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논객이 대선후보 검증의 한복판에 선 '100분'이었다. 지난 11일 밤 MBC <100분토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편에서는 전문가 패널 3인보다 오히려 시민논객들이 날카로운 질문으로 이 후보를 진땀나게 했다.

이날 시민논객들은 전문가 토론이 진행되는 중간중간에 발언권을 얻어 주제와 관련된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한 번의 질문과 한 번의 답변으로 끝난 전문가 토론과 달리 시민논객들은 모호한 답변에는 질문을 계속 이어갔다.

이 후보 "법으로 잘잘못 다스려야"…시민논객 "힘없는 서민에게만 엄격해"

▲ 10월11일 MBC <100분토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민논객들.
노사간 '기초질서'를 강조하는 이 후보에게 한 시민논객이 "한국경제를 악화시킨 주범은 노조가 아니라 기업인과 정치인들인데 근로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이 후보는 "어느 쪽이든 법으로 잘잘못을 다스려야 하고 기업의 경우에는 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답변에 시민논객이 "법 질서를 강조하시는데 외람되지만 이 후보의 경우 위법 사례들이 많이 있다. 힘없는 서민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자 이 후보는 "공부를 많이 해오신 것 같다. 올바른 지적"이라며 "걱정하시는 것은 이미 반영이 돼 있고 앞으로 반영을 시키겠다"며 모호한 답변으로 피해갔다.

시민논객 "말실수 아니라 가치관 반영된 듯"
이 후보 "거꾸로 들으신 것 같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과 관련해 시민 배두성씨는 "추석에 고향인 경북 문경에 내려갔더니 대운하가 그쪽으로 지나간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땅값이 들썩이고 있었다"며 "혹시 운하로 혜택을 얻는 지역을 만들어서 지지를 얻고자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한 여성 시민논객은 이 후보의 장애인 폄하 발언, 여성 비하 발언 등 이 후보의 문제 발언들을 지적하며 "말은 철학을 담는 그릇인데 말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가치관이 반영된 것 같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말씀하신 것 중 사실이 맞는 것도 있고 왜곡된 것도 있다"면서 부동산 투기 옹호 발언과 관련해서는 "투기를 옹호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옳은 발언"이라며 "무주택자에게는 복지정책을 써야 한다는 뜻으로 말한 것인데 거꾸로 들으신 것 같다"며 소신을 보이기도 했다.

시청자들, '전문가 패널' 전문성 부족 지적도

한편 이날 전문가 패널 중에서는 작가 김신명숙씨 정도가 "친북좌파라는 표현은 냉전논리가 아니냐" "대통령이라고 해서 법으로 보장된 노조를 없앨 수 있나" "신혼부부에게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젊은 층의 표를 의식한 공약이 아닌가"와 같은 예리한 지적을 던졌을 뿐 다른 패널들은 기대에 못미친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경민 한양대 정외과 교수는 이 후보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는 질문을 주로 던졌고,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이 후보와 신경전을 벌이면서 다소 감정적으로 토론에 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시청자 김은정씨는 방송이 끝난 뒤 <100분토론> 게시판에서 "이 시대 논객들도 많고 난다긴다하는 정치 경제학자들도 많은데 제대로 공부도 안해오고 제대로 반박도 못하는 사람을 패널로 내세우는 MBC의 의도는 도대체 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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