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대기획-신의 길 인간의 길>에 대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회장 엄신형 목사)의 반발이 거세다. 프로그램 방영 중단 등을 요구하며 서울 목동 SBS 사옥을 수차례 항의방문한 바 있는 한기총은 12일 오후 5시부터 SBS 사옥 앞에서 '기독교 진리 수호 기도회'를 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SBS 방송이 기독교의 근본 교리를 부정하고 폄하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성한표 SBS 사외이사는 지난 10일 발행된 <SBS 노보>에서 한기총의 이 같은 태도를 '전형적인 독선'이며 '종교 자유의 이름으로 언론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교리에 대한 다른 생각이 기독교에 대한 도전이라는 것은 '전형적 독선'"

▲ 10일 발행된 'SBS노보'에 실린 성한표 SBS 이사의 글
개신교 교회 집사이기도 한 성 이사는 <SBS와 한기총의 긴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SBS방송이 '종교 자유의 본질에 대한 침해'이고 '기독교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라는 한기총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며 "종교의 자유는 어떤 신앙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 것이지, 교리를 분석하거나 비판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 교리에 대해 다른 생각을 전한다고 해서 이를 기독교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는 시각이야말로 전형적인 독선"이라고 비판했다.

성 이사는 이어 "한기총이 SBS에 방송 중단을 강압적으로 요구했다는 것은 종교자유의 이름으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며 "한기총은 종교의 영역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는 만큼 언론의 영역에 대한 존중도 보여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방송중단요구는 종교 자유의 이름으로 언론 자유 침해한 것"

성 이사는 "기독교가 오늘과 같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성경 구절의 과학적 정합성을 논증하거나, 다른 주장들을 강압적으로 눌렀기 때문이 아니라 논리의 세계를 뛰어넘는 믿음과 체험의 세계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성경의 모든 말씀은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라야 한다'는 해석을 고수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성경에 대한 다른 해석이 기독교에 대한 도전으로 비치겠지만, 기독교 신앙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상식을 뛰어넘는 믿음의 차원에 들어서야 한다. 이는 다른 견해와 담을 쌓은 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교육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SBS는 '예수 실존여부'와 '종교간 소통'의 관계 보여줘야"

▲ 'SBS 대기획-신의 길 인간의 길' ⓒSBS
하지만 성 이사는 SBS 방송과 관련해 "1부에서 다뤄진 '예수가 신인가 인간인가' 하는 문제는 신학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신앙의 영역이고, 논증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믿음과 체험의 대상"이라며 "SBS는 프로그램 기획 동기처럼 '종교간 소통·화해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종교 화해가 '예수가 신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 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예수가 무함마드와 다름없는 인간이라는 점을 논증하는 것만으로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화해의 기초가 되기에는 모자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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