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에 이어 LG텔레콤이 망내할인 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망내할인요금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의 요금경쟁이 본격화 되면서 소비자들에게 요금할인의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이동통신사들의 이 같은 할인경쟁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소비자단체들은 “SK텔레콤의 망내할인제는 특정 가입자에게만 요금혜택을 주는데다 기본료 인상을 전제로 하고 있어 요금 인하 효과가 미미하다”며 “모든 가입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가입비와 기본료 인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불붙고 있는 망내할인요금제와 관련해 ‘IT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민재씨가 기고문을 보내왔다. <미디어스>는 토론과 논쟁의 활성화를 기한다는 차원에서 해당 글에 대한 반론이 들어올 경우 이를 적극 게재할 방침이다. <편집자주>

통신시장이 요금인하를 둘러싼 논쟁으로 대선 정치판 못지않게 뜨겁다. 최근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요금인하를 위해 ‘망내할인 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오히려 논쟁이 더욱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초 요금인하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와 이동전화 사용자는 물론 언론에서조차 ‘눈 가리고 아웅’, ‘요란한 낚시질’이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망내할인 요금제’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

▲ 국민일보 10월15일자 15면.
지난 5월로 돌아가 보자. 통신 문제를 다루는 한 시민단체가 △SMS 요금 △이동통신 가입비 △CID 요금 △이동통신 기본료 등을 4대 ‘괴물’로 선정하고 이동통신 부당요금 관행 개선과 요금 인하 운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요금인하 주장의 근거로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과도한 초과이윤 규모를 공개하고 4천만 가입자가 넘는 포화시장에서의 가입비 부당성과 SMS 폭리를 언급했다. 또한 규제기관인 정보통신부가 ‘요금인가제’라는 정책의 실패로 사실상 요금인하를 막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들은 국회 토론회 장에서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이렇듯, 요금인하 이슈는 그저 요금을 몇 푼 깎아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부당한 이동통신 요금 관행과 정부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정당한 요구에서 출발했다.

▲ <이미지 출처 - www.imageparody.com>
그러나 망내할인 요금제는 몇 가지 측면에서 이러한 요구에 충실하지 못하다. SKT가 밝힌 ‘망내할인 요금제’는 실질적인 요금인하 효과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망내할인은 SK텔레콤 가입자끼리의 통화료를 할인해주겠다는 것이지만 ‘망내할인 요금제’는 말 그대로 하나의 요금제일 뿐이다. 즉 이 요금제에 가입한 이용자에 한해서만 요금을 할인해주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2,500원의 기본료를 추가 부담하는 조건이다. 요즘 누리꾼 사이에 유행하는 조삼모사 패러디가 이유 있어 보인다. 예컨대 월 5만원을 이동통신 요금으로 사용하는 SK텔레콤 가입자의 경우를 가정해보자.

실질적 요금인하 효과 미흡한 ‘망내할인 요금제’

5만원은 기본료 1만3천원과 음성통화 및 데이터 이용료 3만7천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SK텔레콤의 음성과 데이터 매출 비율에 따라 나누면 월 음성통화요금은 약 2만5천600원쯤으로 추정 된다. 여기에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 50.5%를 적용하면 월간 망내통화 음성통화요금은 약 1만2천930원이다.

망내통화 할인율이 50%이므로 실제로 내리는 요금은 약 6천465원이다. 여기에 추가되는 기본요금 2천500원을 제하면 최종적인 요금인하 금액은 3천965원이 된다. 결국 최종적인 인하율은 7.9%에 이르는 셈이다. 물론 이 요금제에 가입하는 가입자에게만 해당되는 할인율이므로 전체 SK텔레콤 가입자를 놓고 보면 할인율은 이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이동통신 3사가 지난 한 해에만 순이익의 2배 가까운 4조 983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쓴 것을 생각하면 할인이라고 말하기 민망하다.

또한 ‘망내할인 요금제’는 시장원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논리에서 출발했다. 대선을 앞둔 청와대가 임기 말 중점과제로 ‘통신요금 인하’를 전면에 내세우자 시민단체 요구에는 콧방귀도 안 뀌던 정보통신부와 이통사들이 분주해졌다. 특히 가장 큰 요금인하 압력을 받아오던 SK텔레콤이 제일 먼저 망내할인 요금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 한겨레 10월15일자 16면.
동 제도의 시행을 위해 정통부와 할인율, 기본료 조정 등과 같은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긴밀히 협의했다고 밝혔다. 웃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규제기관인 정통부가 언제부터 사업자 요금제 컨설팅업무까지 했단 말인가? 이는 청와대 눈치보기에 급급한 정통부가 SK텔레콤에게 적당히 손해보면서 최대한 생색을 낼 수 있는 방안을 강요, 또는 제안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시장논리 아닌 정치적 논리에서 출발한 ‘망내할인 요금제’

사실 망내할인 요금제는 새로운 요금제가 아니다. 이미 1998년 SK텔레콤이 도입했던 제도인데 정통부가 일방적으로 폐지시켜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던 전력이 있다. 정통부가 지금에 와서 다시 망내할인 요금제를 허용하겠다는 정책결정의 이유를 설명해야만 ‘사업자의 자율적 요금인하 방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SK텔레콤으로의 ‘시장 쏠림’과 통신시장 왜곡이 우려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망내할인 요금제가 마치 SK텔레콤 가입자들에게는 큰 혜택이 돌아가는 것처럼 인식돼 기존 가입자의 이탈을 막고, 타사 가입자가 몰리는 '쏠림현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SK텔레콤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지금의 이동전화 시장은 경쟁시장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으로 우량 주파수인 800MHz가 독점되었고 이로 인해 통화품질 경쟁이 원천적으로 불가하다. 또한 정통부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 인가권을 갖고 있어 실질적인 요금경쟁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으로의 ‘시장 쏠림’이 심화된다면 향후 사업자간 실질적인 경쟁을 통한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합리적인 통신요금 인하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 자명하다.

SKT로의 쏠림 현상 강화는 합리적 통신요금 인하 어렵게 해

▲ 조선일보 10월15일자 B4면.
경쟁 이동통신사가 아닌 유선통신 4사가 정통부에 제출한 건의서를 보면 “SK텔레콤이 자사 가입자 간 통화에 원가 이하의 요금을 적용함으로써 향후 등장할 MVNO사업자, 재판매사업자, 후발 이통사업자 등을 고사시키고 유선사업자를 퇴출시킬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이는 결과적으로 SKT의 독점이라는 폐해를 초래해 소비자의 손실로 귀결될 것”이라면서, “가입비를 없애고, 기본료를 낮추는 일괄적 요금인하를 시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들이 유선통신 사업자들의 ‘밥그릇 지키기’로만 보여지지 않는다.

정통부와 SK텔레콤은 더 이상 이동전화 이용자와 시민사회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정통부는 이동전화 시장의 자율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지향적인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정치권에 휘둘려 망내할인 요금제를 서둘러 도입하면서 “현실적으로 요금인하가 없고, SKT 지배력만 강화된다고 판단될 경우, 바뀔 수 있다.”는 애매한 태도는 곤란하다.

SK텔레콤에게도 이동전화 시장의 51%를 차지하고 있는 ‘맏형’의 모습을 기대한다. 맏형이 ‘막내’ 할인 요금제를 내놓아서 될 말인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망내할인 요금제’를 철회하고 기본료와 통화료를 낮추는 실질적인 요금인하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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