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하여 '뭥미 시리즈 3탄'이 되겠다. ('뭥미' : 컴퓨터 키보드에서 빠른 속도로 단어를 칠 때 생기는 오타의 일종. 의도적인 오타로 사용되는 신조어로 '뭐임'의 오타. '대체 뭐냐, 이게 뭐니' 등 황당한 심정을 대변하는 뜻으로 쓰임.)

제1탄은 지난 8일 여의도 국회에서다. MBC 앞에서 공영방송 지키기 촛불집회가 있던 시각,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8대 국회 개원에 전격 합의했다. 이날 합의에서 민주당은 가축법 개정에 대한 확답은 받지도 못했고, 야당 국회의원들까지도 폭력 진압한 '어청수 경찰청장의 퇴진'이나 '최시중 방통위원장 퇴진'은 협상 테이블에 꺼내지도 못했다. 그야말로 알맹이 없는 '황당 합의'였다.(관련기사 < 8일 밤, 여의도에서 '뭥미'를 외치다>)

두 번째 "이게 뭥미" 상황은 그로부터 일주일쯤 지난 16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발생했다. 방송통신심의위가 PD수첩의 광우병소 관련 방송에 "시청자 사과"라는 중징계를 전격 결정했다. 야당추천의 3명 심의위원들은 심사 중에 "이런 논의구조로는 실질적인 심의가 불가능하다"며 퇴장해버렸다. 방통심의위는 공개로 진행되던 회의 도중 '비공개 결정' 방망이를 두들겨 가며 '말로만 공개'회의를 진행해 저질 스피커에 의존하던 방청자들의 분노를 샀다.(관련기사 <방통심의위 회의 방청 '이게 뭥미?' >)

▲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 ⓒ미디어스
이틀 후인 오늘(18일) 광화문에서 또 "이게 뭥미" 사건이 터졌다. 이번엔 방송통신위원회다. KBS 이사의 '추천권'만 가진 방통위가 방송법을 '적극 해석'해가며 새로운 보궐이사를 추천해 사실상 신태섭 이사를 전격 '해임'했다. 사유는 '동의대의 신 교수 해임' 때문이다.(관련 기사 <방통위, 신태섭 KBS 이사 '해임'>)

이날 오전 방통위 제20차 전체회의에 상정된 'KBS 보궐이사 추천에 관한 건'은 원래 안건목록에 없던 '깜짝 안건'이다. 방통위에 따르면 회의가 시작되자 갑자기 송도균 부위원장과 형태근 위원이 보궐이사 추천인사 명단을 들고와서 안건 상정을 요청했다고 한다. 물론 논의 과정은 방통위의 '비공개' 결정에 따라 알 수 없다.

"법원 소송중이지만 일단 해임부터"는 '무리수'

방통위의 갑작스런 발표에 어리둥절해진 기자들은 30여분이 넘도록 질문을 계속했다. 현재 신태섭 이사의 '동의대 해임 무효 소송'이 진행중이다. 그런데 이번 결정으로 "방통위는 '동의대의 해임 효력'에 대해 자의적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방통위의 '일사천리 결정'은 충분히 논란거리이며 '파문'이 예상되는 '무리수'다.

해임 자체가 부당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사안에 대해 서둘러 결정한 이유에 대해 묻자 박재문 방통위 대변인은 "소송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면서 "지난 1일 당연퇴직이 발생해 자격상실 상태가 됐으니 방송법 '30일 이내' 규정에 따라 보궐 이사를 추천한 것"이라며 "추천 의결을 미룰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답변을 반복했다.

신태섭 이사의 '동의대 해임 무효'가 결정난다면? 이에 박재문 대변인은 "소송 판결이 나면 그때 가서 법적 검토를 할 사안"이라는 '석연치 않은' 답변을 내놓았다. 만일 이번달 안에 해임무효가 결정난다면 방통위는 어떻게 대응할까? 결국 '대체 왜 방통위가 향후 법적 공방을 예상하면서도 KBS 이사를 전격 교체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은 채 브리핑은 끝이 났다.

방통위 "해임 아니라 보궐이사 추천이다"

사무실로 돌아와 방통위 브리핑 관련 기사를 올린 후 나를 찾는 전화가 왔다. 방통위 대변인실 직원이라고 한다. 요지는 "이번 방통위 결정은 해임이라기보다는 '당연해직 발생'에 따른 보궐이사의 추천"이라면서 "기사 제목 수위를 낮춰달라"는 요청이었다. '해임'이라는 건조한 단어에도 수위를 낮춰달라니. 해당 직원은 이번 발표에 '퇴출', '파문' 등 '센 제목'을 붙인 다른 언론사에도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며 "아마 해당 기자들이 고민 중일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방통위는 아무래도 기자들의 '센 제목들'에서 "방통위가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뉘앙스가 느껴져 부담스러워진 모양이었다. 석연찮은 방통위 대변인의 브리핑 결과로는 방통위의 결정이 '밀어부치기'로 느껴질 만 했다. 그렇다면 못다 한 질문, 하나 더! 뒤늦게 기사 제목 수위가 신경쓰일 정도라면, 해임권 없는 방통위원들은 이번 추천권 행사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상당하리라는 예견도 미처 못했다는 말인지? 그렇게 서둘러 결정했던 이유가 또다시 궁금해진다. 아무튼 기자로서는 "이게 뭥미?"를 연발하고 싶은, 황당 상황의 연속이다. (물론 '무리한 방통위'의 '무리한 요청'은 정중히 거절했다.)

이명박 정부 인사의 일관성이 유지된 것일까. 방통위가 긴급 추천한 KBS 보궐이사는 '한나라당'과 관계가 깊은 인사로 보인다. 강성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2006년 한나라당 부산시당 공천심사부위원장을 지냈고 2007년에는 한나라당 박근혜 선거대책본부 정책자문역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래도 당분간 '뭥미 시리즈'는 끝없이 계속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아…"이게 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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