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에서 지난 10월 28일부터 시작한 ‘신의진법’ 반대 서명이 11월 8일 현재 20만을 돌파했다.

멀게는 한국에 게임이 처음 사회에 자리 잡은 때부터, 가깝게는 2005년의 ‘바다 이야기’ 사태와 2010년의 셧다운제 논쟁 때부터 계속 되어오던 ‘게임 규제’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게임 개발자와 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셧다운제가 시행된 이후 불만의 목소리가 늘어나던 상황에서 소위 ‘손인춘법’으로 알려진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 그리고 ‘신의진법’으로 알려진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올해 상반기에 발의가 되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게임계의 정부에 대한 반감은 더욱 증폭되었다. 해당 법들은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현재 시행되는 규제를 더욱 강화하며, 또한 ‘신의진법’의 경우 중독 관리 대상에 게임이 알코올, 도박, 마약 등과 함께 포함되었다는 것에 큰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아직 정확한 기준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마치 ‘영화진흥기금’과 같이 게임을 포함한 문화콘텐츠 사업에 일정한 비율의 기금을 걷는 ‘상상콘텐츠기금’까지 논란에 휩싸이며 문제는 확산되었다.

여기에 지난달 31일 ‘신의진법’에 대한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의 발언과 공청회, 그리고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의 요구로 출석한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오진호 대표에 대한 질의 내용이 그야말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되었다. 전자의 경우, 황우여 대표의 발언이 상당히 공격적이며 또한 공청회에서는 법에 찬성하는 사람들로 주로 구성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법에 반대하는 사람도 일부 참여했었으나, 사회자에 의해 충분한 발언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거나 조롱에 가까운 말을 들어야 했다. 후자의 경우, 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무리하게 라이엇게임즈코리아에서 서비스하는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공식 홈페이지 ‘팬아트 게시판’에 올라온 몇몇 선정적인 2차 창작물을 문제 삼는 등 준비를 미숙하게 해놓고서 집중 추궁한 것에 대한 큰 질타를 받았다.

이미 게임 회사를 비롯한 게임 개발자, 그리고 팬들의 불만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구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공식 홈페이지(http://www.k-idea.or.kr/) 메인에 ‘근조’ 문장을 달았을 정도로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1월 8일 오전 6시 현재, 지난 10월 28일부터 시작한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의 ‘신의진법’ 반대 서명에 참여한 사람은 20만 명을 넘어섰다. 인터넷에서는 쉽게 게임 규제를 추진한 두 의원에 대한 조롱은 물론, 규제 자체나 규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불만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의 추측대로 현재 추진되는 게임 규제는 돈을 뜯어내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된 음모인가. 또한 게임 규제 자체는 물론 추진자와 찬성자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게임 규제를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인가. 게임 규제에 반대하는 이들은 게임 규제에 찬성하는 이들이 근거가 없으며, 불합리한 접근법으로 게임을 보고 있다며 비난하지만 그들 자신은 오류를 저지르고 있지 않은가. 게임 규제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게임’에 대해서 말하기보다는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이에 대한 공격으로 일관되어 있다. 이 글은 게임규제에 대한 접근법에 대해서 주로 다뤄보고자 한다.

왜 그들은 (온라인) 게임을 싫어하는가

2010년 12월 30일, 여성가족부의 의뢰로 작성된 셧다운제 비용편익분석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해국 교수 등의 연구원들은 셧다운제 시행 전후의 사회경제적 비용 변화를 추산하기 위해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보고서의 서문에는 매우 흥미로운 문장이 있다.

