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지난 9일자에 이어 10일자에서도 MBC < PD수첩> 상황실 회의자료를 잇달아 보도했다. 조선은 < PD수첩>에 대해 '의도적 왜곡'이라고 단정하고 "범죄집단 회의만도 못하다"고 비난하면서 중앙일보의 '의도적 연출 사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침묵하고 있다.

조선 사설 "범죄집단 회의만도 못한 'PD수첩' 대책회의"

조선은 10일 1면 기사에 이어 3면 해설, 사설까지 실었다. 사설 <범죄집단 회의만도 못한 'PD수첩 대책회의'>에서 조선은 "그런 짓을 벌인 PD수첩은 양심의 흔적이라곤 범죄집단의 대책회의보다 찾아보기 어려운 이런 대책회의를 벌이고 MBC 노조는 시위 현장에서 'PD수첩을 지켜달라'는 유인물을 뿌렸다"고 비난했다.

▲ 7월10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은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이라고 한 것도, 미국인 여성을 인간광우병이라 한 것도 모두 의도적 '날조' '왜곡' '과장'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의도적'이라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달군 인두로 시청자의 마음을 또 한번 지졌다"는 선정적인 표현도 사용됐다.

조직적 은폐·왜곡 양상으로 확대·과장

1면 < PD연합회·언론노조 등 외부 힘 빌려/ MBC, 방통심의위 압박방안 등 논의> 기사는 "PD수첩이 자신들의 잘못을 알면서도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외부 단체에 기대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보조작가의 노트북 컴퓨터 압수수색에 대비한 회사 차원의 대응이 있어야 한다"는 회의 내용에 대해서는 "증거인멸을 모의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한 변호사의 해석을 인용하기도 했다. 검찰의 원본제출 요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당연한 의견이 '증거인멸 모의'로 확대 해석된 것이다.

▲ 7월10일자 조선일보 1면.
3면 <"피켓 시위가 방송심의에 영향줄 수 있다">에서는 "MBC 대책회의의 회의 내용과 MBC 외곽에서 각 단체들이 MBC를 '보호'하기 위해 벌이는 행동들이 맞아 떨어지는 것"이라며 "PD연합회나 언론노조가 제3자의 객관적 입장이 아니라 MBC 'PD수첩 상황실'과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는 듯한 양상"이라고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다.

조선은 MBC가 검찰의 수사착수 직후 상황실을 꾸린 것을 두고는 "MBC가 검찰 수사에 대비해 상황실을 만들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썼다. KBS <미디어포커스>팀에 취재협조 요청을 한 것은 "KBS와 MBC가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공동 대응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고 해석했다. 전형적인 과장 수법이다.

3면 하단의 <광우병 왜곡·과장보도 'PD수첩' 어땠기에> 기사는 이번 파문 이후 수차례 되풀이 되고 있는 내용이다.

"PD까지 수사하겠다는데 대책회의 당연한 것 아닌가"

MBC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조선일보가 보도한 팩트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이에 대한 해석이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시점에서 대책회의를 하고 실무진 회의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데도 조선은 이를 조직적 은폐 양상으로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실 회의에 참석한 MBC 한 관계자는 "못할 일을 한 것도 아니고 < PD수첩>과 관련 있는 각 부문의 의견을 들어보고 사내 의혹을 해소해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MBC 다른 핵심 관계자도 "검찰이 PD들까지 수사하겠다고 하니 대책회의라도 해서 정보를 공유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회의 내용이 회사의 공식입장도 아니고 비공식 회의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다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 7월9일자 조선일보 1면.
MBC는 지난 6월말 < PD수첩>과 보도국, 정책기획팀, 대외정책팀, 법무저작권부, 홍보팀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상황실을 꾸렸다. 각 부문의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고 경영진의 판단에 참고자료를 제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마저도 김형태 변호사를 선임하고부터는 의미가 없어졌다는 게 MBC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법적으로도 농림부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면서 실무선에서의 논의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MBC 정책기획팀 관계자는 "큰 이슈가 생기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미 회사의 입장이 정리돼서 회의도 뜸하다"고 전했다.

"검찰수사 대응 놓고 한때 일부 이견 있었지만 이미 해소"

시점의 문제도 있다. 조선일보 보도만 놓고 보면 MBC 내부에 이견이 여전한데도 '강경론' 때문에 소수의견이 묻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6월 29일 2차 회의에서 MBC가 검찰 수사에 정면 대응하기로 결정한 뒤로는 내부 공감대는 확보됐다는 것이 자체 평가다. 지난 4일 MBC 기자회 성명과 7일 PD총회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오히려 일부 임원진이 보수 언론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비판 여론도 나오고 있다.

MBC 시사교양국의 한 중견 PD는 "일부 오역에 대해서는 프로그램에서 이미 해명을 했고 당당하게 대응하면 되는데 상층부가 너무 좌고우면하고 우리의 자세를 옹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 PD수첩> 후속방송 조율 중…"전반적으로 설명할 기회가 올 것"

MBC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공식적인 대응은 자제하면서 여론의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 PD수첩>에서는 후속 방송을 준비 중이다. 방송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내용과 수위를 조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BC 한 관계자는 "일부 오역에 대해 사과를 할 수도 있지만 사과하면 사과하는 대로 또 논란이 일지 않겠느냐"며 "전반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으로 보고 그때 가서 설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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