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원택 시사제작부국장 (MBC)

MBC가 21일 <시사매거진 2580> '국정원 보도'를 불방시킨 심원택 시사제작2부장을 교체했다. 그러나 심 전 부장은 여전히 시사제작 부국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MBC 내부에서는 책임을 물은 교체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MBC는 21일 인사발령을 통해 심원택 시사제작2부장을 이재훈 전 워싱턴 특파원으로 교체했다. 심 전 부장은 이번 인사로 겸직하고 있던 시사제작2부장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시사제작부국장 자리는 지키게 됐다.

MBC의 한 기자는 22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부장 자리는 교체됐지만 여전히 (심원택 부장이) 부국장 자리를 맡고 있다"며 "이번 인사로 과거의 문제점이 완전히 해결될 것이라는 판단은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MBC 기자는 "신임 부장이 2580에 온 만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부장의 교체가 의미가 있기 위해선 (심 전 부장이) 시사제작국을 떠나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부국장 자리 그대로인 상태다. 국정원 보도 불방 사태의 책임을 묻는 교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각은 PD출신 이현숙 시사제작국장이 '국정원 불방 사태' 때, <2580> 기자들과 심 전 부장 사이를 중재하지 못했던 전례에 비춰보면, 심원택 전 부장이 시사제작부국장으로 전횡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 <시사매거진2580>이 지난 1월 27일 보도한 <강 속에 무슨 일이>

심 전 부장은 지난 1월, 시사제작부국장 자리에서 4대강 관련 비판 보도를 상당 부분 삭제한 뒤 방송에 내보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를 인터뷰했으나 삭제됐고, 기자가 취재한 4대강 장면들도 편집됐다. 당시 MBC 기자들은 "시사제작부장이 데스킹을 마친 상태에서 시사제작부국장이 손을 대는 경우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한편, 심 전 부장에 의해 불방됐던 <국정원에 무슨 일이> 편을 담당한 기자는 스포츠취재부서로 발령이 났다. MBC 내부의 한 기자는 "담당 기자를 스포츠 부서로 인사한 것은 인사 형평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스포츠부서에서 취재할 수는 있지만, 어쨌든 '국정원 불방 사태' 이후 담당 기자가 내부에서 외부로 방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MBC의 다른 기자는 "심 부장과 마주치게 하지 않기 위한 인사인 것 같아 보이지만 현 MBC 상황에서는 국정원 보도와 같은, 사측 입장에서 껄끄러운 보도를 막기 위한 조치는 아닐까 의심이 든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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