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진작에 족구를 하는 건데. 만날 뛰기만 하고 인기도 없는 축구를 해서말야."

10월 13일 KBS 드라마시티 <무공족구외전>(극본 김정애, 연출 김용수)에서 주인공 주민구(이언 분)의 첫대사다.

<무공족구외전>은 비인기종목인 족구를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라며 시치미 뚝 떼고 시작한다. 도입부에는 시청앞 광장에서 붉은티를 입은 시민들이 전광판에서 나오는 족구경기를 보며 열광하는 장면까지 배치했다.

KBS 드라마시티 <무공족구외전>는 족구를 최고 인기스포츠로 설정하고 스토리를 진행했다.
그리고 바로 철거 위기에 놓인 보육원을 살리기 위해 족구대회에 나가야 한다며 보육원에서 자란 젊은이들을 불러모으며 드라마의 줄거리를 예고했다.

그렇게 모여든 청춘들은 하나 같이 비루하다. 주민구는 인기도 없는 축구를 하고 있고, 오주기(이정호 분)는 특별한 직업도 없어 보인다. 양광태(장태성 분)는 엄청난 비만에 어설픈 댄서이고, 박정우(하석진 분)는 얼굴은 번지르 하지만 여자나 꼬시며 사는 듯하다. 감독님은 감옥에서 막 나온 인물이다.

족구를 인기종목으로 상상했을 뿐 모두가 이 사회의 마이너리티들이다.

이들은 과연 천사보육원을 지킬 수 있을까?

원장님이 남긴 화양리 체육관에서 족구연습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해체위기도 맞았다. 고등학생들과의 경기에서 지는 바람에 모두가 실망에 빠져 경기를 포기해 버리기도 했다.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이 바로 '무공족구'다. 윤봉길 의사도 했다는 무공족구의 비법서를 감독님이 들고나온거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그 비법서를 바로 돌아가신 원장님이 썼다는 사실이다. 이제야 선수들은 힘을 내어 강훈련에 돌입하고 결국은 결승전까지 진출한다.

한가지 스토리가 더 있다. 보육원을 없애려는 인물은 주민구의 라이벌인 중필(서한 분)이다.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 족구 테스트에 나가자는 약속을 어기고 혼자 대회에 나가 현재는 세계적 프리미어리그에서 족구선수로 뛰고 있다. 결승전에서 중필과 맞붙으며 주민구는 자존심을 걸고 마지막까지 싸운다.

<무공족구외전>는 이 청년들이 '화양리 무공족구단'이란 이름으로 뭉쳐 경기 준비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갖게 되고 서로를 보듬어주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렸다. 아직은 낯선 족구라는 소재를 여러가지 기법으로 드라마 곳곳에 적절히 설명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KBS 드라마시티 <무공족구외전>의 네 주인공들이다. 하나같이 사회의 마이너리티들이지만 족구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다.

영상에도 공을 들였다. 족구경기는 연습장면에서부터 결승전 경기까지 족구 특유의 시원한 발차기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했고, 무공족구에 대한 설명도 연기자들의 뒷배경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다.

화양리 무공족구단이 쭈욱 뻗어나가는 것도 유쾌했지만, 단막극에서 쉽게 시도 하지 못하는 여러 시도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인들의 연기가 어색해 발음조차 알아들을 수 없을 때가 종종 있었고, 어색한 CG는 단막극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계속 눈에 거슬렸다.

배역 중에서는 보육원을 지키고 있는 인물로 보이는 상기(김성수 역)의 역할이 불분명했다. 그냥 선수들을 돕는 인물인지, 그도 선수인지 불명확해 혼돈을 줬다. 주인공 주민구도 아버지와의 갈등이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설명이 부족해서 보육원에서 자라는 어린이와의 관계가 설득력이 없었다.

후반부 전개도 자연스럽지 못한게 보인다. 마지막 결승전에서 드라마틱한 장면을 위해 두번째 경기에서 주민구가 출전을 못하게 만들었는데 그 과정이 억지스러웠다.

<무공족구외전>는 컴퓨터 그래픽을 적절히 활용해 스포츠 드라마의 묘미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장면도 곳곳에 허점이 보인다. 최고의 스포츠 경기라고 했는데 결승전 말고는 관객도 없었고 그것도 빈자리에 눈에 많이 띄었다. 결승전까지 올라가는 과정도 드라마 내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서 어쩌다가 거기까지 올라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프리미어 족구단에서 활약한다는 선수와 화양리 무공족구단이 같이 경기하는 것 자체도 이상했다.

드라마의 핵심인 무공족구도 좀더 설명해주길 바랬으나 선수복만 그럴듯하게 입었다.

즉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선수들 개인의 캐릭터도 제대로 살지 못하고, 천사보육원을 꼭 지켜야 한다는 절실감이 들게 만들지도 못했다. 무공족구라는 새로운 설정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듯하다.

이런 허점에도 불구하고 <무공족구외전>은 많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MBC <마지막 승부>이후 제대로 된 스포츠 드라마의 맥이 끊어졌다는 현실을 직시할 때 드라마의 다양성에 한몫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도 축구도 야구도 농구도 골프도 수영도 양궁도 피겨스케이트도 아닌 족구라니, 너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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