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경인TV 김성재 회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최대주주인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이 OBS 회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OBS 노조는 백 회장이 OBS 회장을 겸하는 것은 지난해 방송위원회의 허가추천 조건인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성재 회장 "현실 직시하고 백성학 회장님과 힘과 지혜 모아야"

▲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OBS 사옥 ⓒOBS
김 회장은 지난 4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사임사에서 "OBS는 비상한 결단을 하지 않으면 이 난관을 극복하기 어렵게 되었다"면서 "제가 OBS 회장직을 사임할 테니 회장님이 방송사 회장을 맡아 어떻게 해서든 OBS를 살려야 한다고 백성학 회장님께 간청을 드렸다"고 공개했다. 김 회장은 오는 7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회장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 글에서 "당면한 위기의 현실을 직시하고 백성학 회장님과 함께 힘과 지혜를 모으시라. 이 길만이 희망이다. 백성학 회장님이 OBS 회장직을 맡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영광과 이익이 아니라 고난과 희생"이라고 썼다.

김 회장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자본이 방송내용을 간섭하지 않는 공정한 방송을 하자는 것"이라며 "백성학 회장님은 대주주이며 이사회 의장으로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방송내용에 간섭한 적이 없다.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개국한 OBS는 내년 4월이면 유동성이 바닥난다는 설이 도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최근 대주주인 백 회장이 노·사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 "사장 위에 어떤 직책도, 인물도 필요 없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지부장 김인중)는 5일 성명을 내어, 김성재 회장의 사퇴는 조직을 위한 용단으로 평가하지만 백성학 회장이 OBS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OBS지부는 "대주주는 대주주로서의 역할과 책임이 있고 경영을 책임진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은 또 그들대로의 책임과 의무가 있다"며 "특히 대주주인 백성학 이사회 의장이 '소유와 경영' 분리의 이행을 선언한 바 있음을 상기해 보면 더더욱 김성재 회장의 주장은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OBS지부는 성명을 통해 "공정방송과 OBS의 미래를 위해서는 공모 추천된 사장 중심체제로 가야하며 공모 추천된 대표이사 사장 위에 그 어떤 직책이나 인물도 필요치 않다"며 "김성재 회장 사임을 계기로 옥상옥 구조를 타파하여 주철환 사장 중심의 간명하고 야무진 조직 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OBS희망조합지부가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OBS는 공모사장 중심으로 가야한다!

OBS 희망조합은 OBS가 건강한 방송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공모 추천된 사장 중심체제로 가야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 공모추천 사장 위에 회장과 부회장이 있는 소위 ‘옥상옥’ 구조는 원활한 의사소통의 방해, 줄서기, 대표이사의 결정권 제약과 같은 문제를 야기 시켰으며 이에 대해 조합은 수차례 문제 제기를 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4일 김성재 회장이 사내 게시판의 글을 통해 사의를 밝혔다. OBS 희망조합은 김성재 회장이 방송사업자 허가추천에서 개국까지 OBS를 위해 고군분투한 점을 높이 사며 아울러 어려운 시기에 사퇴를 결정한 데 대해 회사의 조직을 바로 세우기 위한 용단이라 평가한다.

그러나 그가 전한 사임의 변을 보면서 조합은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바로 자신이 비운 자리를 현 이사회 의장이 맡아야 하고 그것만이 회사를 살리고 직원들을 위한 길이라고 역설한 대목 때문이다. 우리는 김성재 회장이 왜 이런 주장을 했는지 그 진의를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대주주는 대주주로서의 역할과 책임이 있고 경영을 책임진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은 또 그들대로의 책임과 의무가 있다. 특히 대주주인 백성학 이사회 의장이 ‘소유와 경영’ 분리의 이행을 선언한 바 있음을 상기해 보면 더더욱 김성재 회장의 주장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이에 OBS 희망조합은 공정방송과 OBS의 미래를 위해서는 공모 추천된 사장 중심체제로 가야하며 공모 추천된 대표이사 사장 위에 그 어떤 직책이나 인물도 필요치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주장한다.

김성재 회장 사임을 계기로 옥상옥 구조를 타파하여 주철환 사장 중심의 간명하고 야무진 조직 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사장 중심의 단출하지만 효율적인 조직이, 보다 속도감 있고 유연하게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데 유리하며 또 그래야만 엄격히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OBS 희망조합은 향후 조직 개편 구도를 예의주시할 것이며, OBS가 제대로 항해하기 위해 필요한 조합의 역할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행할 것이다.

2008. 8. 5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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