(전략) 또한 더 이해할 수 없는 집단은 게임 산업 그리고 게임회사들의 태도이다. 게임 산업 측은 지난 10여년 이상 발생한 게임 관련 부작용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고 있지 않으며 사용자와 그 가족을 비난하고 있고, 게임 부작용에 따른 정부 정책을 오히려 비난하며 산업기반을 해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게임 산업의 태도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윤리적이라 할 수 있다. (후략)

이 문장은 좁게 보자면 한 교수 또는 연구팀의 시각이지만 동시에 게임 규제를 찬성하는 이, 약간 비약해서 말하자면 한국의 일반적인 사회 구성원이 게임계에 대해서 바라보는 전반적인 태도로 볼 수 있다. 그것을 병으로 보든 보지 않든,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사람들이 분명 있으며 개중에는 사망 사건으로 이어지는 사건사고를 낳았던 사례가 분명 있으니 그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임 중독에 찬성하는 이들은 게임계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으며, 그래서 강한 규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어떤 게임 개발자의 증언에 의하면, 게임 규제에 대한 토론회가 열릴 때마다 어떤 학부모가 찾아와서 ‘우리 아이를 책임지라’고 하는 것 또한 이러한 생각을 근간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2004년부터 계속 정부 일각에서 제도를 추진하고자 할 때마다 들었던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러한 취지의 주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 규제에 대해 흔히 볼 수 있는 반응 중 하나이자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의 공식 입장인 ‘몇 조원에 달하는 시장규모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식의 접근은 과연 얼마나 유효한가? 그런 식의 접근은 마치 노동 관련 규제를 강화하려는 노동조합이나 정부의 시도에 ‘경제를 위축시키려 한다’면서 반대하는 전경련 등의 입장과 매우 유사하다. 분명 게임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시장 규모를 강조하는 접근은 불합리한 접근이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주장대로 현재 벌어지는 게임 규제는 별다른 근거도 없이 이루어지는 일종의 ‘쇼’인가? 게임개발자연대는 인터넷 배포문서를 통해 “게임 중독 자체에 실체가 없다”고 주장했으며 이외에도 인터넷 곳곳에서 쉽게 ‘게임 중독’이라는 것 자체를 부정하려는 시도가 몇몇 보인다. 분명 대다수의 찬성쪽 보고서의 경우 ‘인터넷 중독’과 ‘게임 중독’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분명 좋지 않은 사용법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 2013년 상반기에 발표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3 한‧일 게임이용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이 전체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8.9%에 대해 사실상 한국에서 ‘게임’이 ‘온라인 게임’을 의미하고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중독에 대한 자세한 입증은 더욱 많은 후속 연구가 필요하겠으나, 이러한 접근 또한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앞서 언급한 셧다운제 비용편익분석 보고서를 비롯한 대부분의 게임 규제에 찬성하는 보고서나 자료는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인터넷중독 실태조사’ 보고서에 근간을 두고 있다.

▲ <2011년 인터넷중독 실태조사> 중 인터넷중독 위험도별과 성별에 따른 인터넷 주 이용목적 중 온라인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주는 그래프

2011년 보고서에 의하면, 인터넷 중독자의 인터넷 주 이용목적 중 온라인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41.3%로 일반 이용자의 32.6%에 비해 약 10% 높다. 그러나 위험도별로 나누어서 살폈을 때 차이는 두드러진다. 인터넷 중독 고위험군의 경우는 56.4%, 잠재적위험군의 경우는 37.1%가 온라인 게임을 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하였다. 이를 다시 연령별로 나눠보면, 유아동(만 5세 ~ 9세)의 경우 고위험군에서 100%, 잠재위험군에서 86%의 무척이나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청소년의 경우 고위험군에서 45.6%, 잠재위험군에서 68.3%, 성인의 경우 고위험군에서 60.1%, 잠재위험군에서 18.5%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인터넷에 중독된 이가 곧 온라인 게임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게임 중독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세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어야겠지만, 이러한 조사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최소한 게임 규제를 추진하는 이들이 충분한 근거 없이 규제를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문화재단의 활동 미비도 규제 추진에 기름을 끼얹었다. 게임문화재단은 지난 2008년 문화관광체육부(현, 문화관광부)와 게임업계의 주도로 설립되어, 원래는 사회적-대외적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여야 했다. 그러나 설립 후 한동안 게임업계의 참여 미비로 사실상 활동이 중단되었다가 2010년 여성가족부를 필두로 한 정부 일각에서 셧다운제를 추진하려 하자 허겁지겁 다시 재단을 정비해 2년 만에야 본격적인 재단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2013년부터 게임업계들이 서서히 발을 빼기 시작하며, 현재는 게임 중독 예방-치료를 지원하는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를 운영하는 것을 빼면 모든 활동이 휴식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간 게임업계들이 재단에 모은 기금마저도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기금 107억 중 단 21억만 상담치료센터에 투자되었으며, 나머지 기금은 특정 회사의 이름으로 홍보에 이용되거나 사무용품을 구입하는 등에 쓰인 사실까지 드러났다.

