의된 바 없다. 언론이 너무 앞서나간 것 같다”고만 답했다.

(특별취재팀=안영춘 윤희상 정영은 송선영)

<방송통신위원회 결정사항 전문>

ㅇ고지일시 : 제재조치 명령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 해당 방송 프로그램 본방송 직전 1회 고지

ㅇ고지방법 : 조치 내용을 4개의 전면화면(#1, #2, #3, #4)으로 나누어 음성과 자막(푸른 바탕, 흰 글씨)으로 방송

ㅇ고지내용

#1 이 방송은 방송통신위원회 결정사항 고지방송입니다.

#2 (주)문화방송은 MBC-TV 'PD수첩'<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1,2방송 중, 미국 시민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동물학대 동영상과 광우병 의심환자 사망소식을 다루면서 여섯 가지 오역과 진행자가 주저앉은 소에 대해 "광우병 걸린 소"로 단정하는 표현을 방송하고, 한국인이 서양 사람보다 인간 광우병에 더욱 취약하다며 "한국인이...인간 광우병 발병 확률이 94%"라는 내용을 방송하고,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을 다루면서, 미국의 도축시스템·도축장 실태 ·캐나다 소 수입·사료통제 정책 등에 대해 일방의 견해만 방송한 사실이 있습니다.

#3 이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 제2항 및 제3항, 제14조(객관성), 제17조(오보정정)를 위반한 것으로 방송통신심의원회의 제재조치 결정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받았습니다.

#4 이러한 제재조치 내용을 알려드리며, 시청자 여러분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희 (주)문화방송은 이를 계기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등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보다 좋은 프로그램을 방송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주)문화방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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