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재건축 시장 선물세트’ 꾸러미의 리본이 풀린데 대해 보수지들은 그야말로 환호를 보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일제히 ‘대못’, ‘족쇄’ 등의 어휘를 동원해 정부 방침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부동산 경기의 핵심 중 하나는 재건축 시장인데 이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앞으로 전체 부동산 시장에 온기(溫氣)가 퍼지게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추측도 강한 톤으로 제기됐다.

▲ 거의 '재건축 광복절'을 연상케하는 20일자 신문 헤드라인들.

국토교통부의 업무보고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소형주택 공급 의무비율 개선, 재건축 조합원 신규 분양 확대,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등의 대책이 제기됐는데, 아무래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초과이익환수제 폐지였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주택재건축정비사업 구역에 적용되는 것으로 재건축 사업을 통해 정상주택 가격 상승분을 초과한 주택가격 상승분에 대한 이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이다. 부동산시장이 과열됐던 2006년 참여정부 시기 투기를 막기 위해 도입됐으나 2008년 이후 주택가격이 안정세가 지속돼 투기 우려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이번에 폐지가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폐지하려면 국회에서 관계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확대를 내수확대의 시발점으로 보기도 한다. 직접적으로는 이사비용, 부동산 중개 수수료, 인테리어 등과 관련된 소비가 진작되는데다 부동산 투자로 인한 이익 창출로 추가적인 소비 유도를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0년 기준년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우리 경제 구조는 제조업 비율이 높은 수출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국토부 업무보고에 포함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한 조선일보의 20일자 사설.

한국 경제에 대한 이러한 충심 때문인지 <조선일보>는 ‘여기서 부동산 온기 못 살리면 경기 회복 꿈도 꾸지 말아야’라는 다소 협박조로 들릴 수 있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부동산 경기를 살리지 못하면 경기회복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정치권의 신속한 입법을 주문했다.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부동산 규제를 풀다 보면 특정 지역이나 일부 부동산 상품에서 투기 조짐이 나타날 수도 있다”면서 “그게 두려워 부동산 값이 오르기만 하던 시대에 투기 억제를 위해 만들었던 규제의 덫을 풀기를 주저하면 부동산 경기는 곧바로 사그라지고 말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투기 열풍이 되살아나도 가만히 둬야 한다는 다소 용감한 주문이다.

<조선일보>의 용기와 충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DTI·LTV·종부세 규제도 완하해야’ 제하의 기사를 통해 근본적 차원에서 부동산 대책이 필요하다는 부동산 업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DTI는 총부채상환비율의 약자로 매월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월 소득의 5~6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제도이다. LTV는 주택담보인정비율의 약자로 집값에서 대출금이 차지할 수 있는 비율을 말하는데 대개 40~60% 이하로 잡혀있다.

▲ DTI, LTV 규제 완화도 해야 한다는 부동산업계의 주장을 보도한 조선일보의 20일자 기사.

문제는 DTI와 LTV규제 완화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부동산 대책에 상당한 역량을 마치 쏟아붓듯 했던 정부 관료들도 쉽사리 손을 댈 생각을 하지 못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DTI와 LTV 규제는 오로지 부동산 정책과만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 금융산업의 건전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자칫 잘못하면 금융산업의 부실 원인이 돼 한국 경제 전체가 마비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 DTI와 LTV규제는 가계부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지적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담이 큰 경제 관료라 할 지라도 이 부분만큼은 쉽게 손을 댈 수 없다. 이번 업무보고 내용에서도 DTI와 LTV규제 ‘완화’가 검토됐다가 ‘보완’으로 선회한 것도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일보>가 내세우고 싶어하는 주장은 그야말로 용감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 소형평형 의무비율 폐지에 초점을 맞춘 중앙일보의 20일자 기사.

다른 신문과는 달리 <중앙일보>는 소형평형 의무비율 공급제도 폐지에 초점을 맞췄다. 소형평형 의무비율 공급제도란 주택을 건설할 때 의무적으로 전용면적 60㎡(약 18평) 이하의 소형주택을 포함하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나름 기구한 운명의 길을 걸어왔는데 1978년 서민층에 대한 주택공급의 필요성에 따라 도입됐다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건설경기 위축을 이유로 폐지됐다. 하지만 2001년 서울시 소형주택공급 비율 하락으로 잠시 도입됐다가 재건축 시장이 불경기를 맞으며 다시 폐지됐다. 2009년 다시 시행됐다.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국토부 관계자는 소형평형 의무비율 폐지에 대해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크기 구성이 가능해져 재건축단지의 매력이 커질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여기서 ‘지역별 특성’이란 강남구 일대의 중대형 재건축 대상 단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소형주택을 굳이 짓지 않아도 된다면 분양가격이 비싼 중대형 단지를 구성해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그간 지지부진 했던 재건축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결국 정부의 대책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만 수혜를 입게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일보>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 강남 특혜 논란’, ‘소유한 주택 수 만큼 분양 받아…여러채 가진 강남 부자들 혜택’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번 대책이 사실상 서울 강남3구에 혜택을 집중시키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서민들이 바라는 전월세대책 등은 부재하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다뤄진 부동산 대책을 비판한 한국일보의 20일자 기사

<경향신문>역시 ‘재건축 풀어 부동산 띄우기…부자 대책’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번 정부 대책이 강남의 대형단지와 다주택자들만을 위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도 폐지된 상황에서 분양권마저 주택 수대로 다 주려면,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그간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재건축사업의 경우 소유 주택 수와 관계없이 1가구당 1주택만 공급하도록 했으나 이를 주택 수대로 분양하기로 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국토부의 이번 대책에 지난해 연1%의 저리로 만든 공유형 모기지의 수혜대상을 ‘생애 최초 구입자’에서 ‘5년 이상 무주택자’로 확대하는 서민 주택구입 장려 대책이 있긴 하지만 여기에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 과열을 불러일으켜 전체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이 서민들에게 감당하지 못할 짐으로 되돌아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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