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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보도국장, '영상기자 이름 지저분하니 빼라'영상기자들 "파업 참여에 대한 뒤끝…기자 책임감 거세"
김도연 기자 | 승인 2013.08.21 10:58

MBC 뉴스 화면에서 영상·편집 기자의 이름 자막(네임수퍼)을 삭제하라는 김장겸 보도국장의 지시에 서울 MBC 영상 기자뿐 아니라 지역사 기자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장겸 보도국장은 16일 보도국 편집회의에서 14일에 방송된 '뉴스플러스'를 지목하며 '기자들의 이름은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아니다' '영상취재 기자 이름이 화면에 다 들어가니 지저분하다' '뉴스에 이름이 다 들어가는 것은 뉴스 공급자 위주의 생각'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MBC <뉴스데스크> 14일자 '뉴스플러스'. 김장겸 보도국장은 이 리포트를 지목하며 네임수퍼 삭제를 방침으로 결정했다.

회의 결과, 특종이나 '뉴스 플러스' '현장M출동' 등과 같은 집중취재 아이템을 제외하고는 네임수퍼를 빼라는 방침이 결정됐다. 19일부터 이 방침은 시행되고 있다. MBC와 달리 KBS, SBS에서는 영상·편집 기자의 이름을 화면에 싣고 있다. SBS는 자사 인터넷 판에도 영상기자와 편집기자의 이름도 넣고 있다.

MBC 영상기자회(회장 황상욱)은 "네임수퍼는 뉴스 제작자들의 책임이 걸린 문제"라며 "내 이름을 걸고 만든다는 책임감이 더욱 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BC 영상기자회는 "단순히 지저분하다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라며 "이런 식의 결정은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작년부터 MBC 뉴스에 사고 잦았는데 이런 방침은 앞으로도 더 많은 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단행된 부당한 조직개편에 이어 네임수퍼 삭제까지 결정되자, MBC 영상기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MBC는 지난해 8월 영상취재1부·2부, 시사영상부 등이 속한 보도영상 부문을 해체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당시 MBC 영상기자들은 취재기자들과 함께 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제작거부 등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파업에 대한 뒤끝이 남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MBC의 한 영상기자는 "MBC 보도 영상 부문이 지난해 파업에 많이 참여했다는 것도 분명히 이번 결정에 작용을 했을 것"이라며 "영상 관련 4개의 부서가 한꺼번에 공중분해된 상황에서 아직도 회사는 파업의 뒤끝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자는 "회사가 지난해 파업기간 중 대체인력을 뽑았잖나"라며 "대체인력은 그동안 MBC 뉴스데스크 화면 편집과정 등에서 큰 실수를 했었다. 그 사람들의 이름이 화면에 나가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상기자는 "영상취재부가 없어진 1년에 맞춰 왜 네임수퍼를 삭제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저의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네임수퍼 삭제 결정은 뉴스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보도에 대한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한다는 의미에서 역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화면이 지저분하다'는 식의 개인 판단으로 없애버리고 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고 설명했다.

   
▲ SBS의 경우 자사 인터넷 판에도 영상기자와 편집기자의 이름을 표기하고 있다.

MBC 지역사의 영상기자들도 김장겸 보도국장의 방침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MBC가 지역사의 뉴스를 내보낼 때 네임수퍼를 삭제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한 MBC 지역사 영상기자는 "현재 MBC 지역사들은 각 지역사의 방식으로 뉴스 리포트를 제작하고 있다"며 "그러나 서울 MBC의 방침대로라면 우리의 뉴스가 서울에 방송될 때, 네임수퍼가 나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기자의 책임감을 사실상 거세하겠다는 뜻이다. 지역사에서 보낸 영상들이 잘못 인용돼서 화면에 나가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며 "서울의 방침이 지역사로 확산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우리의 방식을 지켜나갈 것인지 일선 영상 기자들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또 "서울은 '영상 홍길동'이라고 나갔다. 그러나 우리는 '영상 홍길동 기자'라고 나간다"며 "네임수퍼는 영상, 편집기자에 대한 존중이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자부심이다. 이번 방침은 대외경쟁력 부분에서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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