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기구인 지명위원회(BGN)가 지난 25일 독도를 한국 소속에서 '주권 미지정 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으로 변경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날 주미대사관 측은 미 지명위원회 관계자를 면담했음에도 이같은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이후 정부는 부랴부랴 이를 바로잡겠다며 나서고 있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방송3사는 28일 저녁 메인뉴스에서 공통적으로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문책이 불가피해보인다"며 "지명위원회가 한 번 내린 결정을 바꾸기 위해서는 충분한 근거와 자료가 제시돼야 하기 때문에 독도 표기가 원상복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BS 6건, MBC 8건, SBS 4건의 꼭지에서 각각 이 문제를 다뤘다.

또 방송사들은 '독도 사태'의 원인에 대해 "미리 준비하지 않고 정작 문제가 불거질 때 파문을 수습하려는 땜질식 외교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며 "수십 년 동안 주기적으로 터져 나온 독도 이슈에 대해 정치적 구호만 난무했을 뿐 우리는 인력, 예산, 전략 등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명기 결정 이후 정부가 들고 나온 대책 역시 대부분 과거 대책을 재탕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KBS "남북관계를 외교영역으로 등치, 땜질식 외교로 스스로 운신 폭 좁혀"

재미교포의 제보를 받고 미 지명위원회의 변경 결정을 3사중 가장 먼저 보도한 KBS <뉴스9>은 '뒷북 대응 질타'에서 "미국 지명위원회가 한 번 내린 결정을 바꾸기 위해서는 충분한 근거와 자료를 제시해야하고 적극적인 외교도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독도표기가 원상복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 7월 28일 KBS <뉴스9>
KBS는 "사실상 '일본 손''에서 "다른 영토분쟁 지역인 쿠릴열도나 센카쿠열도는 그대로인 채 유독 독도만 변경시켰다는 점에서 미국이 '독도 불개입' 원칙을 포기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는 일본측의 집요한 로비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KBS는 '심층취재-외교라인 총체 위기'에서 '독도 사태'의 원인을 3사 가운데 가장 자세하게 분석했다.

KBS는 "현 정부 출범과 실용외교 표방 후 쇠고기 졸속협상과 중국의 동맹 폄하발언, 독도문제에서 ARF파문까지 6개월이 채 안돼 벌어진 일들은 우리 외교의 전략과 방향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우리 정부가 미국·일본과의 동맹 복원과 관계개선을 외친 뒤, 단기적인 성과 도출에 매달려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급히 추진한 결과다. 정작 문제가 불거지자 파문을 수습하려는 땜질식 외교가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KBS는 "또 지난해까지만 해도 남북은 상호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1년만에 돌연 해묵은 대결외교를 되풀이함으로써 국제사회를 당혹케 했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과 중국의 전략대화, 미·일 동맹강화와 일본의 부상 등 한반도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제적 이슈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형국이 됐다"고 전했다. KBS는 "정부는 외교부출신의 통일부 장관을 기용하고 남북관계를 외교 영역으로 등치시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고 덧붙였다.

MBC "외교사령탑, 전략, 시스템 부재가 원인"

MBC <뉴스데스크>는 '원상회복 쉽지 않다'에서 "독도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미국입장에선 나름대론 중립적인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다"며 "우리로선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문제를 삼으면 논란은 더 커져 향후 대응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 7월 28일 MBC <뉴스데스크>
MBC는 '미국 정부 결정'에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표기한 미 지명위의 의도를 분석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MBC는 "1977년 독도의 공식 지명을 중립적인 '리앙쿠르 록스'(Liancourt Rocks)로 변경했으면서도 30년 넘게 한국의 주권을 인정해온 지명위원회가 왜 돌연 입장을 바꿨는지에 대해 시원한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다만 이번 결정은 지명위원회나 국립지리원이 아닌 미국 정부 차원의 판단에 따른 거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MBC는 "의회도서관의 주제어 파문 등으로 미국이 본의 아니게 독도 문제에 끼어드는 상황이 발생하자, 차제에 일관성있게 입장을 정리하자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독도가 한국의 실효지배지역임을 모를 리 없는 미국이 지금처럼 민감한 시점에 표기변경 결정을 내린 것은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MBC는 '갈팡질팡 외교'에서 정부 외교전략이 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에 대해 짚었다. MBC는 △외교사령탑 부재 △전략 부재 △시스템 부재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MBC는 "10.4 선언'이 들어간 ARF 의장 성명이 나오자 외교부 대표단은 수용을 밝혔다가 다음날 오전 180도 태도를 바꿨다"며 "이는 청와대를 포함해 외교안보 라인에서 10.4 선언에 대한 의견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반증(외교사령탑 부재)"라고 지적했다.

MBC는 "정부의 대외정책이 중장기적인 합리적인 대외전략에 입각하기 보다는 단기적이고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정책으로 이뤄져 있다(전략 부재)"는 홍현익 세종연구소 전문위원의 발언과 함께 "독도 이슈는 수십 년 동안 주기적으로 터져 나왔지만 우리에겐 정치적 구호만 난무했을 뿐 인력, 예산, 전략 등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시스템 부재)"고 비판했다.

SBS "일본 도발 후의 정부 대책, 과거의 것 대부분 재탕"

SBS <8뉴스>는 '중립 유지할 듯'에서 "우리 정부의 원상회복 요구에 대한 미 국무부의 반응은 회의적"이라며 "독도 문제에 대해 제3자인 미국과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작업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 7월 28일 SBS <8뉴스>
SBS는 '갈팡질팡…뒷북외교'에서 윤창현 외교부 출입기자의 분석을 통해 이번 독도 사태에 대해 "대통령의 지시도 먹혀들지 않았고 문제를 풀어갈 외교전략도 볼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SBS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도 외교부는 보름이 지나도록 변변한 전담 조직하나 만들지 않았고, 일본의 도발 이후 쏟아낸 14개 대응책도 대부분 과거 대책들을 재탕한 것이었다"며 "무력한 외교부재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외교전략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SBS는 클로징 멘트에서 "넋놓고 있다가 뒤통수 맞는 어이없는 외교 실책이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고 있다"며 "뒤늦게 문책이다 뭐다 해서 외교부가 야단법석인 모양인데 누가 누굴 탓할 수나 있는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