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tvN <현장토크쇼 택시>(재방송)의 한장면이다.

tvN이 지난 9일 개국 1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프로그램의 선정성 문제, 조작방송 사건 등으로 말도 많았지만 tvN을 하나의 정식채널로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데는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 자체제작 비율도 60%대로 끌어올렸다.

9월 8일 첫방송을 시작한 <현장토크쇼 택시>는 tvN 자체제작 프로그램의 하나로 로드토크쇼를 표방한다. 가수 김창렬과 개그우먼 이영자가 운전대를 잡고 손님을 태우고 서울시내 곳곳을 돌며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4회 방송에는 야구장 치어리더, 영어학원을 다닌다는 대학생, 생활설계사, 작곡가 김형석을 태웠다. 일반인과 연예인의 배치를 적절히 하면서 사는 얘기나 이웃들의 속마음을 듣는다.

택시라는 공간이 원래 묘하다. 아침 출근길에 버스를 놓쳐 허겁지겁 탔을 때는 안절부절 하며 막힌 도로만 보며 타게 되지만, 야근하느라 막차를 놓쳐 택시에 올랐을 때는 일상의 피로를 상징하는 공간이 된다. 기사님도 어쩌다가 방향이 맞아 같이 탄 손님도 모두 처음 본 사람이지만 괜히 이런 저런 얘기하며 말문이 트이게 하는 곳이다.

이런 느낌들이 <현장토크쇼 택시>에는 잘 살아있다. 화려한 스튜디오가 아니라 일반인들이 뒷자리에 타도 크게 위축되어 보이지 않는다. 다른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처럼 연예인 지망생이 탄다고 할지라도 특별히 보여줄수 있는 것도 없다. 평범할 수록 프로그램이 산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하니 오히려 이야기도 술술 나온다. 쑥쓰럽더라도 목적지에 도착하면 내릴 것을 알기에 부담이 없다.

아무래도 화면이 계속 흔들릴 수 밖에 없으니 눈이 피로할 때도 있다. 손님얼굴보다 앞자리에 탄 진행자들의 얼굴이 더 크게 보여 부자연스러울 때도 보인다. 대신 적절히 편집에서 화면분할 등을 통해 이를 줄여가고, 거리 풍경과 음악을 삽입해 프로그램 안에 여백을 준다.

도시의 낮과 밤을 느낄 수 있는 것도 택시라는 공간과 잘 어울린다. 도시가 가지고 있는 삭막한 이미지를 없애주고 있는 것도 타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는 시도다.

진행자들도 연예계의 사고뭉치로 산전수전 다 겪은 이미지라 프로그램에 잘 맞는다. 14일 방송만 살펴봐도 작곡가 김형석이 자신이 초반기에 표절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영자는 지방흡입, 김창렬은 폭력 사건 얘기를 꺼내면서 자칫 어색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무마시켰다. 만약 아이돌 남자스타나 예쁜 여자 모델이 운전했으면 프로그램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현장토크쇼 택시>는 어쩌면 tvN이 가진 채널 이미지와 가장 동떨어져 있다. 항상 자극적인 것만 보다가 너무나 담백한 맛을 보니 놀랍다.

하지만 이것이 하나의 모델이 될 수도 있겠다. 욕하면서 보는 프로그램도 필요하지만 웃으면서 보는 시간도 있어야 한다. 합승하고 싶은 유일한 택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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