물론 대부분은 그 날 백재현 의원이 라이엇게임즈코리아의 오진호 대표에게 건넨 질의만을 기억할 것이며, 앞으로도 그에 대한 내용으로 정부와 국회를 질타하고 비난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게임 규제를 입안하고 찬성하는 이들은 ‘게임 중독을 막겠다고’ 했던 게임문화재단이 정작 제대로 된 활동이 미비했다는 사실에 더욱 주목할 것이며 자신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게임 규제 반대자들은 단순히 게임이 공격받는다는 것에만 집중을 하고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임 자체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분명 게임 규제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게임이 사실상 ‘온라인 게임’과 동의어로 쓰인다 해도, 셧다운제의 시행에서 드러났듯이 플레이스테이션3나 XBOX360과 같은 콘솔 게임이 규제의 유탄을 맞아야 했다. 또한 황우여 원내대표의 발언이나 ‘신의진법’에 대한 공청회에서도 게임에 대한 편견과 조롱이 분명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 규제에 반대하는 이들도 단순히 입장만 다를 뿐, 정작 행태에 있어서는 찬성하는 이와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두 입장은 서로 다르지만, 매우 기묘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게임 규제를 해야 하는, 또는 막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갑론을박을 하지만 사실상 게임 자체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분명 게임 중독은 실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봐야할 것은 왜 게임 중독이 생기냐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게임과 온라인 게임이 동의어로 쓰이고 있으므로, 온라인 게임에 대한 접근으로 가야할 것이다. 가령 한국 온라인 게임의 이용 시스템이나 아이템 구조 등을 분석하여 어떠한 지점이 문제가 되는 지를 볼 수 있겠다. 한때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아이템 현금 거래’에 대한 지점까지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규제에 반대하는 이들은 게임 중독이 한국 사회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그런 식의 주장으로만 일관하는 것은 알코올 중독 등의 다른 중독은 물론 살인, 강도와 같은 사건사고도 사회와 연관이 있으므로 처벌이나 규제를 하지말자는 것과 비슷한 태도이다. 또한 게임 규제에 찬성하는 이들도 게임으로 인한 피해에만 집중할 뿐, 왜 그것이 나는 지에 대해서는 세밀하게 보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오는 규제는 셧다운제와 같이 강제적으로 게임 이용을 막거나, 과징금을 강하게 물리는 등의 단편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정리하자면 게임 규제에 찬성하는 쪽은 피해 상황에만 집중할 뿐, 이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부족하며 게임 규제에 반대하는 쪽 역시 분명 게임으로 인한 피해가 있는 상황에서 현재 온라인 게임 시스템으로 인한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조망하려는 시도가 없다. 2008년 게임문화재단이 설립되었을 때 의도는 전문적으로 이에 대해서 연구를 하라는 뜻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재단은 연구는커녕 오히려 엉뚱한 곳에 돈을 쓰기에 바빴다. (애석하게도 게임 규제에 반대하는 이들 중 몇몇은 이렇게 흘러갔을 지도 모르는 게임업계의 후원을 자신들의 방어 논리로 사용하고 있다. 서로 빈약한 근거와 주장들로만 일관된 상황에서, 한국 사회는 게임 규제를 추진하는 쪽의 손을 들고 있으며 다시 반발과 불만이 이어지는 악순환에 놓여있다. 이럴 때 끝이 없는 싸움에서 벗어나 현재 한국 게임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공동으로, 또는 이해관계가 맞는 이들 끼리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인터넷을 통해 상대편에 대한 비난을 할 시간에, 현재 한국 게임이 놓인 지형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이라도 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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