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8일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식을 앞두고 국내 지상파 각 채널에서는 연일 베이징 올림픽을 기념하는 각종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에서 오락, 교양, 정보, 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중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고 있다.

물론 중국의 역동성과 발전상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은 이전부터 수차례 각 채널에서 방영되었다. 그때마다 소개되는 내용의 대부분은 부자(富者)와 빈자(貧者)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부를 이룬 사람과 시골에서 도시로 나와 일용노동자로 힘겹게 하루를 살아가는 농민공의 삶을 극명하게 대비시킴으로써 오늘의 중국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런데 이들 관련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이상하게도 그 구성내용이 너무도 똑같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서로 다른 방송국에서 다른 아이템을 다루는데 구성 만큼은 동일하다는 이야기다. 즉 중국의 ① 신흥부자와 농민공이라 불리는 시골이주 노동자의 어려운 삶을 교차 소개하고 ② 농민공의 고향을 취재진이 함께 동행취재를 한다는 것이다.

▲ 일본 NHK스페셜의 중국 특집다큐멘터리 <격류중국> 1편 '부자와 농민공' 방송 안내
물론 이 같은 프로그램 구성은 매우 일반적인 형식으로써 그리 특별하지 않다. 즉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구성이며 부자와 빈자를 상호 대비함으로써 중국의 빈부격차 문제를 더욱 극명하게 나타내는 수단으로 매우 적절한 방법이기도 하다.

일본 NHK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NHK스페셜에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2007년 4월부터 <격류중국(激流中國)>이라는 타이틀로 부정기적인 중국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영해 오고 있다. 지난 7월 13일까지 모두 13편이 제작 방영된 상태고 앞으로도 몇 편이 더 방영될 예정이다.

NHK스페셜의 <격류중국> 시리즈 중 4편이 EBS 교육방송의 <다큐10>을 통해 7월 28일~31일까지 방송된다. '중국의 빛과 그림자'라는 타이틀로 1편 신(新)귀족의 탄생, 2편 소 황제의 눈물, 3편 언론의 아슬아슬한 힘겨루기, 4편 상표권분쟁 제2라운드 등 모두 4편이 방송된다.

NHK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무려 16개월 전부터 중국의 오늘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영역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일본의 시청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그중 2007년 4월 1일 격류중국 시리즈 중 제 1편으로 방영된 <富人と農民工-부자와 농민공>은 중국의 경제발전 속도 만큼이나 큰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NHK스페셜 VS MBC스페셜

일본의 NHK스페셜을 통해 <격류중국> 시리즈가 방송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6월 9일 MBC 스페셜에서 <차이나르포, 부자와 가난한 자>가 방송됐다. 주요 내용은 프로그램 타이틀에서도 인지되듯 중국의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방송은 쉬옌, 쉬민 자매가 가족이 있는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의 고향방문에 취재진이 동행한다. 그리고 고향에서의 가족상봉과 짧은 순간의 행복 그리고 또 다시 헤어짐의 슬픈 이별장면이 소개된다. 시청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이별의 슬픔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이 구성은 결국 NHK스페셜 <부자와 농민공>의 구성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기본 구성에 있어서 전술한 ① 신흥부자와 농민공이라 불리는 시골이주 노동자의 어려운 삶을 교차 소개하고 ② 농민공의 고향을 취재진이 함께 동행취재 하는 구조와 일치한다.

▲ NHK, MBC, KBS, SBS스페셜 타이틀과 농민공 동행취재 내용

NHK 격류중국(激流中國) vs KBS 격동중국(激動中國)

2008년 1월 KBS도 베이징 올림픽의 해를 맞아 신년특집 2부작 <20087 격동중국>을 방영한다. 왠지 프로그램 타이틀부터 NHK스페셜의 <격류중국>과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격동(激動)과 격류(激流)는 매우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며 우리에게 있어서는 일본에서 사용하는 격류보다 격동이라는 단어가 매우 친숙하다.

