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6시14분, 기자의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최상재. 내용은 “모두 고맙습니다. 새롭게 다시 전선으로 달려갑시다”였다. 어제 평화로운 방송장악 저지 촛불 집회 현장에서 ‘달려갔다’가 예상을 깨고 (너무 일찍) 오늘 오후 늦게 풀려난 최상재 위원장을 전화로 곧바로 인터뷰했다. 최 위원장은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오늘 밤 열릴 방송장악 저지 촛불집회에서 발언할 내용을 마련하던 중이었다.

▲ 7일 경찰의 강제 연행되기 직전 연좌농성으로 벌이고 있는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맨 앞)ⓒ윤희상

- 동작경찰서에 갇혀 있는 동안, KBS 이사 6명이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사 6명에게 하고 싶은 말은?
= 경찰서 안에서 얘기를 들었다. 오늘은 ‘언론 치욕의 날’이다. 대대손손 이 치욕의 날은 제대로 기억될 것이다. 그래서 KBS 이사 6명에게 오히려 감사한다. 언론의 정치적 독립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늘 상기할 수 있는 사건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언론의 치욕은 KBS 이사의 앞으로 남은 인생에 늘 따라다닐 것이다. 이들이 오늘 도대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두고두고 상기시켜 줄 것이다.

- 밖에서는 언론노조의 투쟁 동력이 붙지 않는 상황에서 위원장이 스스로 구속을 각오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
= 구속은 언제든 각오하고 있다. 그러나 어제는 아니었다. 전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과 함께 국가대표팀 축구 경기를 보고자 했다. 평화로웠다. 경찰을 자극하거나 하는 행동이 전혀 없었다. 오늘 KBS 이사회에서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고 시민들의 저항을 막기 위해 정권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침탈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 집에서 가족들이 걱정했을 것 같은데.
= 이전부터 가족들에게 미리 충분히 얘기해 왔다. 언제일지가 문제일 뿐, 체포, 구속 이런 사태는 반드시 오니까 마음의 준비를 해두라고 했다. 오늘 처한테서 전화가 왔더라. 잡혀가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더라. 두 눈 부릅뜨고 가야지, 왜 눈 감고 갔느냐고. 경찰에 끌려가는 과정에서 안경이 떨어져서 그랬는데. (웃음). 안경에 끈을 묶어 머리에 둘러매든지 해야겠다.

▲ 전국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미디어스
- 언론노조에서 제명한 KBS 노조 간부들한테 이명박의 감옥에서 보자고 얼마 전 제안했는데?
= 미덥지 못해서였다. 언론 장악하겠다고 모든 절차와 프로토콜을 위반하고 있는 정권과 ‘전쟁’을 하고 있는 마당에 협상을 통해 이 정권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 것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다. KBS 노조 조합원들이 하루빨리 시민들과 결합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KBS 노조가 지금이라도 싸운다면 시민들이 용서할 것이다. 그런 취지로 말한 것이다.

- 오늘 KBS 노조가 청와대 앞에서 낙하산 사장 반대 집회를 했다고 하는데?
= 철저하게 이명박 정권에 활용당했다고 본다. 그래도 조합이 중심을 잡고 있었다면 오늘처럼 침탈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권이 오판을 하게 한 책임은 KBS 노조에 있다. KBS 이사 6명이 오판하도록 정권에 신호를 보낸 것이다. KBS를 사랑하고 공영방송을 지키려고 한다면 지금이라도 날을 세워 제대로 싸워야 한다. 정권과 협상을 하겠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이 싸움은 절대 끝나지 않았다. 정권이 엄청난 부담을 지고 무리수를 뒀기 때문에 시민들과 언론인들의 저항이 거셀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양심을, 그리고 언론노조 조합원의 양심을 난 믿는다. 전선은 무너지지 않았고, 우리는 다시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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