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차 박근혜 정부의 ‘내치’의 방향은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슬로건으로 집약된다. 이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구호이며, 어떤 의미에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현재 ‘비정상의 정상화’는 ‘공공기관 개혁’이란 주제로 가장 먼저 표현되고 있다. 공공기관 개혁을 공기업 노조가 방해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엄포까지 나온 상태다.
박근혜 정부의 의도는 무엇일까? 철도노조 파업 국면에서도 진보언론들에 의해 여러 번 분석이 되었듯, ‘공기업 부채’의 원인은 ‘공기업 직원의 고임금’이라기보다는 정부 정책의 실패 탓이 크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공기업 노조를 만나고 다니고 있는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의 연봉, 상여금, 복지 등이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정부가 부채에 대해 ‘노조 탓’을 하는 것에 대해 노조들이 황당해 하고 있다. 공기업 지출 중에 인건비가 2~3% 비중 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임금이 방만경영의 원인이 되나”라고 현장의 반응을 전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33조 및 제50조에 따라 2013년도 제15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 ‘공공기관 임원 보수지침’ 및 ‘2014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에 따르면 총인건비 예산은 작년대비 1.7% 인상되었다. 참고로 공무원 급여는 안전행정부의 통제를 받는데 이 역시 1.7% 인상이다. 공공기관 총인건비는 대체로 공무원 보수 인상률과 비슷하게 증대된다고 한다.
▲ 손재학 해양수산부 차관이 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공기관 경영혁신을 위한 기관장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진숙 장관 주재로 열리기로 한 회의였는데 손재학 차관이 주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연합뉴스)
하지만 공기업 노조에 대한 반감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한국 사회의 시민들에게 공기업의 임금수준과 복지혜택에 대한 폭넓은 반감이 존재한다. 민주당 측이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에 여러 가지 반박을 준비하는 것 같은데, 막상 여론전으로 가면 정부에 별로 불리하지 않은 싸움이 될지도 모른다”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관계자들도 “팩트 중심의 차분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여론전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박근혜 정부의 의도까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박근혜 정부가 단지 인기를 끌기 위해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개혁’을 빙자한 공기업 직원들의 고연봉 질타가 부채탕감과 관련이 없다면 이런 일은 왜 벌어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진보진영이 가지고 있는 의구심의 가설이 이른바 보수 측에서 ‘민영화 음모론’이라 부르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 모든 것은 민영화를 하기 때문이다’가 된다. 하지만 이 설명도 아직 충분하지 못한 데가 있다. 그렇다면 보수정권은 어째서 민영화를 하려고 하는지가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사정을 아는 관계자들은 ‘보수정권의 재화 분배 방식’의 일환이라고 보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공기업 민영화는 말하자면 박근혜 정부의 4대강이요, 자원외교일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그 설명의 요지는 이렇다. 보수세력은 정권을 잡으면 충성세력에게 이권을 고루 배분해주어야 재생산을 꾀할 수 있다. 그것이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를 통해 확보된 수십조의 예산이었다면, 박근혜 정부에겐 그런 게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 관계자는 “지금 한국 사회의 경제상황이 이명박 정부 때처럼 수십조의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그렇다보니 돈이 되는 것들을 팔아넘겨서 이권 분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그것이 ‘공기업 민영화’의 핵심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으로부터 드디어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 등을 통해 숨겨왔던 일종의 ‘이념적 본능’이 드러난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본능은 사회공공성에서의 일사불란한 후퇴로 현실화되고 있다”라는 과거 김민하 기자의 분석(<철도민영화에서 드러난 박근혜 정부 '이념적 본능'>, 미디어스 2013년 12월 12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도 2012년 총선과 대선의 ‘경제민주화’ 공약과 집권 1년차 ‘창조경제’에서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대면하려는 의지가 다소나마 보였다면, 집권 2년차의 슬로건에선 ‘박근혜 정부 5년을 버텨내는 것’ 이외의 정책 목표가 보이지 않는 참담한 실정이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수파의 입장에서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해 주기를 바랐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정책적 이해도가 없는 현 대통령은 ‘개혁’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개혁의 선봉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공공기관 개혁’이 한국 사회 변혁의 기회를 막는 포퓰리즘 정책이 된다면, 이 시기도 훗날 ‘잃어버린 5년’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자꾸 잃어버리기만 하면서 미래는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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