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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간첩조작 사건', 감추기 바쁜 KBS, MBC[기자수첩] 뉴스타파와 대조적 행보…최승호 PD "정권 눈치만 봐"
김도연 기자 | 승인 2013.09.01 23:54

공영방송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이 주축이 된 <뉴스타파>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들의 가치를 보도로 입증하고 있다면 공영방송은 철저하게 정권의 눈치를 보며 '공영방송'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국정원의 '화교출신 남매 간첩조작 사건'을 다루는 모습을 보면 공영방송과 <뉴스타파>의 뚜렷한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화교출신 남매 간첩조작 사건'은 북한 화교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검찰과 국정원이 간첩으로 일방적으로 몰아간 사건이다. 그는 탈북자의 정보를 북한에 전달했다는 이유로 지난 1월 간첩혐의로 구속됐다. 법원은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씨에 대해 지난달 22일 간첩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 지난달 31일 방송 예정이던 <추적60분> 국정원의 '화교출신 남매 간첩조작 사건' 편은 결국 불방됐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킬(Kill)'하기 바쁜 공영방송

KBS <추적60분>은 이 내용을 지난달 31일 방송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방송 이틀 전, 갑자기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이 제작진을 호출해 통진당 사태를 거론하며 국정원이 예민한 시기니 방송을 1, 2주 연기하자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적60분> 대신 KBS 대전총국이 제작한 특집 다큐멘터리 <모네상스>가 방송됐다. KBS는 "현재 이 사건은 1심이 끝나고 2심이 끝나지 않은 재판 계류 중인 사건으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2장 1절 규정에 따라 방송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해명했다.

최승호 PD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를 통해 "화교남매간첩조작사건을 다룬 추적 60분이 방송 연기된다는 비보"라며 "제작진이 중국 취재도 하는 등 상당히 오래동안 심층취재를 해왔는데 마침내 ....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은 국정원이 예민한 시기라며 방송을 연기시켰다고 한다. 사실대로 방송하면 되지 왜 비판대상의 눈치를 보는지 답답하다"고 밝혔다.

<추적60분> 제작진들은 SNS를 통해 "결국 결방입니다. 참담한 마음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며 "이 책임을 반드시 묻고, 프로그램을 정상화하기 위해 제작진은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라고 밝혔다.

MBC <시사매거진 2580>도 지난 4월경 이 사건을 준비했으나, 심원택 부국장에 의해 방영되지 못했다. <미디어스> 취재 결과, 심 부국장은 '민변의 나팔수 아니냐'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취재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실에 접근한 뉴스타파

<뉴스타파>는 지난 7월 <국정원, 그들의 민낯>을 통해 화교남매 간첩 사건의 진실을 세상에 알렸다. <뉴스타파>는 "일부 언론은 탈북자 만 명의 정보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대서특필했지만 검찰이 기소한 것은 200명 정도에 그쳤다"며 "더구나 검찰은 정보가 구체적으로 전달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유우성씨가 메일 등으로 명단을 전달하지 않았겠느냐는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뉴스타파>는 "그나마 검찰이 제시한 명단도 중복자가 많고 한국 출신자도 상당수 들어있다"며 "또한 명단을 전달했다는 시기 이후에 작성된 명단도 많아 실제는 국정원 주장처럼 주소까지 있는 탈북자 명단은 25-30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변호인들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 7월 11일자 보도 (뉴스타파)

<뉴스타파> 제작진은 직접 중국으로 찾아가 검찰 주장의 허구성을 드러냈고, 유씨의 가족들을 만나 그가 간첩일 수 없다는 증거들을 영상을 통해 제시했다.

<뉴스타파>는 "이번 사건은 국정원이 간첩수사라면 무슨 일이든 눈감아주던 시대에 횡행하던 비민주성, 무능에서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북한이라는 희대의 독재 체제를 대적하다 스스로 그 체제와 닮아버린 듯한 국정원의 모습이 뉴스타파 취재에 고스란히 담겼다"고 평했다.

언제까지 정권 눈치만 볼 건가?

'화교출신 남매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지난달 30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화교남매간첩 조작 사건은 어마어마한 사건"이라며 "70-80년대 재일교포 등을 상대로 간첩 조작을 하던 안기부, 중정부, 보안사의 조작 노하우 기술이 2013년 탈북자를 상대로 벌어지고 있다는 게 확인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최 PD는 "취재 당시 한겨레신문 등에서는 보도를 했는데, 방송에서는 보도가 없었다"며 "MBC <2580> 기자가 취재를 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 그래서 '2580이 먼저 시작을 했기 때문에 뉴스타파는 장기적으로 보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심원택씨가 못하게 해서 중단됐다는 소식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공영방송이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점검을 하고 보도를 해야 한다"며 "그러나 매우 중요한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현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라는 잣대만으로 보도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KBS는 이미 판결이 난 시점인데도 벌벌 떨고 있다"며 "'추적60분'이 해외까지 가서 준비한 보도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제대로 보도를 하는 게 공영방송사의 임무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지난달 31일 논평을 내어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KBS가 보여준 행태로 볼 때, 불과 방영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추적60분> 불방조치를 내린 이유가 위법행위로 코너에 몰린 국정원을 비호하고,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정권의 의도에 호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며 "이는 불법을 저지른 정권의 중견을 자처하는 것이며, 국민을 배신하고 능멸하는 또다른 중차대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공영방송사로서 국정원의 공권력 남용 폐해와 국가 권력의 일방 독주를 지적하기는커녕 정권의 안위에만 골몰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추적60분>을 불방 결정하게 된 경위와 그 배후가 누구인지 낱낱이 밝히고, 국민 앞에 사과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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