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라는 말. 한국에 와서 참 ‘욕본다’. 남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2일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6개 부처 기자실을 비롯해 모두 11개 부처 기자실의 출입문을 폐쇄하고 새로운 통합브리핑룸으로 이전할 것을 요청했다. 관련한 오늘자(13일) 아침신문들의 기사는 다음과 같다.

<로비로 쫓겨난 기자들> (경향신문 1면)
<‘기자실 자물쇠 봉쇄’ 곳곳 충돌> (국민일보 1면)
<‘언론자유’ 자물쇠 채웠다> (동아일보 2면)
<“언론탄압 끝까지 저항, 홍보처장 즉각 사퇴를”> (문화일보 1면)
<‘맨바닥’에 내쫓긴 언론자유> (세계일보 1면)
<기자실 출입문 ‘자물쇠’> (서울신문 1면)
<기자들, 로비 바닥에서 기사쓰다> (조선일보 1면)
<노 대통령 “죽치고 앉아” 발언 9개월만에 기자실서 쫓겨난 기자들> (중앙일보 1면)
<‘기자실 폐쇄 항의’ 이틀째 / 명분 확보·행동통일 쉽지 않을 듯> (한겨레 6면)
<끝내 언론에 자물쇠 채웠다> (한국일보 1면)

‘기자실 이전 반대’ 이면에 담긴 주류 언론사의 ‘기득권 논리’

▲ 중앙일보 10월13일자 1면.
한겨레신문을 제외한 대다수가 ‘기자실 이전 문제’를 ‘국민의 알 권리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기자단 내부와 언론계 일각의 정서는 그렇게 규정하고 싶겠지만, 다른 한편 그러니까 기자단 외부와 언론계 다른 일각의 정서는 분명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오늘자(13일) 한겨레가 보도한 내용을 잠깐 인용한다.

“언론계 일부에서는 기자실 이전이 ‘직업이기주의’로 비치면서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만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알권리라는 측면에서 봐도 새 합동브리핑센터에서 진행될 기자회견 내용을 마냥 무시하면 오히려 정보를 취득할 수 없게 되는 모순에 빠진다.”

오마이뉴스 백병규 기자는 12일 <지금은 ‘외로운 늑대’가 더 필요한 때다>라는 기사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부처 기자실을 통폐합하고, 통합 브리핑 센터로 재편한 것이 꼭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통합 브리핑 센터로 재편한다 해서 국민의 알권리에 재갈을 물리고, 부처 취재를 원천 봉쇄하는 조치라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기자들로서는 불편함이 따르겠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기자의 본업을 팽개치고 ‘취재거부’까지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언론탄압이라는 주장도 수긍하기 어렵다.”

기자실 이전과 언론탄압은 별개의 문제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언론의 정당한 취재를 방해할 수 있는 요인들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온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런 부분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면 될 일이지 기자실 이전 자체를 전면 거부하거나 ‘언론 자유’라는 기치를 내걸고 정부와 대립할 사안은 아니다. 정부 청사에서 공무원들을 ‘자유롭게’ 만나 얼마나 많은 특종을 내보냈는지도 이해하기 어렵거니와 취재를 하는 기자 입장에서 기자실이 어디 있느냐 하는 게 무슨 큰 변수가 된다는 건지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한겨레 10월13일자 6면.
‘툭 까놓고 얘기해서’ 이번 기자실 이전 문제는 언론사별, 매체별, 출입처별, 기자별로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이번 사안을 ‘국민의 알 권리 침해’나 ‘언론 탄압’으로 규정하는 건 기존 매체, 그 가운데 ‘주류매체’들이 상당수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현재 기자실 이전문제가 주류 매체 기자들의 기득권 옹호 움직임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주류 매체에 속하지 못하는 작은 매체나 인터넷 매체에 대해 기존 기자단이 어떤 태도를 보여왔는가. 지금 기자단의 ‘논리’와 ‘행동’을 전제로 한다면 그들은 지금까지 자신들보다 상대적으로 작은매체나 기자들에 대해 ‘언론탄압’을 자행해 온 셈이다.

그래서 솔직히 묻고 싶어진다. 기자실 이전 문제에 대한 ‘주류’ 언론사들의 강한 반발 이면에 “자신들이 배타적으로 누려오던 특권의식과 편의를 포기하고 소규모 매체, 신흥 매체와 동일한 조건 아래 취재하게 된다”는 점이 포함된 게 아닌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그 이면에 자신들의 취재편의가 ‘조금’ 불편하게 바뀌게 된 것에 대한 불만이 더 강하게 자리잡고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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