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문학의 한 경지를 보여줬던 <자전거여행>에서 김훈은 이렇게 적었다.
"...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나가는 일은 복되다."
그렇다. 동기가 어떠하건 간에 자전거를 타는 일은 복된 일이다. 고유가 사태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결국, 석유 없는 사회에 대한 상상과 삶의 생태적 전환에 있어야 한다면 그 거대한 변혁의 맨 앞에서 자전거는 구른다. 자전거는 사회의 구조를 변환하는 일상적 장치이다.
유인촌은 확실히 '광대'였다. 고유가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란 것이 '닦고 조이고 기름 쳐야 한다'로 요약할 수 있는 처참한 수준이다. 이 심각하게 쌍팔년스러운 정부를 유인촌 장관이 이미지로 적극 수용해냈다. 두려움 없이 쫄바지를 입었다.
유인촌 장관에게 쫄바지의 영감을 제공한 이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유인촌 장관이 쫄바지를 착용하기 이틀 전에 강만수 장관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유가가 150달러를 넘으면 '승용차 5부제, 골프장 영업제한, 백화점 조명 제한, TV 방영시간 단축'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었다. 경제에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며 유임된 그가 내놓은 정책이다. 현재 유가는 140달러 언저리에서 애를 쓰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7월 10일 오전, 청담동 자택에서부터 문화부 청사까지 자전거로 출근하였다."는 짧막한 보도 자료를 냈다. 그것은 '유인촌 장관이 청담동에 살고 있다'는 하나의 사실만을 설명하고 있었지만, 사실 너머 다양한 해석의 여지들을 열고 있었다. 순식간에 인터넷에는 청담동에서 광화문까지 거리를 산출해보는 공간적 사유, 유인촌 장관의 몸매에 대한 신체적 사유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인촌 장관의 자전거 가격에 대한 경제적 호기심이 진동했다. 또다시 유인촌이 '닦고 조이고 기름 쳐야한다'를 외치는 낙후된 정권의 나팔수로 등장한 정치적 배경이 무성하다.
전문가와 공무원들이 미국산 소고기를 먹는데 동원되고 있다. 게시판에 글을 남긴 네티즌들은 출국 금지되고, 방송 조작에 열을 올리던 중앙일보는 사진을 조직적으로 조작했다. 182석의 괴물 여당이 출현했고, 야당은 조건 없이 등원했다.
140억이 넘는 재산을 갖고 있다는 유인촌 장관이다. 그의 오늘 자전거는 매우 부조리해 보였다. 그가 평소 자전거를 타왔다고 해도 시기적절치 못한 노출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유인촌 장관의 자전거는 우리가 커다란 짐받이가 달린 구식 자재 배달 자전거를 타고 고속도로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의식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참고로 길 찾기 프로그램으로 찾아보니 청담동에서 광화문까지의 거리는 11.74km, 주유비는 2,847원이 든다고 한다. 유인촌 장관의 몸매는 아마도 그가 회원권을 소유한 남서울, 산정호수, 리츠칼튼 골프장에서 다져지지 않았나 싶다. 끝으로 그의 자전거 가격은 정확치는 않으나 어느 고수의 분석에 따르면 대략 150만원 정도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