프로그램 내용을 보면 앞서 이야기한 NHK와 MBC스페셜에서 다뤘던 내용과 구성 어디에서도 별 특이할 만 한 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중국 상위 1%의 삶을 사는 부자들의 모습과 허베이성에서 베이징으로 돈을 벌기위해 농민공으로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의 생활모습을 교차해서 소개한다. 그리고 취재진은 1년 만에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가는 건설노동자 황동씨를 동행 취재한다. 가족을 만나고 다시 일터로 돌아 가야만하는 이별의 슬픔 역시 빼놓지 않는다.

▲ 각 채널별 프로그램의 주요내용과 구성 비교

어쩔 수 없는 SBS스페셜의 차이나스토리 1부 - 흑묘백묘

베이징 올림픽이 보름정도 남은 7월 27일 일요일 SBS스페셜 역시 베이징올림픽 특집 <차이나스토리>를 방영했다. 제 1부 검은고양이, 흰 고양이(黑猫白描)편을 통해 중국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빈부의 격차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전 KBS와 MBC의 관련 프로그램이 그랬던 것처럼 SBS스페셜 역시 중국의 상상을 초월하는 부자의 사례와 시골에서 도시로 나와 돈을 버는 이른바 농민공이라 불리는 엘리베이터 걸 궈창쥔씨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리고 취재진은 영락없이 엘리베이터 걸 궈창쥔씨와 함께 그녀의 고향인 쓰촨성 청두로 가족을 만나러 간다. 그곳에서 남편과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자녀와의 짧은 만남이 소개된 후 눈물로 범벅되는 이별장면이 화면에 흐른다. NHK, MBC, KBS스페셜의 프로그램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번 프로그램이 마지막이길 희망하며

2007년 4월 일본의 NHK스페셜로 시작된 중국의 빈부격차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그해 6월 한국의 MBC스페셜로 이어졌다. 그리고 2008년 신년특집으로 KBS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시청자들에게 소개되었으며 베이징 올림픽을 2주 정도 남겨둔 시점에는 최종적으로 SBS스페셜이 마침표를 찍는 역할을 했다. 물론 이 같은 연결은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분석일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시청한 상기 네 편의 이야기는 분명 <중국의 심화되는 빈부 격차의 오늘>을 다뤘으며 중국 상위 1%에 해당하는 부자들의 삶과 농민공(고향을 떠나 도시로 돈을 벌고 있는 지방 사람을 통칭)의 이야기를 서로 비교했다. 그리고 취재진은 농민공의 고향을 함께 방문하면서 동행취재를 통해 그들의 힘겨운 삶의 현실을 가족의 이별이라고 하는 매우 인간적인 슬픔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전개했다.

이제는 SBS스페셜의 차이나스토리 제 1부 검은고양이, 흰 고양이(黑猫白描)가 마지막이길 희망한다. 더 이상 구태의연한 경쟁사의 방식을 답습하면서 수 천 만원에 이르는 프로그램 제작비를 사용하는 것은 여러모로 낭비일 뿐이기 때문이다. 별반 다르지 않은 정보만 양산될 바에는 콘텐츠의 기획개발 등 다른 곳에 투자하는 편이 효과적일 것이다.

▲ MBC스페셜 : 차이나 르포, 부자와 가난한 자 (2007.06.09) 농민공 쉬옌씨가 4년 만에 고향의 아들을 만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슬픔의 이별을 장면

▲ KBS스페셜 : 2008 격동중국<제1편> 5억의 샤오캉(小康)을 키워라 (2008.01.06) 농민공 황동(31)씨 부부는 1년 만에 고향 허베이성의 가족을 만나러 간다. 취재진은 부부를 통행취재 한다.

▲ SBS스페셜 : 차이나 스토리 - 제1부 :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黑猫白猫) (2008.07.27) 엘리베이터 걸 궈창진씨가 쓰촨성 청두의 고향집을 방문하고 다시 가족과 눈물의 이별을 하는 장면

▲ NHK스페셜 : 격류중국 富人と農民工 (부자와 농민공) (2007.04.01) - EBS다큐10 (2008.07.28) 도시에서 일하는 장옌초우 부부가 내몽고에 있는 고향집을 방문하고 아들을 만나 다시 이별하고 일터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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