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20.7.5 일 01:02
상단여백
HOME 뉴스 뉴스
김능환 전 위원장 대형 로펌행으로 민망한 방송사들[기자수첩] '미담'에만 환호…법조계 '전관예우'엔 침묵
김도연 기자 | 승인 2013.08.30 11:27
   
▲ 김능환 전 위원장 (뉴스1)

김능환 전 대법관 겸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 27일 로펌행을 결정했다. 대형 로펌 '율촌'이다. 법조계를 떠난 뒤, '편의점 아저씨'의 삶을 택하며 서민 생활을 한 지 5개월 만이다. 사실상 전관예우인 셈이다.

그가 로펌행을 선택한 이후 법조 기자들에게 보냈다는 <맹자>의 한 구절,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 "경제적으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씁쓸하다는 반응이 많다. 진짜 '무항산'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 앞에서 고위 공직자가 꺼낼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월 '편의점 아저씨'가 됐다는 김능환 전 위원장의 소식은 큰 화제였다. 방송사들에게 지나칠 수 없는 기삿거리였다. 고위 공직자가 퇴직 후 욕심을 부리지 않고 소소하게 사는 모습은 그 자체로 '미담'이었다. SBS <8뉴스>는 <채소 파는 대법관 사모님>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SBS는 "중앙선관위원장 퇴임을 앞둔 김 위원장도 여전히 대형 로펌에 가거나 변호사 사무실을 낼 계획이 없다"며 "33년간 공직 생활에 재산이라곤 아파트 한 채뿐이지만, 물질적인 욕심보다는 올바른 처신을 고민하는 중앙선관위원장"이라고 말했다.

또 "그런 남편을 묵묵히 인정하며 노년의 평범한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부인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 고위 공직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편의점을 떠난 현재, 듣기엔 다소 민망한 멘트들이다.

KBS <뉴스9>도 지난 3월 <편의점 아저씨로>라는 제목으로 김능환 전 위원장의 소식을 전했다. KBS <뉴스9>는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퇴임후 소탈한 편의점 아저씨가 됐다"며 "억대 연봉의 로펌으로 향하는 고위공직자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위공직 출신들의 끊이지 않는 전관예우 논란, 소시민으로 돌아간 김 전 위원장의 인생 2막은 그래서 더 감동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KBS <뉴스광장>에서는 그를 '현대판 딸깍발이'라고 칭하며 추켜세웠다. 이 역시 다소 민망하다.

   
▲ 김능환 전 위원장에 대한 지상파 3사의 보도.(위 두 사진은 KBS. 왼쪽 아래는 SBS. 오른쪽 아래는 MBC) 지상파 3사는 '미담'을 전달하기 바빴다.

KBS의 말처럼 고위 공직 출신의 전관예우는 법조계의 '악습'으로 오랫동안 비판을 받아왔다. 판·검사 전관 변호사들은 대형 로펌을 위해 로비스트가 되곤 한다. 그들의 말 한마디가 현직 판·검사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탈세 등 법망을 피해 불법을 저지르는 행태도 만연하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의 로펌행도 이러한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상파 3사는 그의 로펌행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바라봤을까? MBC는 29일 김 전 위원장과 인터뷰를 한 꼭지로 보도했다. KBS는 관련 소식을 단신으로 전할 뿐이었다. SBS는 현재(30일)까지 인터넷 뉴스로만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 <"서민생활 해봤더니…">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김 전 위원장은 "서민생활이 어렵다"며 "해보고 싶어도 일정한 소득이 없으면 할 수가 없는 것이고 또 꾸준하게 뭘 추구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5개월 서민 코스프레'로 인해 소득의 불안정이 커졌던 것일까? 서민의 삶에서는 "꾸준히 추구"할 수 없는 무언가가 궁금하기도 하다. MBC는 로펌행이 어쩔 수 없다는 김 전 위원장 발언에만 주목했다.

소시민으로 살고자 했던 김 전 위원장의 진의를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실제 그가 33년 동안 공직 생활을 통해 모은 돈이 9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당시 재직 대법관 중 꼴지 수준이었다. '3권 분립'을 들어 박 대통령의 러브콜도 마다했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가 만연한 한국 현실에 비춰보면 김 전 위원장은 '청백리'라고 불릴 만하다.

그런 그도 대형 로펌행을 선택해야 할 만큼 법조계의 관행은 뿌리 깊지만, 이를 감시해야 할 방송사들은 우리 주변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도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임진수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0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